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판단하는 바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2019년 기준으로 가장 인기 좋았던 무협 셋을 뽑아서 사람들이 3대장이라고 불렀었습니다.
환생표사, 절대검감, 화산귀환.
저 세 개를 다 본 입장에서 각 작품의 장, 단점에 대해서 혹시나 앞으로 볼 사람들을 위해 가볍게 써 보겠습니다.
제일 아래 세 줄 요약.
1. 신갈나무 - 환생표사
개인적으로는 세 작품 중 가장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자고로 환생이든, 회귀물이든 간에 '전'과 '후'가 다를수록 카타르시스가 큰데 이 작품이 그런 점을 가장 잘 살렸습니다.
주인공은 표국에서 쟁자수라고 가장 최하위 말단 직원이었고, 절름발이였는데 마교의 습격을 받고 눈을 떠보니 유명한 표국의 개망나니 막내아들로 태어납니다.
이후 전생의 쟁자수 짬밥 + 기억으로 승승장구하는 내용입니다.
장점은 뭐 이래저래 있는데.
1) 표국, 표사 얘기가 주라서 타 무협과는 좀 달라 보일 수 있는 점
2) 협을 강조하는 편이라 의협 쪽에 취향이 맞다면 뽕맛을 느낄 수 있는 점
3) 무협지의 단점인 자잘한 무공 설명 등을 최소화하고, 빠른 전개로 사이다를 주기적으로 들이붓는 장점
4)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보상이 있으면 쾌감이 좋음. (ex. 새로운 무공이나 비급을 얻었다 등등)
근데 환표는 표사 얘기다 보니깐 그게 다 돈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얼마나 성공했는가'가 잘 보입니다.
5) 메인 히로인을 잘 만들어뒀고, 그 히로인과 티키타카가 참 좋음.
다만 단점 또한 명확했습니다.
주인공이 표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표사가 되기 위해 포기한 것에 비해 너무 빈약해 보여서 몰입을 깰 수 있습니다.
이건 환표 초창기부터 내내 얘기가 나온걸로 아는데 '도대체 주인공이 환생까지 해서 왜 쿠팡맨이 되고 싶어 하는가?'의 논란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깐 이해가 가드라.)
주인공은 표사가 참으로 멋있다고 생각해서 표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에 비해 포기한 게 좀 큽니다.
황실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화시 장원급제, 엄청난 수준의 무공 등등.
그래도 작품이 진행되면서 표사의 멋짐을 작가가 계속 강조하긴 했지만, 초반에 주인공이 얘기했던 것은 독자들이 뒤로 넘어가기에는 조금 빈약한 의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평이 갈릴 듯.
2. 한중월야 - 절대검감
그 유명한 '혈교혈교 혈혈세'의 작품입니다.
한중월야 작가의 이전 작들인 나노마신, 마신강림도 다 본 입장에서 기존 두 작품은 용두사미, 뇌절의 향연, 공기화 히로인, 지나치게 강한 주인공 등등 짜증나는 기억밖에 없어서 보기 많이 망설였지만, 막상 보고 나니 전 작품들에 비해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혈교에 강제로 납치되서 키워진 무공이 없지만,(단전이 파괴되었음) 뛰어난 첩자 실력으로 무림맹에서 10년 가까이 첩자짓을 하다가 죽는데, 죽는 순간 검선이 남긴 검선지보를 통해 자기가 혈교에 납치되던 날로 돌아옵니다.
이 회귀 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들 + 회귀하면서 얻은 검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들을 적극 활용해서 승승장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의 장점들은 전작에서 가지고 있던 장점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1) 일단 전개가 자극적이며 보다보면 매 번 뒤가 궁금해지게끔 만듬.
2) 떡밥도 잘 심어뒀으며 후반까지 독자를 끌고 갈 원동력도 있음.
3) 히로인들도 하나 같이 매운맛 히로인들이며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는 히로인들도 아니라서 또 괜찮음.
이 모든 장점을 하나로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대로 '아침드라마'입니다.
