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판타지
작가 : 양파랑
화수 : 176화
책 소개글
400년 만에 깨어난 용사는 자신을 지켜주던 [가호]를 잃었지만, 다시 한번 용사의 길을 걷는다.
용사를 치료하게 된 성녀는 이미 만신창이로 상처 입은 용사가 구원받았으면 한다.
모든 걸 불태워서라도 다시 한번 전장에 서려는 용사와 그런 용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성녀의 우울하지만 유쾌한 이야기.
리뷰
첫 화를 읽었을 땐 감상이 이랬습니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가벼운 첫 화 내용도 그렇고.
또 은퇴한 용사가 다시 마왕을 물리치겠다며 깽판치고 다니는 라노벨식 먼치킨물인가?
별로겠는걸?"
딱 저랬는데 몇 화 더 읽었을 땐 이랬습니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가벼운 내용도 그렇고.
은퇴한 용사가 다시 마왕을 물리치는 라노벨식 용사물이 맞는데,
좀 재밌네?"
아, 표지는 인상이 좀 다른가?
요게 맞지...
저 표지의 수녀님이 소설의 메인 주인공 중 한 명인 '소티스 성녀'인데 정말 골때리는 캐릭터입니다.
이 소설은 알고보면 굉장히 새드한 시리어스물인데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와장창내서 이야기에 무거움을 덜어냈습니다.
소설 초반부도 용사와 성녀의 시점을 대비시켜서 서술함으로써 자칫 무겁고 클리세적일 수 있는 용사의 생환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습니다.
도전성이 강한 소설 도입부도 그렇고, 그걸 밀고 나갈만한 캐릭터들의 매력도 그렇고 작가의 장점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거기에 떡밥을 조금씩 흘리면서 캐릭터의 과거를 풀어내는 솜씨도 뛰어났습니다.
조금 아쉬운 건,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인물들이 가벼워져서 취향에 조금 벗어난다는 정도.
치매걸린 노인이 가끔씩 제정신을 차릴 때처럼 진중할 땐 굉장히 무게를 잡지만 그래봤자 평소 이미지가 어디 가는 게 아닙니다.
일본 이세계 용사 소환 방식으로 불러온 용사와 마왕을 필두로 세계를 침공하는 악마들.
용사와 마왕이란 전통적인 대립 구도에 캐릭터의 과거배경, 주신의 축복 등 이것 저것 살을 덧붙인 이야기의 결과물이 '연약한 용사님에게 수면약을 탄 물을 건네는 음흉한 성녀님, 결국 용사는 강제로...'
따위 망측한 물건이 튀어나온 게 좋았습니다.
필력이 개명작 까진 아닌데 취향 이랑 개그코드 맞으면 개띵작이 될 수 있는 작품.
내용이 약 빨땐 약 빨고 진지할 땐 진지해서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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