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올라서 쓰는 글인데 읽는 도중에는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연재 중단 때문에 아쉬움이 남게 된 작품들이나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필자는 예전에 라노벨을 진짜 좋아해서, 작품이 나오면 매달 꾸준히 사서 봐서 나중에 대학에 들어간 뒤 한 번 날 잡아서 알라딘 중고서점에다가 모아둔 책 팔았을 때 그 돈 만으로 10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대충 어림 잡아서 1600권 정도였던거 같은데, 라노벨이 흥이 식는 이유가 이런 연중작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라노벨의 전체적인 퀄이 떨어진 것과 필자의 흥미가 식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추억팔이라 생각하고 한번 보세요.
1.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90년대생이면 아마 하루히란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본 서브컬처계에서 쓰는 '모에'라는 단어의 시초고, 나온 당시에 압도적인 인기로 모든 작품들 다 때려잡고 애니화에서 오프닝에 등장인물들이 춘 춤은 그 후로 한동안 애니 오프닝이든 엔딩이든 캐릭터 춤추는 장면을 보게 했으며 '히라노 아야'라는 성우를 한 번에 성우계 최고의 탑스타로 이끈 작품입니다.
애니는 여러 의미로 참 대단한 시도인, 엔들리스 에이트로 대단한 어그로도 끌었고 많은 분들의 입문작일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을 모르는 분들에게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려면 라이트노벨 초판 판매 부수가 '51만 부'를 팔았고, 전 세계 시리즈 누계 부수가 2,000만 부이고, 애니에 등장한 OST는 유튜브 조회수가 9천500만입니다.
어지간한 라노벨 역대 1위 타이틀은 얘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2천년대 초반은 그냥 하루히가 지배한 시대에 가까웠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시리즈였지만 지금은 망했습니다.
이 작품은 머리가 좀 이상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고등학교 입학 후 주인공 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SF 학원 판타지입니다.
하루히 시리즈를 이제 막 알게 되신 분들에게도, 1권 만은 읽어보라고 한 번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1권 만으로 완벽한 기승전결의 요소와 엔딩이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서브컬쳐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그 영향은 세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모에라는 단어를 가장 확고하게 정착시켰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죠.
물론 이 작품 이전에도 히트한 애니메이션들은 있었고 에반게리온이 그 대표였죠.
근데, 이 작품이 엄청난 히트를 이끈 후에 일본 문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주연 성우들은 스타덤에 올랐고, 쿄 애니는 브랜드 취급을 받았고, 카도카와는 이때부터 확고한 위치에 올랐죠.
라이트노벨이라는 업계의 상업성이 어느정도인지 인지시켰고, 라노벨을 애니메이션화, 캐릭터 상품, 웹라디오, 캐릭터 싱글이나 성우 라이브 등으로 폭을 넓혀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2007년에 뜬금없이 발매 연기 공지를 냈습니다.
당시 라노벨을 사보시던 분들은 알겠지만, 일본에 이미 어느정도 출판된 작품을 번역해서 한국에 출간하는데 보통 3달에 신간 한권씩 나오던 패턴이었는데 이 작품은 잘 나오다가, 9권에서 뜬금없이 연재 연기를 합니다.
누가 알았겠어요? 이 연기가 2011년까지 갈 줄이야.
4년이면 어떤 작품에 대한 인기가 식기 충분한 시기였다 생각했지만 10권이 4년만에 재발매한다 했을 때, 초판 판매 부수가 51만이었습니다.
라노벨 초판 발매부수가 10만을 넘기면 인기작이고, 30만 넘으면 그 시대를 주도하는 트렌드 급인걸로 생각하면 여전히 대단했지만 이후 또다시 연재중지.
그렇게 해당 작품의 11권이 나온 이후로 10년 이상 지났고, 일본 현지에서도 뒷 내용이 감감무소식이라서 이미 다들 연재 중단이라든가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이제 신간이 나오는 건 반쯤 포기했었는데, 어째선지 일본 현지에서 바로 얼마 전인 작년 말쯤에 갑작스럽게 최신간인 12권 <스즈미야 하루히의 직관>이 새로 출간되어 나왔었습니다.