작중 세계관은 무협이지만, 전개가 아침드라마다 보니 이 자극적인 맛에 적응되는 순간, 다른 작품은 보지도 못할 정도로 길들여져 버립니다.
참 강렬한 작품입니다.
작가가 전작에 비해서 어마무시하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단점은 여전합니다.
1) 그놈의 뇌절, 극후반부 밸런스 붕괴.
2) 여운없이 조금 급하게 끝낸듯한 엔딩.
솔직하게 저는 저게 단점이라고 안 보는 게, 작가의 전작들을 봐서 단점이란 생각이 안 들고 오히려 감지덕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전작인 마신강림 후반부 2권에서 뇌절하는 거 보고 작가한테 정 떨어졌지만, 이번 작품은 진짜 마신강림 생각해보면 정말 무난하게 끝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한중월야 작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뇌절로 보일 것이고, 끝이 아쉬울 듯합니다.
3. 비가 - 화산귀환
지금이야 그렇지만 그 당시 나머지 두 작품의 명성에 비하면, 솔직히 억지로 3대장 맞춘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또한 취향만 잘 맞는다면 나머지 두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그렇지.
이 작품은 주인공이 '화산제일검'이라 불리던 절대고수인데 마교의 침공에 저항하여 천마와 동귀어진 한 뒤, 한 거지의 몸으로 환생하며 시작합니다.
근데 자신이 환생하고 보니 세상은 100년이 흘러있었고, 구파일방, 이름 높던 검문이었던 자신의 사문 '화산파'는 망해 죽기 일보였습니다.
주인공은 화산파에 들어가서 그 문파를 재건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문파재건물'로 보면 가장 이해가 편합니다.
이 작품은 호불호가 너무 강합니다.
그래도 일단 장점으로 뽑자면.
1) 각 정파의 특징을 잘 살린 무협
이게 뭐 올드 무협 팬에겐 '당연하고 아냐?' 일 수도 있는데, 작가가 등장하는 문파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잘 캐치한 점에서 좋았습니다.
하필 앞의 환생표사는 표국 얘기라 문파 얘기가 좀 적었고, 절대검감은 혈교 얘기인데다가 설정이 좀 달라서 익숙함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화산귀환은 익숙함에서 오는 든든함이 있어서 장점처럼 느껴졌습니다.
화산과 종남의 라이벌 관계, 무당, 사천당가, 소림 등등.
'해당 문파끼리 왜 그런 관계가 되었는가'에 대해 작가가 고민해서 잘 써냈다고 생각합니다.
2) 무협지 특유의 '은원'에서 '은'을 강조한 내용에서 오는 뽕맛.
아무래도 망했던 화산의 문파 재건기다 보니깐 과거의 은혜를 기억해준 애들한테 주인공이 보상해주고, 은혜를 갚는 내용들은 참 뽕맛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무협에서 '협객행'을 훨씬 좋아하는 제 취향에도 맞았고.
'화산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대사에서는 오랜만에 구무협 뽕맛도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호불호 갈릴 점들.
이게 취향맞는 사람은 장점이라고 하고 잘 볼거 같습니다.
근데 여기서 안 맞는 사람은 이게 단점이고, 이 작품을 못 볼 이유가 될겁니다.
1) 마치 찐따가 인싸가 되려 한듯한 문체로 쓴, 비뢰도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전생에도 망나니였지만, 나이 80먹은 노인네가 하는 짓은 10대 보다 못한 정신연령과 행동을 보입니다.
화산에 가기 전까지 초반 10화 정도, 이 부분이 지나치게 역겨웠습니다.
찐쓰러운 문체에, 이질감이 미쳐 날뛰는 주인공의 언행 등이 지나치게 하차 마려웠습니다.
근데 화산파 애들 만나면서 좀 사람다워집니다.
좀 사람다워진다는 건 '문체'를 얘기하는 거입니다.
