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리뷰라기보다 스토리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기록합니다.
스토리 대개의 요소들은 이원론적으로 구별됩니다.
갈등은 선과 악, 개인과 시스템으로 구분되어 대립하고, 좋은 영화들은 역동적인 사건들을 포함하면서도 선악의 경계를 허물어 버립니다.
그런 부분에서 봤을때 <프리 가이>라는 영화의 플롯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심히 거슬렸던 부분이 회사 사장으로 나오는 앙트완이었는데, 이놈의 캐릭터가 얼마나 얄미운지 모르겠습니다.
복합적인 이유로 그럴것이라 생각하는데 앙트완은 첫째로 굉장히 1차원적인 캐릭터입니다.
'착한척'이라도 하는 위선자라면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돈을 목적으로 인력과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착취하는 모리배입니다.
사실 그런부분에서 오히려 캐릭터의 생동감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니 캐릭터가 얄밉다기보다 캐릭터를 그렇게 설계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앙트완과는 반대로 주인공 '가이'는 게임속 NPC로서 굉장히 순수한 캐릭터입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생동감있는 캐릭터인데, 이러한 전략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에서 해리포터는 자신이 마법사인걸 평생 모르고 살다가 마법세계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읽는 독자와 캐릭터가 세계관을 경험하는 속도와 깊이가 일치합니다.
그런면에서 캐릭터의 감정과 관객의 거리는 가까워지는 이점이 있고, 연출자는 설계한 세계관을 매우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영화 속 가이는 유저들이 사용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면서, 자신이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게임으로서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그것은 오락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또한 가이라는 캐릭터가 다차원적인것은 유저가 게임하는 동안 게임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에 비해, 가이는 반대의 노선을 걷는다는 것입니다.
'선역'으로서 오히려 혼란속에서 질서를 세우는 클리셰이지만,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그런 캐릭터의 순수성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사실 나중에 느껴지는 스토리의 불안함이, 이 지나친 순수성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중반부터 스토리의 삐걱거림이 상당히 느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주 '밀리'와 함께 인공지능 코드를 개발한 '키즈'는 애매한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선역으로 돌아설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앙트완이라는 캐릭터가 독보적 악역인 것에 그 이유가 있고, 잠시 기업적 마인드에 정체성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공지능을 낳은 부모라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즈는 앙트완의 기업(시스템)에 속해있으며, 인공지능의 자유를 욕망하는 밀리와 가이의 노선을 같이하지 않습니다.
밀리와 키즈는 결국 인공지능의 자유를 외쳐야 하는 운명이지만, 밀리와 키즈 둘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발생하는 서브플롯 안에서 맴도는 느낌이지 가이의 플롯에 그 서브플롯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이의 플롯이 깊지가 않은 데에는 첫 번째로 가이는 사실 누군가에게 자유의지를 의무적으로 떠밀리는 존재도, 둘째로 스스로 가상의 존재라는 회의를 깊게 느끼지도 않는 존재입니다.
전자를 고찰해보자면 가이는 스스로 게임속에서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존재이며, 그것에 대한 갈등이 가이의 삶 안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앙트완이 밀리의 코드를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밀리에게 발생하는 갈등이지 가이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후반부에 가서야 게임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온다고 하지만 스토리 전체에 작용하는 갈등요소가 아니다보니, 스토리의 외적인 부분에서 기능적으로만 작동합니다.
결국 가이가 마주하는 실존적인 삶에, 그의 자유의지를 방해하는 요소는 크게 존재치 않습니다.
즉 그저 게임안에서 주체적으로 자유의지를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로 게임 속 허상일 뿐임을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갈등역시 깊지가 않습니다.
결국 영화는 시간이라는 도화지를 활용하는데, 가이가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끼는 과정은 길게, 혹은 깊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버디라는 소중한 관계가 있기에 삶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전형적인 과정은 충분히 훌륭하지만, 사실 피상적인 것에 그칠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왜 스토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느냐면, 선과 악의 이원론적 균형이 맞지않기 때문입니다.
앙트완의 자본주의적 횡포에 맞서기 위한 힘이 와해되어 있습니다.
가이는 세상물정을 모르고, 밀리와 키즈는 제각기 따로 놉니다.
앙트완은 굉장히 명백한 악으로 등장하지만, 가이는 마치 아무것도 세상물정을 모른 채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선한 멍청이이기 때문입니다.
악에 대응하는 충분한 비중을 만들어내려면 가이가 능동적으로 악에 대처할 수 있는 캐릭터로 성장하거나, 다른 캐릭터를 비롯하여 작은 격류들이 커다란 선의 능동성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에 대항하는 힘이 작은 힘들의 합인것처럼.)
하지만 앞서말했듯 가이는 영화내내 계산적이지 않은 인물인데 비해, 주변의 선한 인물들이 제각기 서브플롯 안에서 갈등합니다.
가이를 사랑하는 밀리는 결국에 서로다른 세계관을 살아가기에 실제적인 정서교감을 누릴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이와 밀리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변화는 '인간적 성숙'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밀리는 가이와 사랑아닌 사랑을 하거나, 정체성인 모호한 키즈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가이에게 앙트완에 맞설만한 매력을 부여하려면 버디를 사랑하는 여성 캐릭터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책임감은 갈등에 맞서기 위한 가장 강한 원동력이 되며, 또한 그러한 행동은 순진하기만한 가이에게 다른 차원의 삶을 살게합니다.
그 책임감의 원천을 버디가 아니라 여성캐릭터로 바꾸었어도 충분히 버디는 써먹을만한 캐릭터라는 것에 의의도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앙트완을 위선자로 세팅할 수도 있습니다.
대놓고 초반부터 자본가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 캐릭터를, 유저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위선으로 포장된 삶을 사는 캐릭터로 세팅한다면 영화를 보는동안의 불편함이 억눌러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그 편이 지금의 전체적인 틀에서 효과적일 수정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스토리의 깊이가 옅어져만 가는 요즘 컨텐츠들에 비해, 가상세계의 존재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뼈대로 가져온 것이 매우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게임 컨텐츠의 요소들도 유머러스하고 참신했습니다.
다만 영화안에서 덩어리를 이루는 모든 서브플롯과 사건들을 아우르는 것은 결국 '그릇'입니다.
인류애적 가치를 관객에게 가르치려 들지않고, 결국 악행을 선택하는 스토리조차, 결국 인류애가 바닥났기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정당행위로 그려집니다.
<아저씨>에서 주인공이 조폭을 학살해야 하는 것도, <조커>에서 아서가 불행한 삶을 견뎌낸끝에 미쳐버리는 것도 결국 인류애에 대한 희망을 더 이상 그려낼 수 없기에 개연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요는 20%의 악행이 정의가 되려면 '80%의 선행이 부질없다.'이라는 핑계를 만들어야 하므로, 결국 영화의 전체 뼈대는 인류애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사실 '관객에게 교훈을 가르치는 영화', '해피엔딩이라서 뻔한 영화', '클리셰'와 같은 비판의식에 대하여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선한 인물없이 범죄가 주 컨텐츠인 <아수라>, <vip>, <부당거래>와 같은 영화들조차 악한들은 결말에가서 죄다 죽는다.
그 말은 무엇인가, 결국 인류애보다 악행을 우상시하는 컨텐츠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라스 폰 트리에 같은 미친 감독을 예외로 두고. 사실 보기에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과 감수성을 사랑한다.)
그런면에서 <프리 가이>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그릇(인류애적, 인간적 갈등)이 나는 충분히 넓고 깊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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