다만 10권에서 11권 사이에 10년 이상 시간이 걸렸던 걸 생각하면 과연 완결이 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전혀 짐작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작품을 재밌게 봤어서 그런지 배신감이 더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인기가 식어버린 아쉬운 작품.
다시는 이런 작품이 안 나왔으면 좋겠네요.
2. 나인에스
이 작품에 대해 가볍게 설명하자면, 미네시마 유지로라는 역사에 남을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만든 오버테크놀로지 발명품과 그의 지식을 모두 물려 받은 그의 딸, 미네시마 유우와 주인공 사카가미 토마가 겪는 이야기입니다.
미네시마 유지로의 발명품들은 '유산'이라고 불리는데, 이게 하나같이 사기급입니다.
주인공은 마나메 가문이라는 세계 최고의 가문 중 하나의 자식인데, 가진 능력이 요즘 보면 전형적인 중2병이죠.
살인자의 인격과 일반인의 인격.
월희의 토오노 시키랑 비슷하다 생각하면 딱 편합니다.
뭐, 여하튼 제법 웰메이드 수작입니다.
작가 나름의 세계관이 재밌었고, 주인공과 히로인의 애정전선과 조연들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었던 작품입니다.
또, 삽화가가 야마모토 야마토인데 필자가 되게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야마모토 야마토님 삽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전파적 그녀>, <쿠레나이>, <종말의 세라프> 등이 있죠.
이 작품은 '아는 사람은 아는 작품'이었고 제법 괜찮은 팬덤을 가지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9권부터 슬슬 발매 기간이 느려졌습니다.
제 기억으로 처음엔 반년, 그다음에는 2년 이런 식으로 느려졌던 거 같습니다.
작가님이 글감을 얻기 위한 원동력의 취미가 등산이었는데, 이 인간 쉬는 동안 에베레스트를 찍고 왔더군요.
2019년 8월에 12권이 일본에서 발매된다고 한다... 고 했다가 다시 무기한 연기 공지가 나왔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출판사가 판매량이 적자에 가까운 상태라서 연중 된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남는 작품이라서 추가해놨습니다.
상당히 재밌게 봤었는데 아쉽네요.
3. 쿠레나이
키타야마 켄타로라는 작가가 쓴 작품인데, 필자가 상당히 재밌게 봤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요즘 감성으로는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그때 감성이 이랬었습니다.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액션 스릴러 & 능력자 배틀물인데 주인공 '쿠레나이 신쿠로'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성장물입니다.
작품의 세계관이 일본 라노벨 답지 않게 밝지 않고, 되게 염세적이고 잔혹합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되게 매력적이었었죠.
또, 작품이 되게 충실하게 기승전결 구도를 갖추고 있어서 한 권 한 권이 되게 깔끔하게 끝나는 옴니버스 형식이었습니다.
취향만 잘 맞는다면 정말 재밌게 볼 작품이었고, 필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인 '야마모토 야마토'의 팬이라서 즐겁게 봤었죠.
네, 봤었어요... 보고싶어도 못 봅니다.
작가가 접었거든요.
작가가 진짜 실망스러운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4권은 미완성 원고를 줘버려서 본편의 순수 분량이 100페이지 조금 넘습니다.
라노벨 평균이 200페이지 조금 넘는 정도인걸 생각하면 반 밖에 안 되는거죠.
4권 내고는 6년을 쉬고는 5권이 나왔지만, 이 작품은 이미 죽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작가가 글을 쓸 의지가 없고, 작업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태도가 이미 글러먹었습니다.
이 작품이 궁금하면, 쿠레나이 코믹스를 보기를 권장드립니다.
소설 기준 4권까지 충실하게 완결했고, 도중에 오리지널 스토리도 넣어서 적절히 10권까지 완결났습니다.
야마모토 야마토님의 화풍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4. 제로의 사역마
2000년대 츤데레 캐릭터 본좌 3인방 중 하나입니다. (아이사카 타이가, 샤나, 루이즈)
쿠기미야 리에라는 성우를 츤데레 전문가로 인식시켰고, 또 작품 자체도 상당히 재밌었고 애니화가 상당히 흥했죠.
