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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배우들이 <버닝>의 이창동 감독을 힘들어하는 이유

by 리름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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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연출 방식은 지독한 걸로 충무로에서 유명한데, 배우에게 이래라 저래라 식의 정확한 디렉션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다시’를 외치는 묘한 주문을 한다고.

같이 찍는 배우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감독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수십 번씩 다시 찍고, 찍은 뒤에는 "뭐가 더 나오겠냐."하며 억지로 OK한다고 하니 돌아버릴 지경.

설경구가 오아시스 촬영 당시에 일화를 밝혔는데 컷을 외치길래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묻자 배우 뒤에서 흔들리는 천막에 감정이 없어서 컷했다고.

충무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전도연이 밀양을 찍다가, 배우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촬영포기 선언을 할 정도.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재촬영에 대한 에피소드의 원본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오아시스의 남자 주인공 '홍종두'을 개에 비유하며 설경구에게 말하길

"암만 때리고 발로 차도 결국 주인 눈치 보며 슬금슬금 와서 꼬랑지 흔들어. 그게 홍종두야."

영화 시에서 손자 역할을 맡은 이다윗에게는

"한쪽 눈에는 분노를 담고, 또 다른 한쪽 눈에는 죄책감을 담아서 해보자." 등등

이런 식의 언급만 하고는 나머지는 배우가 직접 완성해줄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습니다.

계속 ...거기다 도통 만족을 모르는 그의 성격 때문에 촬영장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자책을 한다니 그걸 바라보는 연기자는 멘탈 붕괴가 올 만합니다.

그래서 그와 작업한 배우들은, 촬영을 하는 기간만큼은 그를 굉장히 미워한다고.

그러나 영화가 개봉하면 예외없이 평단의 호평을 받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안 될지 몰라도, 배우들이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틀을 부수고, 새로운 면을 발산하도록 만듭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은 연기자들에게는 어쩌면 최고의 감독인 셈.

그리고 그는 충무로 내에서는 인격적으로 굉장히 존경받는 감독입니다.

단역들에게도 90도로 인사하고, 촬영이 끝나면 감독이면서도 스탭들과 함께 조명을 나르는 것은 유명한 일화.

유명하지 않은 시상식에 초대 받아도 얼굴만 비추고 가는 게 아니라 식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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