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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판타지

[리리뷰 88번째] 나를 위해 살겠다

by 리름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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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한국식 이세계, 회귀, 정치
작가 : 글쟁이S
연재 기간 : 2016. 3. 23 ~ 2016. 8. 11
화수 : 229화

 


책 소개글

착하게 산 게 잘못이다.

세상은 내게 목숨마저 양보하라 했다.

이제는 오직 나의 욕망과 복수를 위해 살겠다.

어느날 갑자기 3천만명의 지구인이 '이쉬타'라는 이세계로 끌려간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동료와 함께 평등한 나라를 이룩하겠다는 목표 아래 혁명군의 핵심 간부로서 싸워왔지만, 혁명은 또 다른 파괴를 낳고 결국 사랑하던 여자에게 배신 당해 죽고 만다.

하지만 주인공은 소원석을 통해 이쉬타로 온 첫 날로 회귀하는 데 성공하고, 누구도 믿지 않은 체 오직 '나를 위해 살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복수를 계획한다.

1부에서는 주인공의 성장기, 2부에서는 왕성 정치 암투극 그리고 3부에서는 최종 결전을 그려낸다.


리뷰

주인공 '장유신'은 이 세계에 떨어진 지구인입니다.

이 세계에서 거대 클랜 '아샤타르'의 간부진으로 활동하던 도중, 10년간 믿고 지내던 인물들에게 미끼로 쓰여 죽습니다.

언제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세계에서 주인공은 누구보다 선하게 살았습니다.

좋은 장비가 나오면 타인에게 양보하며 살았습니다.

인간관계가 언제 틀어질지 모르니깐요.

하지만 그는 결국 배신당했고, 죽는 순간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이번은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자신도 반쯤 잊어먹고 있었던 '소원석'을 통해 그는 회귀에 성공합니다.

지난번의 생과 다르게 이번은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는 '장유신'의 복수극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

한줄평 :

9권 완결(229화 분량)의 회귀, 이 세계 물의 탈을 쓴 피카레스크 장르에 가까우며, 작가 나름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 내용, 트렌드에 맞게 짜인 구성, 잘 쓰인 감정 묘사가 특징인 작품입니다.

***

필자는 매력적인 작품을 읽으면 후기를 작성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고, 이렇게 재밌는 작품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보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재미없을 수 있는 이 작품은 호불호가 지나치게 갈릴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호불호를 나름 장점으로 여겼기에 이 리뷰를 쓰는 거니깐, 한번 찬찬히 살펴보시고 이 작품이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판단해주시면 될 듯합니다.

***

이 작품의 호불호 첫 번째는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은 주로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주인공에게 되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초반부의 주인공은 일반적인 회귀물 클리셰를 따라갔습니다.

호구처럼 살지 않는 사이다 전개, 힘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막가파 행동들.

초반에 등장하는 상태창을 혐오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상태창 정도는 괜찮다 생각합니다.

작가님들에게 이것보다 편하게 주인공의 강함을 보여줄 지표는 없으니깐요. (이것도 뭐, 금방 사라지긴 하지만)

하지만 이 작품이 진국이 되는 것은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이 작품의 주인공과 그와 함께 따라오는 심리묘사, 고뇌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에 '던전디펜스'의 리뷰에서 한 번 밝힌 적이 있지만, 필자는 피카레스크 장르를 정말 좋아합니다.

부도덕한 인물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품일수록 더더욱 도덕과 가치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거든요.

그중에서도 특히 더 좋아하는 것은 '위선자 주인공'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 또한 위선자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기만합니다.

어떤 때는 정의를 연기하고, 어떤 때는 악당을 연기합니다.

동료라도 쉽게 믿지 않고, 어떤 동료는 자신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하는 일들은 많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일이고,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목숨이 가볍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 황홀하지 않나요? 주인공의 고뇌들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캐릭터의 고뇌는 깊어질수록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라는 기대감을 독자에게 심어줍니다.

이런 식으로 쓰인 대표적 명작이 바로 '햄릿'아니겠습니까.

시대가 아무리 지나도 절대 바뀌지 않는 몇몇 가치관들은 항상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작중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여러 인물들과 대화하게 하면서 끊임없이 서로의 가치관을 부딪히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자신만의 애매한 답'을 끌어안고 가고, 본인마저 확신이 없습니다.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으니까'로 모두 퉁쳐버립니다.

자기 자신마저 확신이 없는 길을 비틀대면서라도 걸어가는 캐릭터는 언제나 보는 맛이 있습니다.

후반부에 들어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내리는 선택은 '작가의 대답'이었습니다.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해답이에요.

캐릭터성을 완결 짓고, 결국 자신이 만든 한 세계관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마침표죠.

그리고 저는 좋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개똥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생각까지 하고 싶지는 않을 텐데 말초적인 쾌감이 필요할 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일단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두 번째 호불호는 '장르'입니다.

