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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현판

[리리뷰 309번째] 밥 먹고 가라

by 리름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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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현대판타지
작가 : 고두열
화수 : 500화


책 소개글

이세계에 소환되어 마왕과의 싸움 끝에, 마왕을 해치운 최강의 사나이 강철호.

30년 만에 귀환했다.

하나 돌아온 지구는 레이드의 시대.

강철호는 반복되는 싸움에 지쳤고,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예전의 꿈이었던 식당을 열어 조용히 살고자 한다.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


리뷰

​이번에 리뷰할 소설은 '밥 먹고 가라'라는 소설입니다.

간단한 소개로는 이계로 소환되어 용사로 구른 주인공이 다시 지구로 돌아와 밥집을 연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500편 완결된 작품이며 조아라 프리미엄,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소설의 장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1. 개성 있는 등장인물

이 소설은 꾸준히 등장하는 비중 있는 인물들이 꽤나 많은 편인데, 인물들이 다들 저마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갖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해서 소설 전반에 걸쳐 웃음과 의외의 사회비판(?)도 하는 칸&에코 듀오, 수호자라는 직책을 가졌지만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수호자 일행들, 정령왕들과 각종 영물들, 그리고 그 외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다들 친숙하고 정감이 가는 인물들로 구성해 별다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규리 (본명 : 강귤)

필자가 생각하는 이 소설 최고의 장점.

1번과 굳이 분리한 이유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약간 과장을 하자면 이 소설은 규리의 커여움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우선 규리는 주인공이 얻게 된 알에서 나온 드래곤입니다.

드래곤이지만 드래곤 부모가 아닌 인간에게 키워지면서 성장하는데,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규리의 모습은 보는 독자로 하여금 아빠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다만 아무리 유년기이고 드래곤은 성장이 느리다고는 하지만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혀 짧은 소리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3. 잔잔한 힐링물

주인공 철호는 이세계에서 수십 년간 용사로 구르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하다가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때 이젠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살고 싶어 각성자와 몬스터가 날뛰는 세상임에도 은거하는 삶을 삽니다.

음식점을 차려 손님도 거의 없는 일상을 보내지만, 가끔씩 오는 손님들과 소소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방문하는 손님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철호도 나름의 보람과 깨달음을 얻는 등 현대문명이 파괴된 상황임에도 서로 위로하고 보듬어가는 인간애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가슴 따뜻해지는 내용은 예전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 '바텐더' 이후 오랜만에 보게 되는 힐링물이라고 생각합니다.

4. 괜찮은 요리 장면

주인공 철호는 밥집을 운영합니다.

오랜 시간 용사로 전장에서 지내면서 요리를 해왔는데 (당시엔 그냥 야전취사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경력이 어디 가는 게 아닌지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상당한 요리실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요리실력을 가지고 온갖 요리를 만드는데 요리하는 과정과 먹는 장면 묘사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요리 소설 '요리의 신' 보단 사실성,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소설 장르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수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5. 종종 터지는 웃음 포인트

힐링물이지만 소설 곳곳에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등장합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칸&에코 듀오의 개그를 비롯해서 각 등장인물들이 최소 한번 이상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연출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들이 기존의 캐릭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에피소드 특색에 맞는 웃음을 주는 게 포인트.

이 소설은 이러한 장점들이 있지만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 지루한 전개

이 소설 전개 방식은 명탐정 코난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메인 스토리가 존재하고 거기에 사이드 에피소드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메인 스토리 하나만 밀고 나가는 전개에 비해 독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가벼운 사이드 스토리로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소설이 그 사이드 스토리의 비중을 너무 많이 잡았다는 점입니다.

체감상 메인과 사이드 스토리 비중이 1:5 정도이다 보니 나중에는 뭐가 메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메인을 짧게 잡은 것도 아니고 중반에 갑자기 또 다른 상위 차원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세계관이 급격하게 확장됩니다.

이러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늘어지게 되는데 읽는 내내 지루할 지경이었습니다.

힐링물이라는 특성상 자극적이고 격동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잔잔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소재는 적당히 하면 좋지만 지속적으로 나오면 소설 전체가 밍밍해지게 됩니다. (만약 메인이 일상이고 그 외 진지한 이야기가 서브였다면 서브는 서브로 끝냈어야 했는데 이 서브 스토리를 꾸준히 등장시키고 마지막 결말도 서브 스토리로 끝내버림. 이는 결국 이 부분이 서브가 아니라 메인이며, 일상 파트는 말 그대로 일상이자 서브라고 봐야 함.)

2. 이해가 안 가는 설정

이 소설의 배경은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태입니다.

어느 날 열리게 된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로 인해 기존 인류문명이 파괴되고 남은 사람들은 서울을 예시로 보면 강북구, 서대문구 등 5개 지역구에 모여 도시연합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5개 지역 외에 인근 지역은 일종의 무인지대라 해서 몬스터로 인해 파괴되어 사실상 버려진 지역들입니다.

국가체계가 붕괴되었기 때문에 도시는 각성자들로 구성된 각성자 협회가 유지하고 있으며,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를 상대로 매일 죽고 죽이는 생활이 일상인 상황입니다.

또한 각성자들도 내분으로 인해 상당수 각성자들이 도시 밖 무인지대로 나가 반체제 집단 '포리너'라는 세력을 만들어 대립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몬스터로 인해 기존에 사육하던 가축들도 거의 멸종당해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고, 담배와 같은 공산품들의 가격도 사치재 수준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세기말의 상황임에도 등장하는 소재들이 납득이 안 간다는 점입니다.

우선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그 외부는 무인지대입니다.