화산파 만나기 전까지 문체는 지나치게 역겨웠으나, 화산파를 만나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망해버린 화산파를 보고 좌절하는 주인공', '재건을 위해 힘쓰는 주인공', '망한 문파지만, 사문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주인공' 등이 서서히 나오면서 볼만해집니다.
비뢰도도 똑같지만, 주인공이 평상시 개망나니 짓을 많이 할수록 가끔 가다 등장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독자들은 더 열광할 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게 좀 올드한 주인공 상이란 점, 평상시 행동이 취향에 안 맞을 경우 작품을 아예 못 볼 수 있다는 점.
여기서 첫 번째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겁니다.
만일 주인공이 애 같은 행동을 해서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은 그냥 초반 좀 넘기고 화산파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는 부분 보면서 딱 '화종지회'편까지만 보면 될듯합니다. (거기서 더 볼지 말지 결정이 날거임.)
저도 초반에 10화까지 보고 역겨워서 하차 마려웠지만, 화종지회 보고 더 보기로 마음이 굳었습니다.
2) 느린 전개, 지나치게 반복되는 원패턴.
작품을 다 본 사람 입장에서 얘기하면 이 작품 전개상으로도 아직 한참 남은 거 같습니다.
이 스피드로 가면 완결은 언제할련지 싶습니다.
이게 일일연재로 한 화, 한 화 쫓아가면 잘 못 느낄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리들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한 번에 다 몰아보다 보니깐, 전개는 진행된 화수에 비해 느리고, 패턴은 원패턴으로 상당히 단조로움...
2-1) 사건이 터짐 or 해결하고 돌아온 주인공이 새 사건에 대해서 들음.
2-2) 주인공이 문제 해결을 위해 타문파, 지역으로 이동하며 가는 과정에서 동문들 수행 or 괴롭힘(비뢰도의 그것과 동일함)
2-3) 새 지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처음엔 놀람.(ex: 저것이 '화정검!', 저 녀석이 정말 '화산신룡'이란 말인가?)
2-4) 주인공 똘마니들이 열심히 분투하지만, 결과적으론 주인공이 해결.
2-5) 이 과정 중에 떡밥 살짝 해결, 새로운 떡밥 살짝, 새로운 인연 추가.
2-6) 화려하게 귀환. 장문인이 뭐라하며 재경각주가 장문인 까고 어화둥둥 해주고 똘마니들은 다른 똘마니들 쉬고 있었다고 다시 갈굼.
2-7) 새로운 사건. 1번 반복.
이게 뭐, 상대 문파가 누구냐, 지역이 어디냐의 차이만 있지 전개가 천편일률적입니다.
그렇다보니 작가가 연금화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더욱이 전개도 느리다보니...
한 중반까지는 화산이 강해지는 과정이어서 그냥 쓰윽 봤는데, 일정 궤도에 오르다 보니 저 원패턴이 눈에 거슬립니다.
볼 게 없어서 계속 봤으나, 새로움이 안 생길 거 같아서 뒤가 어찌될지 되게 두근두근하다던가, 다음이 궁금하진 않았습니다.
뒤에 어떻게 될지 대충 보이다 보니... 이건 치명적 단점이라고 봤습니다.
환생표사는 애초에 주인공이 명성도 쉽게 쉽게 못 얻었고, 전개 자체가 상당히 신선했고, 히로인과 티키타카도 있어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절대검감은 전개 자체가 아침드라마 전개인 데다가, 어마어마하게 자극적이어서 이 뒤가 어떻게 될지가 내내 궁금하게 만들어놨습니다.
근데 화산귀환은 원패턴이라 뒤가 훤히 보이다 보니 뒤가 기대가 잘 안 되었습니다.
세 줄 요약
1. 재미, 완성도 다 따지면 제 기준에서는 환생표사 > 절대검감 > 화산귀환임.
2. 환표는 마지막까지 폼을 유지했고, 절대검감은 극후반부에서 뇌절이 있었고, 화산귀환은 전개가 원패턴이라 아쉬움.
3. 셋 다 호불호가 있는 작품이지만, 취향이 맞으면 킬링타임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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