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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무기] 중세 유럽 둔기에 대한 오해

by 리름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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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기는 센 게 맞습니다.

근데 정말 완전히 센건 아닙니다.

특히 도리깨는 정말 쌥니다.

같은 이유로 플레일도 쌥니다.

그런데 왜 검만큼 잘 안쓰였을까요?

왜 판금갑옷 덕지덕지 입은 전장에서 뭣도 안찔리는 검을 난전용 무기로 채택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둔기는 정말 세긴 한데, 결론만 말하자면...

대가리에 맞췄을 때 한정으로 세기 때문입니다.

맞으면 아픕니다.

그런데 아픈 걸로 끝입니다.

주먹에 맞았다고 몸이 멈추진 않습니다.

그런데 창이나 칼, 화살에 맞는다면 출혈 및 근육 수축에 의해 운동활동이 확 줄어듭니다.

더 치명적인 것.

머가리를 맞지 않는 이상 둔기에 맞은 놈은 계속 활동합니다. (노답이다)

갑옷에 더 효과적이다?

애초에 전원이 철판으로 몸 둘둘 말고 다니는 전장은 없습니다.

흉갑, 투구, 어깨보호대, 팔보호대, 허벅지보호대. 이 정도만 챙겨줘도 사병들에겐 감지덕지입니다.

징집병들?

자급제로 누비옷 입고 나올 정도일겁니다.

그 위에 무두질 된 가죽이나 걸쳤겠지.

중세유럽에서 징집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기조가 동양보단 덜하긴 하다만, 징집병이 없던 것도 아니고, 징집병을 상대하자면 칼이 더 효과적인 것은 자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누비옷이라고 무시하면 안되는 게, 이게 어설프게 찌르거나 베면 잘 박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봐요.

회초리 맞을 때 어떻게 맞나요?

바지 걷고 맞지 않나요?

얇은 회초리를 바지 위에 그대로 맞는다고 생각해봅시다.

1/3은 덜 아플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둔기는 대장갑에는 검보다 제법 효과적이나, 검에 비하면 일반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면 위에 다뤘던 프레일과 도리깨는 어떻게 된걸까요?

간단합니다다.

창에 밀렸고, 검에 밀렸습니다.

왜?

K-1 소총을 다뤄봤다면 알겠지만, 개머리판을 들고 소총을 휘두른다 치면 제법 쉽지 않던가요?

하지만 총구 부분을 들고 소총을 휘두른다 해봅시다.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둔기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게 중심이 앞부분에 있기에 무기를 다루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어렸을 때 막대기로 칼 싸움을 해본 친구들이 요즘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지만, 애들끼리 하는 놀이라도 제법 매섭게 휘두르는데도 제법 잘 막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람 목숨이 달리다 보면 반사신경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갑니다.

행동이 굼뜨면 바로바로 막힙니다.

그리고 철퇴도 마찬가지고 도리깨도 마찬가지고 프레일도 마찬가지고, 이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풀스윙을 해야 한다는 전재가 있습니다.

전투에서 풀스윙을 할만한 여유따윈 없습니다.

격투기에서 360도 돌려차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영화를 너무 봐서 검술은 휙휙 휘두르는 싸움일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잽에 가까운 공격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검술입니다.

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빠르게 찌르고 뺀다.

그 동작들 사이에 적이 공격을 가하더라도 바로 중단하고 빼거나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스타카토 같은 느낌인 것.

그런데 둔기론 그게 안됩니다.

그러므로 둔기는 방호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장갑이 매우 튼튼하다고 판단될 때나 사용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장병기가 아닌 그냥 도끼가 전장에서 좀처럼 안보이는 것.

세 줄 요약

1. 머가리를 맞춰야 되는데 이게 쉽지 않음

2. 머가리 외에 효과적인 공격을 하려면 풀스윙에 가까운 동작을 해야 하는데 360도 돌려차기 하는 꼴

3. 무게 중심이 거지 같아서 반응 속도가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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