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한국식 이세계, 회귀
작가 : ALLA
화수 : 489화
책 소개글
신의 심심함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작된 변화.
그로 인해 멸망한 인류를 되살리기 위해 되돌아온 강 한수의 일대기.
리뷰
필자는 양판소에 나름 관대하다 생각하는 편입니다.
근데 이 작품은 못 참았습니다. 도저히...
이 작품을 돈 주고 산 제 손가락이 원망스럽고, 제 카드한테 너무 미안해지는 작품입니다.
하나씩 뭐가 문제인지 열심히 얘기할 테니깐,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만, 작품을 안 읽은 독자더라도 이 글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
1. 캐릭터는 왜 이렇게 많이 만드셨어요?
시작 프롤로그부터 이 작품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당장 캐릭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무료화 부분, 맛보기 분량까지 살펴봤습니다.
한수, 요정, 켈디안, 강태, 에레스, 태성, 태순, 미희, 지선, 민철, 상진, 길태, 선미, 수열, 대철, 한철, 지민, 강민, 규철, 예린, 승훈, 국진, 국태, 호진
몇 명이죠?
24명입니다.
안 적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12클랜로드, 그 외에 '와 저 사람 뭐지?' 하는 엑스트라들 빼고 대사 나오거나 회상 장면 나오는 인물들이 24명입니다.
한 화에 하나씩 꼴이네요 거의.
문제가 뭐냐면, 이 많은 인물들이 다 개인의 시점으로 얘기하는 장면이 있거나, 주인공과 상호교류를 이룹니다.
...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군상극의 특징이니깐요.
문제는 '독자한테 시간을 안 줘요'
말투는 죄다 비슷하고, 성을 안 붙여서 그런지 이름도 죄다 헷갈렸습니다.
게다가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구분도 안 가는데, 시점의 전환이 난잡해서 'XX가 말했다'라고 붙여줘도 머리가 잘 받아들이지를 못 했습니다.
일반적인 예시를 볼까요?
등장인물이 많은 군상극이더라도, 초반에는 주인공 위주로 가능한 굴립니다.
주인공과 주연급 등장인물이나 주인공에게 중요한 조연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캐릭터성을 누적시킨 뒤에, 독자가 구분할 시간을 주죠.
그래서 초반에는 주인공과 캐릭터들 간의 대화를 통해 암묵적으로 독자들에게 캐릭터성을 내비치죠.
초면에 반말을 하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고, 나이가 많은데도 존대를 쓰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호칭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있죠.
이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추가로 인물들을 하나씩 등장합니다.
괜히 새 조연이 등장하면 그 조연과 연관된 스토리를 위해 한 에피소드씩 할애하는 게 아닙니다.
독자한테 '인식' 시키는거에요.
환장하는 건, 저기 위에 등장한 24명 중에서 머릿속에 남을 정도로 각인될만한 캐릭터는 7명이 다입니다.
한수, 요정, 켈디안, 강태, 에레스, 미희, 상진이 끝.
요정은 NPC니깐 제외, 한수, 켈디안, 강태, 에레스는 최후의 4인으로 작 중 메인 스토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연격 인물들이니 제외.
미희는 페이크 히로인으로 어느 순간 공기화, 상진은 주인공을 위해 움직이는 그림자 같은 어두운 일처리 담당일 줄 알았으나 공기화.
이 뒤에 문제는 더 심각하죠.
적색 지대에 등장하고 또 캐릭터들이 쏟아지거든요.
세기도 힘들었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대충 적어도 미야모토, 월경, 칼츠 모렌, 카밀 로우, 소피아, 테키온이 있고 5대 재앙에 수없이 등장하는 엑스트라들.
주인공들이 새로 얻는 아이템들.
독자가 소화도 안 되었는데 입에다가 강제로 쑤셔 넣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습니다.
캐릭터들 취급이 1회용 휴지 수준입니다.
코 한 번 풀고 버리고, 화장실에서 쓱 한 번 닦고 버리고, 손 한 번 닦고 버리고.
근데 어중간하게 1회용 캐릭터한테 설정을 부여하고, 1회용 캐릭터 시점에서 대사 한 번 할애해주고, 1회용 캐릭터의 혼잣말도 적어주고, 심리묘사도 하다 보니깐 작품이 쓸데없이 늘어집니다. (지루해짐.)
하다못해 각 캐릭터에 대한 개성이라도 제대로 부여해주던가요.
독자가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을 이해할 방법은 지문밖에 없습니다.
글에서 대화를 통해서 캐릭터성을 내비친 뒤에, 행동을 통해서 일관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없고, 모든 등장인물이 목석같고, 평면적입니다.
엑스트라만 그런 게 아니라, 주인공도 딱히 개성이 없습니다.
이 모든 문제들이 합쳐지니 글이 전반적으로 난잡하고, 지루하고, 몰입이 안 되었습니다.
2. 패턴 반복은 어느 정도 비틀어서 쓰셔야죠.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예시를 제가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명탐정 코난에서 1화부터 최신화까지 모두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죽는 인물이랑 죽인 범인, 살해장소만 바뀝니다.
살해도구, 살해 트릭, 살해 동기가 하나도 안 바뀝니다.
누가 읽나요 이거?
이 작품의 패턴은 고정되어있습니다.
