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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판

[리리뷰 109번째]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by 리름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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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로맨스판타지
작가 : 비츄
연재 기간 : 2015. 6. 29 ~ 2015. 8. 13
권수 : 4권

 


책 소개글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하루 행복하던 그때, 한 남자에 의해 수희는 죽음을 맞았다.

다시 깨어난 세상, 그곳은 그녀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또 계집아이라니. 부끄러운 줄 알도록 해라.”

여자가 천시받는 세상. 그곳의 서른세 번째 공주로 태어났다.


리뷰

뭐랄까 이 소설은 굉장히 아침 막장 드라마스러운 소설입니다

요즘 볼 거 없으니까 보기는 하는데, 보면서 눈살 찌푸려지면서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면서 보다가 10분 버티고 끊고 딴거하다가 또다시 보게 되는...?

잘 질리는데 자꾸 끝을 보고 싶어서 보게 되는 불량식품 같은 느낌입니다.

일단 문체라던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 독백체라 조금 장황하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장황하면서 + 되지도 않는 유행어 개드립 근본 없이 섞어가지고 유치뽕짝 오지는 최악의 지경까지는 아니고, 그냥 흔한 평작 수준이라 술술 잘 읽힙니다.

다만... 설정이 너무 인위적 / 작위적이라 위화감이 느껴지는 데가 굉장히 많습니다.

배경은 신분제가 존재하는 사회.

유전적 문제인지 출산율이 남자가 5%, 여자가 95%로 극단적이고, 특히 남자만이 이 세계의 무력인 '마력'을 쓸 수 있어서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력은 엄청난 힘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신체적인 능력이 월등히 올라가고 염동력처럼 활용도 할 수 있고... 뭐 기타 등등 하여간 문명 발전을 이룩한 근간이 되는 힘입니다. (과학 같은 거랄까.)

그런데 이 신분 격차라는 걸 너무 극단적으로 설정해놓아서,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계기이자 사건사고 소재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쉽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와 지랄 맞게 써놨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상 이게 제일 위화감 느껴지는 인위적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남자는 지나가다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여자 오지게 패고 강간하고 죽여도 무죄 수준입니다.

사회적 시선조차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고개 끄덕끄덕 이는 수준.

심지어 죄책감 같은 정서조차 없으며 심지어 자식은 계집에게 낳게 하고 정신적 사랑은 남자끼리 나누는 그런 게 고귀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슷한 사상을 가진 고대 그리스 호모들도 자기 노예들은 재산으로 여기고 관대하게 대하는 게 미덕이었다는데...

현실이라면 사람이 지나가던 개를 패 죽여도 욕먹을 일인데 여기선 여자란 개 이하, 심지어 개는 말이 안 통하기라도 하는데 여자는 '말이 통해도' 그런 취급이니, 이 정도라면 이 소설 내에서 남자는 여자에 대한 벌레 수준의 혐오 정서를 가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또 웃기는 게 그러면서 사회에서 노동하는 3D업종은 죄다 여자가 하고 있습니다.

매춘은 뭐 그냥 일상이고 시중인 잡일 청소 이런 거.

소설 내 묘사에서도 남자들이 하는 일은 그냥 놀고먹는 일이라고 서술되어있습니다.

벌레취급의 혐오를 가졌으면서 잡일은 다 시켜먹는다니 뭔가 되게 모순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딴 사회라서 뭐 자연히 여자들은 그냥 편한 도구 취급이며, 남자들 말엔 "예" 밖에 해서는 안되고 툭하면 남자 주인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죽을까 발발 떨고 있는 버러지 같은 존재일 뿐인데, 여주인공은 현대사회의 환생녀라서 이 시대 여성과는 다른 전략으로 생존전략을 구축합니다.

그것은 바로 의도하지 않은 척하는 '애교'. 툭하면 소녀는 오라버니가 좋아요 아바마마가 좋아요 기뻐요 행복하답니다 이런 말로 아부를 하는데 이게 아주 스토리 진행-해결 만사형통의 열쇠인 데다가 소설 내에서 수없이 반복되어서 분량조차 채워주니 작가 입장에서는 심히 편리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위 오빠들은 고려 왕국의 왕자들로 마력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십수살의 어린 나이에 '나이트'가 되어 국가의 무력을 대행할 존재들입니다.

그런 오빠들이 봉제인형을 던지며 '개새끼야! 물어와!' 하면 여주인공은 헥헥거리며 뛰어가서 주워 와서는 '소녀는 기뻐요' 하면은 오빠들은 또 '하찮은 계집아이가 기뻐하게 해 주었으니 난 참 장해' 하면서 으쓱거리고, 여주인공은 독백으로는 투덜투덜 욕하면서 자신에 대한 자학개그를 곁들이는데 이 패턴이 처음부터 쭉~ 심심하면 튀어나오니 식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다음 어이없는 설정으론 세상 문명을 발전시킨 것이 '과학' 대신 '마력'이라는 힘이라는데 이 마력의 취급 설정이 너무 일차원적입니다.

수많은 사람 위에 군림해서 왕족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자신들이 그렇게 활개 칠 수 있게 만들어준 마력을 가지고 하는 일이 그냥 동네 양아치 수준입니다.

기껏해야 신체 강화, 염동력처럼 원거리에서 사람을 패고, 보호막 씌워서 덜 아프게 하고, 엘리베이터에 마력석이란 거에 마력 쏘여서 움직이는 건전지 역할하고, 그냥 마력만 있으면 장땡인 수준.

거기에 수학 같은 기초과학 수준은... 주인공이 어릴 때 0(제로) 개념, 무리수 루트 개념을 딱 생각해낸 것처럼 하자 왕국 학계가 들썩들썩하면서 오오 천재 대단하다 계집에라서 아깝다 남자였음 좋았을 텐데~ 하는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기초과학 연구가 안되어있는데 문명은 현대 수준처럼 비행기에 차 있고 고층건물 있고... 그리고 한글이 고대어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한국 환생녀니까 읽을 수 있고, 또 사람들이 놀랍니다.

어떻게 해독할 수 있냐? 그냥 한국환생녀니까... "그냥요" 하니까 또 오오 천재 소리를 듣습니다.

고대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무슨 수식이 필요한데 그런 수식 연산 없이 암산으로 해독해내니까 천재!! 거리는데 고대어 해석에 수식이 필요해...? 수학이야?

고대어 수업에서 재료로 활용하는 예시문도 그냥 옛날 초등학생이 쓴 단순 일기... 맞춤법도 안 맞는 그런 문장인데 그거 읽어주자 내용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감탄할 따름.

그냥 생각 없이 주인공의 비범함을 드러내기 위해 주변인을 병신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여자가 벌레 같은 수준의 하찮은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는 면에서 여자 혐오 소설이라고 느낄 수도 있으며, 딱딱하고 위화감 그 자체인 애교에 일희일비 조련당하면서 은연중에 주인공을 편애하게 되는 병신 남캐들을 보면 역으로 남자 병신들을 까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딴 작위적 설정들이 너무 거슬려서 모든 부분이 같잖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읽는 내내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하는데 그러면서도 뒷내용이 어떻게 산으로 갈까 궁금해져서 틈틈이 시간 날 대마다 보다가... 기가 차서 끊고... 다시 보기를 반복합니다.

최종적으로 요즘 읽을 작품이 참 없거나, 아니면 이미 다 읽어버렸거나, 새로 나오는 걸 기다릴때 정말 그런때가 아니면 별로 추천드리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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