플롯 자체는 전형적인 이고깽입니다.
주인공 '히라가 사이토'는 어쩌다 이세계에 소환되어 '루이즈'의 사역마가 되죠.
루이즈는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지만, 주인공은 간달프라고 해서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웨폰 마스터 개념의 먼치킨입니다.
전형적인 하렘뽕빨물, 츤데레 캐릭터의 매력, 그러면서 멋질 때는 멋진 주인공.
주인공의 '지구를 얕보지마라! 판타지!'라는 대사는 아직도 필자가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당시 서브컬처계를 생각해보면 상업성이 충분했는데, 의외로 고퀄입니다.
발매 당시에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요즘엔 재평가도 이루어질 정도죠.
생각보다 잘 된 고증에다가, 작가의 필력도 괜찮고, 세계관이 잘 짜여있는 데다가, 복선도 괜찮습니다.
애니화도 상당히 잘 돼서, 오프닝, 엔딩은 다 준수하게 뽑았고 작화도 무난했었습니다.
20권까지 잘 달리고 있었고 스토리는 완결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떡밥을 점차 풀어나가는 과정이었죠.
근데 작가님이, 암투병 끝에 사망하셨습니다.
후우... 이때 정말 진짜 저는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19, 20권은 이제 막 본처 정하기를 끝내는 상황이었는 데다가, 세계관은 결말을 향해, 절정을 향해 달리는 과정인데다가 20권 막바지에 좀 의미심장한 복선이 등장했습니다.
완결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작가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유작이 되어버렸죠.
다행히, 작가님이 마지막 플롯을 출판사에 넘겼고, 사망 후에도 이어나갈 작가님도 준비해놨어서 완결은 나왔지만 역시 다른 작가가 대필한 점이라서 아쉬운 점도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하렘뽕빨물인지 알았지만, 의외로 잘 짜인 설정과 작가님의 필력 덕분인지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5. MM!
어... 이 작품은 아는 분들이 많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소재 자체가 되게 마이너하거든요.
이 작품은 SM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여자 한정으로 욕설이나 폭행을 당하면 극도로 흥분하는 주인공인데 자신의 M 체질을 고치려 봉사부라는 이름의 막장부에 들어가 오히려 자기 못지않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어... 러브코메디...? 물입니다.
주인공이 M이라서 여자한테 하악대는거 빼곤 상당히 개념박힌 괜찮은 인간입니다.
전형적인 하렘물 주인공들 있잖아요?
평소엔 가볍지만, 중요한 순간에 멋진 그런 캐릭터.
그래서 왠지 모르게 싫지는 않은 그런 놈입니다.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변태를 위한 작품이란 점입니다.
주인공은 극 M 에다가 히로인은 극 S, 여장남자, 브라콘, 팔불출, 매드 사이언티스트, 로리콘, 오타쿠...
뭐 제정신인 인물이 없습니다.
근데 위험도서로는 안 느껴졌습니다.
상쾌발랄한 가볍게 즐길만한 개그물에 러브코메디를 섞은 작품입니다.
은근히 재밌게 읽었었습니다.
작가님이 10권을 집필한 후에 급사하시기 전까지는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작가님이 10권 집필하고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10권이 본격적으로 애정전선이 시작되는 권이어서 그런지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다!'라는 느낌이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작가님이 돌아가셔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충공깽으로 작가님이 마지막 권에서 주인공에게 뒤를 부탁한다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고인드립이라니.. 허허...
애니화도 되긴 했는데, 성우가 의외로 고퀄리티입니다.
주인공 성우가 일단 '후쿠야마 쥰'이고 당시에는 별로 안 유명했지만, 데레마스 성우진들이 3명이나 끼어있습니다.
이 외에도 트리니티블러드, 바람의 성흔 같은 미완결작들도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데다가 바람의 성흔은 제가 되게 재밌게 읽지 않았었고, 트리니티 블러드는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작품마다 미묘하게 연재중단 이유가 다른 라노벨 작품 5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거라 개인취향이 좀 농후하게 들어간 작품들인데 요즘 다시보라고 하면 솔직히, 다시 못 볼거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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