1. 주인공과 기존 인물들 간의 대립
주인공 등장 -> 신입이 저렇게 강하다니? -> 그래 봤자 신입이지, 건방지다!(공격) -> 역관광 or 주인공이 위기상황에 숨겨둔 한 수를 꺼냄 -> 치고 박다가 결국 주인공의 승리 -> 위대한 업적 달성 -> 다음 장소로 이동
2. 주인공을 지켜보던 타 세력
주인공 등장 -> 신입이 일을 벌임 -> 훗, 그래 봤자 신입 -> 뒤통수쳐서 이득을 얻을 생각 -> 하지만 주인공이 안배해둔 바가 있음 -> 역관광
3.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
주인공 등장 -> 적당히 사냥하면서 준비 -> 전투 후 승리 -> 보상을 받고 다시 사냥 -> 레벨 한계치 도달 -> 다음 층 이동
이 세 가지 패턴을 등장인물 이름이랑 배경 장소만 바꾸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더 짜증 나는 건 그 과정입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매 층마다 인간관계를 초기하고 가다 보니깐 등장인물이 쓸데없이 늘어납니다.
불쌍한 1회용 캐릭터들이 양산되죠.
주인공이 새로 얻은 아이템들도 계속 나오고, 고유명사들이 우르르 등장하죠.
그래요.
패턴 반복 누가 안 하겠습니까.
코난은 몇십년째 죽음을 몰고 다니고 있는데.
근데, 도중도중에 검은 조직 얘기도 한 번 끼워 넣고, 괴도 키드도 한 번 넣어주고, 조연 인물 얘기도 한 번씩 나오고, 살해 트릭이 매번 다르잖아요.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습니다.
소설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AI가 벌써 생겼나요?
3. 기본을 지키지 못한 문장력
이건 게임으로 치면 패시브 스킬과도 같은 거고 기본적인 약속인 거입니다.
양질의 글의 경우, 동일 단어의 반복을 지양합니다.
똑같은 표현은 가능한 재탕하지 말고, 다른 단어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글이 지루해지거든요.
예시를 들어볼까요.
'그렇기에 히든 피스다. 누구도 잡을 생각을 하지 못 했고, 그렇기에 숨겨져 있었으니까'
-> 그렇기에 히든피스다. 누구도 잡을 생각을 하지 못 했고, 숨겨져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계약보다 더욱 믿을 수 있고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알량한 이해타산으로 묶인, 그렇기에 툭 치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관계가 아니다'
-> 그렇기에 계약보다 더 믿음직하였고,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툭 치면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알량한 이해타산으로 묶이는 관계가 아니다.
무료화 분량인 25화까지, 그렇기에가 60번 가까이 나옵니다.
~기에는 절반인 10화까지 40번가량 나오고, 그렇기에 빼고요.
'그게 최악의 경우 어떤 사건으로 나타나게 될지를 상상했기에'
'벽이 차근차근 그들을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저 빌어먹을 벽을 누가 쳐놨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기에'
필요 없는 부분에 굳이 도치를 썼습니다.
도치는 반전 감도 주지만 이렇게 자주 써놓으면 그 효과가 없어집니다.
같은 말을 대체할 표현이 있는데도, 동일한 단어만 사용하다 보니 독자 입장에선 피로도가 높아지고, 지루해졌습니다.
같은 뜻의 문장이더라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단조로웠습니다.
이 문제는 뒤의 4번 문제랑 겹쳐서 재앙이 됩니다.
4. 지옥의 스토리텔링
주인공을 화자로 설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 과정이 불친절합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주인공만 알고 있습니다.
이 해결방법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필요에 의해서만 공개되고, 우리는 그저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지켜보기만 하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초반부는 차라리 괜찮은 편입니다.
오대 재앙을 잡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재앙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세계관 내에서 뭔가 기발한 방법으로 이들을 때려잡는데, 이 과정을 독자는 지켜봤음에도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특성을 이용해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없으니까 그냥 나중에 '아 이렇게 해결되는구나' 하고 보는 거죠.
이런 스토리텔링은 독자한테 너무 답답합니다.
독자가 책을 읽고 있는 중에는 작 중 사건에 같이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사건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궁금해하며 나름의 해결방안도 생각해보고, 주인공의 행동을 기대하죠.
근데 이 주인공은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이 없는 건 사건 해결방법뿐만 아니라 세계관의 고유명사들도 마찬가지예요.
아이템이 등장하든, 새로운 개념이 나오든, 작품의 등장인물을 통해 크게 묘사되는 게 없다 보니깐 빠르게 질리게 되죠.
... 스토리라도 좋았으면 모르겠는데, 아니, 좋았습니다 초반에는.
자고로 환생을 하셨으면 이 정도로 막힘없는 모습은 보여줘야 할 것이고, 주인공은 언제나 의연하죠.
근데 설정은 어느 순간 망가져있어서 후반부에서는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몇몇 설정은 어설프다 못해 작품의 발목을 잡죠.
거기에 막장 스토리도 집어넣어 주셨어요.
기억상실은 무슨 생각으로 넣으셨어요?
환장하겠네요 진짜...
***
모두 박수쳐주세요. 이 작품을 완결까지 구매한 호구가 접니다.
저는 찬사 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단점이 하나하나 치명적인데, 이 모든 게 한 곳에 어우러져있는 혼돈의 카오스, 지옥의 헬에서 맨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대단하지 않나요?
초반에는 등장인물이 많고, 시점 전환이 난잡하긴 해도, 세계관과 설정이 매력적이라 참을만했습니다.
근데 적당히 하셨어야죠.
종이책으로 봤으면 집어던졌을 거예요. 아이패드라 못 집어던졌죠.
총평
회귀, 먼치킨물이며, 총체적 난국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시는 반면교사로 삼기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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