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올해 제가 읽은 소설들 중 제 취향을 만족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전 소설 읽을 때 좀 취향을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편이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보는 것들은
소설 내의 세계관 짜임새,
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심리 묘사,
소설 내 에피소드의 전개 방식 및 필력 (독자들의 궁금증 유발 및 해결, 떡밥 및 회수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내용이 상식 선에서 돌아가는지.
물론 판타지, 무협, SF 같은 장르에 상식을 들이미는 건 이상할 것 같지만, 제가 말하는 상식은 인과관계를 말하는 거입니다.
예를 들어 헌터 관련 모 소설에서 "다들 C급 D급에서 놀지만 난 회귀자라 시작부터 SSS급으로 졸라 쌤.
졸라 쎄고 이미 정점에 올랐으니깐 혼자 대충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거임.
어 그런데 같잖은 협회 나부랭이가 헌터 등록해야한다고 날 귀찮게 하네?
그래서 때려팼음.
심심해서 던전 한번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떤 헌터가 시비 거네? 그래서 때려팼음."
또는 모 게임 관련 소설에서 "A라는 게임의 랭킹1등인데 게임이 망했음.
그런데 지금 최고로 흥행중인 1위 게임에서 날 플레이어블 보스 몬스터 마왕 역할로 캐스팅하고 싶다고 함.
그쪽에선 현금 수천만원을 제시했는데 난 최소 억 단위는 돼야 할 것 같아서 튕겼는데 수락했음.
일단 마왕이 됬으니깐 플레이어들 수준 봐야 할 것 같아서 인간계로 나간 후 어떤 던전 입구에서 입장을 준비하고 있던 수백명의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고 왔음."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전 이런 개연성과 인과관계를 박살내는 엿같은 상황을 묘사했다는 것을 역겨워서 못 참습니다.
물론 해당 내용들은 실제로 제가 읽어본 소설들 중 몇개의 초반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전 해당 소설의 분위기가 무겁든 가볍든, 소재가 참신하든 진부하든, 내용이 상식적이고, 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세계관이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그리고 빈틈없이 짜여있고, 사람 간의 심리적 대립 및 화합, 정치, 싸움 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이런 전제 하에 올해 본 소설들 중 재미있게 읽었던 몇개 추천해보겠습니다. (올해 봤지만 예전 완결 난 것들이 대부분임.)
1. 후로스트 - 은둔형 마법사
현생을 사는 주인공에게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우연히 주인공의 능력 발현에 의해 뛰어난 마법 지식을 가진 정령체(?)가 소환됩니다.
해당 정령에게 마법적 지식을 배우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큰 스케일로 (다른 차원 등) 표현합니다.
현실에서 홀로 독보적인 마법사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 글쟁이S - 사상 최강의 보안관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으로 먼저 알게 된 작가였습니다.
그 작품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다가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쉬워서 짜증 났는데, 이 작품도 약간 감정과잉으로 결말을 낸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SF 세계관에서 보안관의 직책을 가진 주인공과 주인공을 보좌하는 보안관보가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
후반으로 갈수록 억지로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전작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떡밥을 뿌리면서 키워서 괜찮은 편입니다.
단순히 스토리 전개만 보는게 아니라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주연 및 조연의 환경에 따른 심리상태 및 생각과 정서의 변화 등을 주목하면서 보면 한번 더 생각해 볼 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3. 퉁구스카 - 납골당의 어린왕자
주인공은 모종의 사연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생존하는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그리고 이를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면서 게임 속, 그리고 게임 외(?)에서의 두 가지 배경을 동시에 소개하는데, 이를 통한 주인공의 심리 변화 및 해당 '모종의 사연'을 풀어가는 것을 핵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여태까지 읽어봤던 소설 중 가장 내 취향에 부합하는 필력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4. 미스터 쿼카 - 나는 아직 살아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현실에 좀비가 나타났고,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각성한 주인공이 역경을 해쳐가는 내용입니다.
시작이 너무 뜬금없을 수 있지만,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나오는 변이체들과 주인공의 처절한 싸움 등에 대해 작가의 뛰어난 필력이 압권이었던 작품입니다.
특히 첫 번째 변이체를 묘사할 때, 글로 읽었음에도 굉장히 생생하고 섬뜩해서 정말 빠져들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조금씩 필력이 떨어지다가 2부부터는 그냥 먼치킨 소설이 돼버려서 비추.
5. 수박복숭아 - 대충 망한 판타지의 기사
이건 솔직히 제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나름 무난하게 읽어서 소개합니다.
판타지 계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마법사끼리 외에는 모두가 마법사를 보면 본능적 혐오감을 느끼는데, 유일하게 이런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주인공이 기사가 되어 여행하면서 세상의 비밀을 알아가는 내용입니다.
6. 유주 - 드래곤을 유괴하다
회귀하는 먼치킨 주인공이 모종의 사연으로 헤츨링들을 보호하고 키우면서 발생하는 소소한 에피소드 및 주인공이 처한 환경과 심리 변화들을 중점으로 전개하는 소설입니다.
이건 먼치킨, 사이다물에 절여진 사람들은 좋아하기 힘든 소설입니다.
4명의 헤츨링들과 꽁냥 거리면서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이런 행동들에 의해 당사자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읽다 보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는데 주인공은 어떤 기분과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조연들의 이러한 행동이 심리적으로 주인공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과 상식적이지만 사소한 에피소드의 전개들을 싫어한다면, 조연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암 걸린다고 생각할 거고, 그렇다면 그냥 맞지 않는 소설입니다.
7. 컵라면. - 게임 속 전사가 되었다
시작부터 다짜고짜 게임 속 캐릭터에 빙의되어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며, 현생의 지식은 있지만, 해당 지식은 그저 지식일 뿐 오롯이 해당 캐릭터로서 살아가면서, 본인이 왜 이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찾는 내용입니다.
전개가 굉장히 깔끔하고 빠르며, 떡밥과 회수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먼치킨 소설이지만 세계관과 상식을 지키면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먼치킨을 묘사해야 하는지 정석적으로 보여주는 필력입니다.
8. 흉적 -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
본인의 기억이 봉인된 상태로 깨어나 왜 본인의 기억이 봉인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기억인지를 찾아가는 것을 대전제로 진행되는 SF 추리소설입니다.
수준급의 필력으로 SF소설을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도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의 뛰어난 두뇌싸움과 차근차근 전개되는 세계관과 필요지식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쌓이면서 독자와 같이 비밀을 밝혀나가는 전개가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들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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