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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현판

[리리뷰 812번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by 리름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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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현대판타지
작가 : 로드워리어

 


 

소개

대충 세상은 망했고,

나는 나대로 살아야지.

 

물론 럭셔리하고 고져스하게.

 

 


리뷰

현재 문피아에서 연재 중인 로드워리어 작가의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이하 아집숨)"입니다.

 

세계관은 아주 흔해빠진 현대 이능력 헌터물에 아포칼립스 생존물을 더한 것입니다.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그 초기에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헌터였습니다.

 

하지만 곧 이능력을 개화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능을 개화하지 못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퇴물이 돼버렸죠.

 

그렇게 헌터에서 은퇴한 주인공은 벙커를 마련하고, '멸망주의자(준비족)'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로 세상은 급격히 멸망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이트 너머에서 건너온 몬스터들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졌지만, 인류는 단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반목하여 싸우기 시작했으며, 결국 핵 공격의 선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그 연결이 끊어지며, 국가와 사회가 붕괴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가 무너집니다.

 

몬스터, 변이체, 군벌, 갱단, 약탈자, 미래의 희망은 희미해지고,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멸망의 징조가 뚜렷해져만 갑니다.

 

이러한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의 하루는 희극이 되고, 다음날은 비극이 되지만, 그다음 날은 희극 같은 비극, 다다음 날은 비극 같은 희극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하루를 계속 이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로드워리어' 라는 작가의 글을 보면 뭔가 아재스러운 작명 센스, 아재 개그, 그리고 아재스러운 캐릭터들 이 모든 것이 작가 특유의 색상 같은데, 근래 몇 년 동안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나름 그 색상을 잘 유지해 왔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때로는 그 색상, 그 테이스트가 글의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드워리어 작가는 자신의 색을 고집스럽게 끝까지 유지해나가더군요.

 

그렇게 성공하든 실패하든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색상을 유지해오며 여러 가지 장르와 소재의 글들을 써오다가, 드디어 '아집숨'이라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글에 도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건 매우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처음에 글을 읽기 시작하면, 극 초반 얼마간은 이건 그냥 원류 아포칼립스 생존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한국 장르소설계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장르죠.

 

거기에 더해서 이야기 초반의 진행 방식 자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일반도서 경험이 아예 없고 한국 장르소설에서 시작해서 거기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은데, 왜냐하면 이 글은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 간의 '관계성', 즉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속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무언가를 원하고, 무언가를 말하고 행동합니다.

 

주인공은 직접 개입하기도 하지만, 종종 관찰자처럼 다른 캐릭터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며 주인공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자신의 캐릭터를 형성해 나갑니다.

 

뭔가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일반 소설은 3인칭 시점이 제일 많고, 오히려 캐릭터 중심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그러나 남성향 한국 장르소설들은 대부분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쓰입니다.

 

독자들에게 캐릭터를 전달하는 방법은 거의 그 캐릭터의 행동과 선택,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욕망과 목표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직관적이어서 독자들의 몰입성을 높여주며, 장르소설로서의 강력한 장점을 가지게 해줍니다.

 

하지만 '아집숨'은 이러한 '남성향 장르 소설'의 기준이라고 불릴만한 캐릭터 중심 작법의 이점을 포기하고 마치 일반 소설들에서나 많이 쓰이는 이야기 중심 작법을 선택했는데, 그럼에도 꽤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습니다.

 

유리한 형식을 거부하고 굳이 불리한 형식을 골랐는데도 성공을 했다는 것은, 그 불리함을 만회할 다른 것이 있었다는 뜻이고, 아마 그 다른 것이 바로 작품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만큼 재밌게 잘 썼으니까, 이런 형식으로 썼는데도 성공을 해버렸다 뜻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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