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버닝>의 이창동 감독을 힘들어하는 이유

이창동 감독의 연출 방식은 지독한 걸로 충무로에서 유명한데, 배우에게 이래라 저래라 식의 정확한 디렉션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다시’를 외치는 묘한 주문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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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찍는 배우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감독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수십 번씩 다시 찍고, 찍은 뒤에는 "뭐가 더 나오겠냐."하며 억지로 OK한다고 하니 돌아버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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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오아시스 촬영 당시에 일화를 밝혔는데 컷을 외치길래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묻자 배우 뒤에서 흔들리는 천막에 감정이 없어서 컷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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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전도연이 밀양을 찍다가, 배우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촬영포기 선언을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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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재촬영에 대한 에피소드의 원본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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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오아시스의 남자 주인공 '홍종두'을 개에 비유하며 설경구에게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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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때리고 발로 차도 결국 주인 눈치 보며 슬금슬금 와서 꼬랑지 흔들어. 그게 홍종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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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에서 손자 역할을 맡은 이다윗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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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에는 분노를 담고, 또 다른 한쪽 눈에는 죄책감을 담아서 해보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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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언급만 하고는 나머지는 배우가 직접 완성해줄 것을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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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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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거기다 도통 만족을 모르는 그의 성격 때문에 촬영장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자책을 한다니 그걸 바라보는 연기자는 멘탈 붕괴가 올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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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와 작업한 배우들은, 촬영을 하는 기간만큼은 그를 굉장히 미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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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가 개봉하면 예외없이 평단의 호평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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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흥행은 안 될지 몰라도, 배우들이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틀을 부수고, 새로운 면을 발산하도록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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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은 연기자들에게는 어쩌면 최고의 감독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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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충무로 내에서는 인격적으로 굉장히 존경받는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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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들에게도 90도로 인사하고, 촬영이 끝나면 감독이면서도 스탭들과 함께 조명을 나르는 것은 유명한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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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지 않은 시상식에 초대 받아도 얼굴만 비추고 가는 게 아니라 식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