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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판타지

[리리뷰 293번째] 일천회귀록

by 리름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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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한국신 이세계, 루프
작가 : 플래터
화수 : 222화

 


책 소개글

사내는 강고하게 선언했다.

“다음 삶에서야말로 나는 너를 죽인다.”

『기대하지.』

세상과 함께, 사내의 심장이 찢겼다.

20,0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왔다.

히든 클래스 전직과 비기 획득도 지겨웠다.

모든 것에 지쳐 갔다.

마황에게 죽임을 당하는 순간조차도.

바로 오늘, 강윤수는 999번 회귀했다.

죽거나, 죽이거나.

모든 클래스를 마스터한 남자의 일천 번째 삶이 시작된다.


리뷰

주인공 '강윤수'는 이세계에 떨어진 인물입니다.

첫 번째 삶에서 대장장이로 살다가 '마황'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 본인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2번, 3번 계속해서 죽어나가던 주인공은 마황에게 대적하기 시작하고, 마황은 주인공에게 '자신을 죽이기를 기대한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어떨 때는 차원의 벽을 허물고 지구로 도망쳤더니, 지구로 쫓아와 광화문 광장에서 주인공을 쳐 죽이고 어떤 때는 신대륙으로 도망쳤더니, 신대륙으로 날아와 죽입니다.

도망칠 길이 없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990번째의 삶에서 처음으로 마황의 약점을 발견하고 이번 회귀가 마지막이길 빌며, 1천번째 삶을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2만년의 생을, 오로지 마황을 죽이기 위해 살아온 회귀자의 이야기입니다

***

필자는 이 작품을 읽을 생각이 원래 없었습니다.

회귀물을 너무 많이 읽어보기도 했고 살짝 끝물이라 생각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천 번이나 회귀했다면 달라도 다르겠지 싶어서 봤는데, 상당히 취저였습니다.

취향은 다양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타인에게 당당히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장점 첫 번째는 '먼치킨 주인공'입니다.

필자는 먼치킨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취향은 성장형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먼치킨을 좋아하는 계기는 동경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상승심이 있을 테니깐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먼치킨이지만 부럽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20,004세입니다.

2만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죠.

999번의 회귀(20년x999) + 시작할 때 24세.

어떤 생에선 협상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생은 학살자이기도 했고, 어떤 생은 연금술사였고, 어떤 생은 도둑이기도 했어요.

매우 다양한 직업에서 정점을 찍어본 주인공은 거의 모든 장르에서 정점에 가까운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2만년의 고통스러운 삶은 그를 무감정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999번의 회귀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그토록 많이 봐왔다는 얘기도 되니깐요.

일천번째의 삶을 시작한 작 중 시점의 주인공은 흥미로웠습니다.

오랜 세월은 그를 무감정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효율 중시적인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대화는 반말과 단언이고, 그의 말에는 감정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확신은 담겨있죠.

추가 설명이 없어서 타인에게는 미친놈처럼 보이는 기행과 사기는 보다 보면 즐거워집니다.

하지만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가끔씩 애처롭죠.

지키지 못했던 예전 삶에서의 동료들은 아직도 그의 가슴속에 남아, 주인공을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주인공 강윤수를 지켜볼 때는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생은 꼭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의 장점 두 번째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입니다

주인공이 감정이 없는 무채색 인간이라면, 조연들은 밝게 빛나는 유채색 인간들입니다.

윤수의 시점으로만 작품을 진행했으면 지루해졌을 이야기를 조연들이 밝은 분위기로 이끌게 해 줬습니다.

무감정한 주인공의 사기와 기행에 고통받는 그들의 모습은 즐겁기까지 하죠.

이 작품은 대화가 즐겁습니다.

무덤덤하게 기행을 반복하는 주인공, 한 숨 쉬며 따라가는 주인공 파티들.

짧지만 강렬한 개성의 엑스트라들까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성 있습니다.

죽은 게 아닌 캐릭터는 재사용도 적절하게 했죠.

작가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들이 느껴졌습니다.

 

그 외의 장점들

이 작품의 가장 큰 두 장점만큼 거대한 존재감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소소한 장점들이 참 많습니다.

 

1. 잘 챙기는 복선들

글 쓰다 보면, 복선을 어디다가 잊어버렸는지 두고 왔는지 복선을 회수하지 않는 작가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깔끔하게 챙겨 옵니다.

2. 소소한 재미를 주는 세계관

강력한 켄타우로스 사서들, 오크와 친한 엘프들, 5대 영웅들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기존과 약간은 다른, 묘하게 비틀려있는 클리쉐들은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3. 간결체

작가가 간결체를 쓴 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최고의 선택지였습니다.

그러면서 독자에게도 같이 주인공과 함께하는 파티원들의 마음도 이해를 가게끔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간결체인데도 부드럽게 변해가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

이 작품은 단점이 크게 없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주인공이지만, 빈 부분을 개성 있는 타인물들이 메꿔줬습니다.

용두사미와 설정 붕괴가 판치는 요즘에 스토리는 흔들리지 않고 완결까지 잘 나아갑니다.

지나치게 길지 않고, 적당한 분량의 이야기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죠.

장점이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채롭지 않고 작품만의 매력을 잘 유지하였다 생각합니다.


총평

회귀물이며, 무감정한 주인공과 조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

결말은 마음에 들었으나, 후반부 과정에서 힘이 좀 빠진 게 느껴졌음.

 

개그코드가 맞는다면 명작, 시종일관 즐겁게 읽을 테지만 맞지 않는 사람에겐 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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