몬스터로 인해 함부로 나갈 수도 없고, 곳곳에 있는 게이트들은 포리너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상 다른 지역과 교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농지 하나 없는 서울엔 식량도 부족하지 않고, 각종 경공업단지도 없는데 라면, 담배 등 공산품들도 나름 공급되고 있습니다. (라면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흔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값싸게 공급되고 있다.) 거기에 각종 채소, 과일, 생선 등 서울에선 구하는 게 불가능한 재료들이 흔하게 공급됩니다. (나중엔 커피처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것들도 현대 수준으로 잘만 등장한다.)

국가 체계가 붕괴된 상황인데 화폐도 잘만 통용되고, 통용되는 화폐는 놀랍게도 달러화입니다.

이렇듯 다른 국가나 지역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는데 서울에선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제품과 소재들이 잘만 돌아다닙니다.

각종 금속류, 석유제품 등 원재료 수준으로 들어가면 지적할 부분이 끝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문명 붕괴 이후 서울이 개편되면서 사람 살던 곳에 농지나 공장이 들어섰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한다면,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인구가 약 300만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론 이 수치는 공식적으로 나온 말이 아닌, 작중 에코가 그냥 어림짐작으로 하는 말이긴 하다)

2019년 기준 서울 전체 인구가 약 1000만이 조금 안되는데, 이 인구가 25개 구에 나누어 살고 있습니다.

1개구당 평균 40만 명이 산다는 말인데 5개 구에 300만명이 산다면 지금의 1.5배에 달하는 인구밀집이 있다는 말입니다.

포리너들과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건물들이 수시로 파괴되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지금 수준으로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거지도 부족한 상황에 여기에 농지나 공장을 짓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3.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전개

앞서 언급한 포리너들은 민간인을 지키자는 각성자들에 반발해 도시를 나간 세력입니다.

구성원들이 대부분 공격적 파괴적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약육강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도시를 침공하여 빼앗고자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성자, 민간인 가리지 않고 사상자가 무수히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종의 반체제 세력과 서울의 각성자 수뇌부들은 서로 상당한 인연이 있습니다. (과거 절친했던 동료, 혈육 등등) 그리고 그 인연 때문에 이들을 죽이지도 않고 그냥 같은 편으로 받아들입니다.

가장 먼저 나왔던 비스트라는 인물은 마정석 트럭을 습격하고 각종 테러활동을 했던 인물인데, 사실은 소중한 사람의 치료를 위해 포리너에 가담했던 불쌍한 녀석이었다... 라면서 너무 쉽게 용서하고 받아들여집니다.

그나마 얘는 이유라도 있지, 그 외에도 다수의 포리너 수뇌진들은 말 그대로 성향 자체가 악한 인물들인데, 대다수가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살인, 납치, 테러활동, 인체실험 등등 온갖 악행을 다 했는데 용서가 되나?)

심지어 몇 명은 협회 측 수뇌진과의 친분 + 몬스터라는 전시상황에서 능력이 아깝다는 이유로 사면, 같은 편이 되어버립니다.

이밖에도 악역으로 나왔던 인물들 다수가 서로 치고받고 싸운 상대였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갱생, 흡수되어버립니다.

이쯤 되면 다음에 등장하는 악역도 어차피 같은 편이 될 거라 악역 같지도 않게 느껴집니다.

4. 클래스 개수로 끝나는 전투

이 소설에서 모든 각성자들은 클래스라는 것을 가집니다.

일종의 직업 혹은 스킬이라고 보면 되는데 전투에 관련된 클래스부터 미래예지 등 비전투 능력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여기서 비전투 계열은 제외하고 전투계열 클래스만 보면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여기에 상성이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강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클래스의 개수 하나뿐인데 물론 클래스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보유한 마력량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설정이 있긴 한데, 그런 것 치고 클래스 별 상성도 없고, 어떤 클래스를 갖고 있던 그냥 클래스가 많은 사람이 무조건 이깁니다.

예를 들어 중후반부 칸과 에코를 보면 칸의 경우 클래스가 순수 근접 전투 계열로만 5개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에코의 경우 순간이동, 불사 능력, 종속의 권능 등 비전투 계열 능력을 포함해 6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순간이동은 쓰기에 따라 엄청난 능력이 될 수 있고, 불사 능력은 사기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전투 계열을 포함해 겨우 하나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둘이 싸우면 칸이 항상 밀립니다.

이 정도면 그냥 잡다한 클래스라도 많이만 갖고 있으면 누구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나 싶습니다.

5. 분별없이 사용되는 쉼표와 마침표

작가의 성향인지는 몰라도 쉼표와 마침표가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필자의 기준으로는 불필요할 수준으로 많이 나옵니다.

문맥을 구분하고 호흡을 나누는 마침표와 쉼표를 너무 자주 쓰다 보니 문맥이 어색하게 끊어지고 난잡한 느낌을 줍니다.

 


총평

주인공 철호와 규리라는 존재만으로도 힐링물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힐링에 집착해 정작 중요한 메인을 잊어버린 소설.

500편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매인보다 일상 부분이 너무 많아서 주객이 전도된 기분.

처음부터 힐링물을 쓰려고 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적대세력 부분을 많이 넣어야했나 싶을 정도.

힐링물 소설을 원했지만 힐링이 되다가 못해 지루해 지쳐버리는 소설.

만약 힐링을 원한다면, 포리너들을 소탕하는 중반까지만 봐도 충분하며, 그 이후부터는 앞부분과 비슷하거나 어디서 본거 거나 점점 산으로 가는 이야기로 지쳐버릴 수 있음.​

귤이의 귀여움 하나만은 좋지만 단지 그것뿐인 아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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