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
가족영화라 반전이랄 것 까진 없지만 내용서술이 많으니, 알아서 걸러주세요.
각자 특수한 마법을 능력으로 갖는 '마드리갈' 집안을 배경으로, 능력이 없는 소녀 '미라벨'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런게 악역이 없으면서도 관객이 실제 삶을 투영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누구보다 가족을 끔찍히 사랑하는데 능력이 없기에 반대로 가족들에게 가장 소외감을 느끼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가 단순 예민하거나 소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도 무능하여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제한되어있죠.
성장스토리로 매우 훌륭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가족의 구조를 전복시키거나, 자신이 구조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과 다른 새로운 화합의 방법을 모색하면서 영화가 끝이 납니다.
아쉬운 것은 뮤지컬이고, 애니메이션이어서 단순화된 설정입니다.
'엔칸토'는 단순하게 풍요로운 땅이고 어떤 이유로인해 마드리칼 집안은 마법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 이유는 뭐 할머니가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복받쳐서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표현되는거죠.
그리고 가족이 능력을 잃고 저마다 분열될 때, 집안에 금이가서 결국 이유없이 붕괴해버립니다.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없이, 미라벨의 존재는 능력도 없고 불운하여 집안이 붕괴되도록 운명이 선택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갈등을 이해하려면 '실존주의'를 불러와야 하는데 뭐 굳이 어려운 철학용어를 쓰지않아도 정서적으로 개연성은 정확합니다.
가족들 각자에게 부여되는 능력은 '책임'이고 삶의 목적입니다.
힘이 센 캐릭터는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야 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타고난 캐릭터는 아름답게만 틀에 갇혀 살아야합니다.
인간은 특정한 책임이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님에도, 권위적인 할머니의 가법안에서 인물의 자유가 제약당하는거죠.
사실 힘센 언니랑, 예쁜언니 둘만그렇지 다른 가족들은 저마다의 능력에 만족을 하면서 사는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개연성이 정확해지는 것은, 주인공이 집안이 분열되는 이유가 할머니의 권위때문이라며 정면으로 맞서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홀로 능력없이, 목적없이, 방향성 없이 가족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존재라서, 목적과 책임을 다해야만 인간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할머니의 규율과 충돌하기 때문이죠.
남자아이들도 능력을 부여받았지만 모계사회를 중심으로 가족이 구성되었는데, 정작 소녀인 주인공이 능력이 없다는 점이나 할머니의 인간을 수단화하는 점들이 pc적 특성을 없앱니다.
라틴풍의 캐릭터와 음악은 정말 매력적이고, 아리아(?) 같은 음악을 예상한것과 달리 힙합을 적절하게 섞은듯한 음악은 캐주얼하고 재밌습니다.
스페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데 바다는 등장하지 않는데도 지중해 해변의 풍요로움이나 풍취를 느낄수 있었어요.
능력이 없음에도 삐딱선을 타지않고 가족들과 티키타카를 뽐내며 어우러지는 주인공이 참 매력적인데, 못생긴 듯 매력적인 페이스가 개인적으론 더 매력적이라고 느낍니다.
지루해질듯 금세 다른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영화를 질리지않고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인상적인게 가족 구성원도 많고 능력도 저마다 다양한데 영화 템포도 굉장히 빠릅니다.
스토리나 캐릭터 설명이 후다닥 지나가는데도, 캐릭터들 매력을 다 살려놓는 구성은 정말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듯 싶습니다.
까무잡잡한 캐릭터가 <모아나>를 생각나게도 했는데, 둘의 개성이 달라서 기시감은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모아나> 쪽이 좀 더 재밌는 편이었지만 <엔칸토>의 미라벨이 캐릭터적으론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뮤지컬이라는데 사실 후반부에 가면 음악은 별로 등장하지 않아서 심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재미는 보장할 수 있는게 공동연출로 감독이 3명인데 감독의 전작들이 쟁쟁합니다.
자레드 부시 감독의 전작이 <모아나>와 <주토피아>의 각본에 참여하였고요.
바이론 하워드 감독 역시 <주토피아>, <라푼젤>, <볼트>등을 연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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