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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배트맨] 리뷰 - 히어로의 세대 교체 어둠을 뚫고 그가 온다

by 리름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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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영웅이 될 것인가 악당이 될 것인가

운명을 결정할 선택만이 남았다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리뷰

전체적으로 지루합니다.

내가 '선'이라는 개념을 잘못알고 있든가, 현대의 배경에 선의주제를 스토리로 구성해내는게 이전과는 다른건가.

대중을 하나로 묶던 '휴머니티'라는 선한 정서가, 특히 근래의 영화속에서는 한없이 옅어져만 가는 느낌이네요.

현실에서도 비슷한 감정이지만 내가 나이가들어 변한것이겠거니 싶기도하네요.

다만 느낌에만 그런게 아닌것이 사람을 만나도 핸드폰을 보기 일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더욱 드물고, 서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혐오하는 정서가 짙어졌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현대의 악은 휴머니티를 무력으로 무너뜨리고 부를 이루려는 권력이 아니라, 무관심 그 자체인가 싶습니다.

악은 부패한 공직자들과 손을 잡고 부를 움켜쥔 팔코니가 아니라 결국 리들러였습니다.

구치소에서 유리창을 사이로 마주한 두 고아의 대화는, 사랑의 결핍을 안고 살아온 두 남자가 서로를 연민하는듯싶다. '사람들을 지켜내지 않겠어.'라는 선만 넘어버리면 자신도 리들러처럼 되리라, 두려워하며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브루스의 눈빛이 쓸쓸하기만합니다.

히어로로서의 성장담이라기보다 그런 아픔에도 시민을 지켜내려는 배트맨을 위한 예찬 스토리에 그친것은 아쉽다. 죽은 아버지를 고결하다 여겼고, 그때문에 복수심을 억누른채 불살의 원칙아래 홀로 범죄와 싸워왔던 신념이 처음 흔들린다. 다만 그것은 팔코니를 잘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오해에 그쳐버리고, 아버지는 여전히 가족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려한 성정을 지닌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글쓴이라고 그러한 플롯을 써낼수있는 능력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를 그러한 절대선으로 설정하지않아야했다고 봅니다.

아버지 역시 감정에 휘둘리는 불안정한 존재로 설정하고, 그럼에도 복수심에 잡아먹히지않아야하는 이유는 눈앞에서 학살을 자행하는 리들러가 자신의 미래이기 때문이어야합니다.

'악'이라는 개념이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요즘의 이야기에서, 복수심에 리들러에게 잠시 동조하게 된들 오히려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배트맨으로서의 성장담처럼 보이나, 어느 시점부터는 이미 성장해버린 배트맨의 태도를 찬송하는 영화가 되어버립니다.

물에빠진 시민들이 감전될까 전선을 자르고, 다시 일어나 횃불을들고 시민을 인도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이유없는 악과 고난이 세상에 많지만, 그럼에도 이유없이 우리는 선을 좇아야만 한다고 그렇게 이 영화의 배트맨은 말하고 있습니다.

어둡게 자의식에 침잠해있는 영화의 분위기와 캐릭터는 일순 이성을 잃고 미쳐버려도 이상하지않을듯한데, 꾸역꾸역 빛을 좇아가려는 영화의 끈기에 넋을 잃고 갈채를 보낼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는 분명히 졸렸습니다.

펭귄을 쫓아 빗속을 질주하는 첫번째 카체이싱 장면에서, 리듬이 복잡하지않은 다소 전형적인 음악을넣고 배트카의 질주를 연출한것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부스터를 켜고 질주하는 배트카의 탄탄함은 역대 배트맨중에 가장 묵직한 편이라고도 말하고싶네요.

특히 차량 후방의 커다랗고 메탈릭한 엔진은 묵직하기도 했고, 백색에 가까운 파란 불꽃과 어두운 밤의 대비가 좋았습니다.

카체이싱 장면부터는 졸렸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좋은 영화를 볼때나 나오는 버릇처럼 허리를 스크린가까이 당겨보아야했습니다.

또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글 초반에 기술했다시피 '악'의 정체성이 '선한사람을 짓밟고 거머쥐는 부의 욕망'이 아니란것이죠.

'사랑받지 못하는 자들의 맹목적 복수심'이 악의 주된 정체성으로 작용하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로 무차별 학살을 벌이려합니다.

뭐 그또한 시의성이 있다고 느끼기에 이제부터 한참을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공감도 재미도 별로 없는 의미는 나로선 생동감을 못 느꼈습니다.

'펭귄'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신선했습니다.

옛날 배트맨을 챙겨보지는 않았는데, 코스튬을 어거지로 입은듯한 비쥬얼이아니었습니다.

펭귄맨 같은 살찌고 얼굴에 흉진 못난이 정도였는데 식상한것보단 나은정도였습니다.

'팔코니'라는 캐릭터는 기존 영화들에서 허당, 떠벌이 캐릭터로 나왔던 배우가 연기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바람잡이인 악역이 위엄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리들러'가 악역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나는 꽤나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사랑을 주지않는 세상에 대한 맹목적 분노'를 그럴싸하게 다들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며, 그래서 그에게 무서운 광기를 발견할지, 은둔자의 찌질함을 발견할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입니다.

저 역시 두 감정이 찝찝하게 혼재하고 있으니 말이죠.

주연 캐스팅을 되짚어보자면 이 영화의 배트맨에는 찰떡입니다.

사회생활안하고 홀로 은둔하며 중2병걸린 배트맨이라니 독특한것도 같습니다.

병약한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과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인 셈이죠.

물론 리들러처럼 은둔자의 찌질함으로만 보이지않는것은 고담의 희망을 지켜내려는 그의 헌신이 역할을 하는셈이라 그렇습니다.

배트맨이야 홀로 어둠속에서 분투하는 외톨이로 늘 있어왔지만, 그 내면을 이 영화만큼 들여다본적이 있을까 싶네요.

성장담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캣우먼과의 시너지는 사실 있으나없으나 싶습니다.

동병상련의 러브라인정도야 이 눅눅한 영화를 밝혀주긴 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못했다는 비판도 강하게 하고싶습니다.

같은 세계관의 <조커>보다 50분이 넘게길지만 그 주제의식의 깊이를 표현한정도는 조커가 압도적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비주얼만 보기엔 늘어지기도하고 캣우먼이 그렇게 매력적인가도 싶고 말이죠.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말하자면 반전의반전의반전이라서 맥이 풀렸습니다.

고담의 선한 가면을 벗겨내려는 리들러의 플롯과, 음지의 큰손 팔코니에 대한 수사, 배트맨의 내적갈등이 지저분하게 교차했습니다.

차라리 리들러가 체포되고 배트맨과 조우하면서 풀어내는 대화로 영화를 끝냈어도 깔끔했지 싶습니다.

동질감을 느끼는 누군가의 내면을 1대1로 마주한다는것은 그만큼 감정적으로 무거운일이니까 말이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차량을 폭파해 도시를 수몰시키고 시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전개는, 개연성있기보다 기능상 없는것보단 볼거리있으니까 집어넣은듯해 재차 긴장이 풀려버렸습니다.

덕분에 배트맨이 시민을 이래도 구한다는 찬양은 할수있게 되었지만 액션이 자랑거리가 아닌영화에서 굳이 필요한가 싶네요.

이동진 평론가가 스파이더맨도 그렇고 평점을 후하게 주는듯도 한데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견줄수 있다고 생각을 하냐? 글쎄요... 저는 아무튼 아니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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