회귀물, 이세계물, 헌터물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지만, 작가는 이걸 어디까지나 독자들을 끌어들일 '덫'으로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정치물의 성격도 중반부터 추가되지만, 이건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끌어들인 장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피카레스크가 가장 맞는 분류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이것도 좀 부족한 점은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악인, 위악자'에 가까운 캐릭터니깐요.

작품의 성격도 보면 주인공(차악, 위악)이 자신을 결국 죽게 만든 아샤타라(최악)과 대적하는 내용이니 어느 정도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근데 이것도 대분류에 불과하고 작품 자체가 후반부와 엔딩을 보면 또다시 애매해집니다.

결국 이 작품은 '작가가 쓰고 싶은 얘기를 웹소설의 규격에 맞춰 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웹소설이 가진 최소한의 재미를 위해, 이세계물, 회귀물, 헌터물을 넣었습니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얘기와 주인공의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해 '정치물'을 중반부부터 추가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은 '피카레스크'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건 후반부와 엔딩에 작가가 낸 '결론'을 위한 밑그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웹소설과 맞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회귀물, 이세계물, 헌터물로서 후반부도 챙겼고, 정치물 특유의 후반부도 다 챙겼습니다.

근데... 결말까지 다 보면 이 작품의 본질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 본인의 생각'을 주인공을 통해서, 소설을 통해서 본 작품이 되어버리니깐요.

저는 많은 분들이 이 후반부까지 못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가 처음에 봤던 장르의 재미가 도중도중 끊기거든요.

특히나 헌터물의 재미를 원했다면 못 느끼실 거입니다.

이 작품은 대부분의 웹소설이 가진 특징인 '용두사미'가 아니라 '사두용미' 작품입니다.

그것도 취향을 타는 '사두용미'.

후반부가 대단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엔딩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내놓은 대답에서 애정이 느껴지긴 했지만, 장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 왜 이런 엔딩이?' 하는 그런 결말이었습니다.

마음에 들면서, 동의하고 싶지는 않은 참 미묘한 엔딩이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의 장르는 결국 '글쟁이 S'가 돼버립니다. 설명이 안 됩니다.​

여러모로 잡탕이 되어버린 장르가 돼버리죠.

그래서 남들에게 추천을 하려면 애매한 게 호불호가 갈리고, 취향이 갈릴 것을 아니깐요.

길게 쓰긴 했지만, 이 작품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잘 나타난 심리적 묘사와 등장인물 간의 갈등구도, 그리고 작가의 이념을 표현한 작품.

순문 냄새가 나는 작가인데 개인적으로 취향이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단점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비문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은근히 거슬렸는데 필자는 '리디북스 단행본'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보였습니다. (편집자님, 일 안 하십니까?)

은근히 주인공 편의주의적 전개.

떡밥을 잘 심긴 하셨지만, 작위적이란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개연성은 챙겼지만, 그래도 작위적인 냄새가 어느 정도 나긴 합니다.

이건 작품이 진행되면서 필력이 상승되는 게 눈에 보였기에,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는 요소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

요즘 웹소설 트렌드를 챙기는 척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다른 성향으로 탈바꿈하는 작품입니다.

초반부만 보고 그 재미가 '전부'라고 여기시는 분들에게 중반부부터는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까지 다 보고 그 엔딩까지 재밌게 보신 분들에게는 '명작'으로 기억될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요즘 웹소설 트렌드와 맞지 않습니다.

풍부한 내면 묘사와 등장인물들 간의 내적, 외적 갈등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

전개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무거워져 가는 내용들.

요 근래 웹소설에서 이런 작품이 성공하긴 힘들죠.

하지만 취향이 잘 맞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가뭄의 단비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석) 피카레스크 장르에 대해서

피카레스크가 뭐냐면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이 악당'인 장르입니다.

정통적인 히어로나 주인공의 이미지의 안티테제인거죠.

피카레스크 장르의 주인공은 악한 사람들이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안티히어로들이 나옵니다.

피카레스크를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 주인공이 사상범 또는 쾌락범인 경우로 나눠보겠습니다.

사상범의 경우 범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사상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쾌락범의 경우에는 원초적인 폭력성과 자극성으로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전자의 경우는 '데스노트,코드기어스'가 있겠죠. 후자의 경우에는 '시계태엽 오렌지, 악의 교전, GTA'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피카레스크 장르의 핵심은 바로 '주인공의 악행에 미화나 도덕적 옹호가 없다'입니다.

'알고 보니 착한 놈', '사정이 있는 악행' 이딴 거는 없습니다.

그냥 나쁜 놈이고,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두지 않는 거입니다.

근데 피카레스크가 왜 재밌을까요?

 

그들은 질서를 무시하니깐요. 규칙을 무시하고, 규범을 무시하고, 예절을 무시하고, 존엄성을 무시합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 다 때려치우고 모든 지 갈아엎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싶은 적이 있을 거입니다.

피카레스크물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리 만족물입니다.

동시에 가장 부도덕한 인물들을 보여주기에, 가장 도덕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죠.

매력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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