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판타지
작가 : Thursday
화수 : 345화
책 소개글
갑작스런 이세계 전이로 한 많은 삶을 살았던 이재훈
죽음과 함께 꿈으로만 그렸던 지구로 돌아온다.
하지만, 자신이 이세계 진입 전의 지구로 왔음을 깨닫고 마는데…….
리뷰
중국 당나라 고승의 유명한 화두가 있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우상을 타파하고 허황된 진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란 뜻이죠.
이 소설 또한 그저 화두에서 제목을 따온 게 아니라 주인공이 신들을 죽임으로써 신에게 맹목적으로 기대는 이세계 사람들이 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는 트리거 역할이 됨을 뜻합니다.
'신을 만나면 신을 죽이고'
줄여서 '신만신죽'은 이유도 모르고 이세계 '발레라스'로 끌려간 주인공이 세월이 지나 죽음과 동시에 회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회귀까지 경험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차원전이를 한 이유를 모르는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 분노를 품습니다.
그렇게 들판에 누워서 그리움에 잠긴것도도 잠시, 이번 삶이 이전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낍니다.
위대한 모험가 오도넬의 구조요청으로 신의 유적에 입장하게 되고 거기서 '베카'라는 칼과 만나게 된 것이죠.
그리고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베카 : "너 이세계 사람이네? 나랑 계약해서 신을 죽여야함!!"
주인공 : "그딴 건 내 알바 아니고,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 알음?"
베카 : "계약하기 전엔 아무 말 안해줌. 계약 먼저 해"
주인공 : "...개년"
대충 이런 대화가 흐르고 고향에 대한 단서를 저당잡힌 주인공은 칼과 계약을 하게 되지만 정작 계약했더니 입 싹 닦고 고향에 대한 질문엔 침묵만 합니다.
그때부터였죠.
주인공의 발작이 시작된 게...
고향에 대한 단서도 없고, 신을 죽이는 이유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주인공이 결국 인성이 터지게 됩니다.
진짜 성격이 엄청 꼬입니다.
'냉소주의자'를 비판하는 자신의 냉소적인 태도를 비평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자학하는 애새끼가 돼죠.
그런 자신을 또 비웃으면서
"우매한 발레라스 원주민들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
하며 인성질 또 한 번 시전해주고...
이런 블랙코미디가 소설의 유머코드라서 재미와 별개로 취향 좀 탈 수 있겠더군요.
전 꽤나 재밌었습니다만.
이 소설은 주인공과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전개가 좀 답답할 수 있습니다.
무엇하나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적거든요.
이거랑 전체적인 구도가 비슷한 소설이 백수귀족의 '바바리안 퀘스트'가 있죠.
고향에 대한 그리움, 신의 힘을 내포한 칼, 마법적인 도움을 받는 검사 타입 주인공.
그리고 정통판타지에 가까운 전개방식까지.
바바리안 퀘스트의 유릭이 도끼를 장착한 야만스러움을 대표했다면 신만신죽의 주인공은 블랙코미디를 장착한 지성을 대표한다 볼 수 있겠네요.
정말 닮은 점이 많은 두 작품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만신죽은 바바리안 퀘스트와 다르게 구매수가 적었습니다.
그 재미에 비해 인기가 적었죠.
일단 주인공의 인성이 한 몫 할테고, 먼치킨스러운 호쾌함보다 고구마가 컸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신인 작가다 보니 네임벨류가 떨어진 것도 이유일테고요.
하지만 기대감도 큽니다.
전 주인공 제이의 케릭터성이 좋았거든요.
작가님의 인성질이 주인공에게 투영된 것 같아서 생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씨크함이 작가의 오랜 투병생활에서 비롯된거라면 완치됐을 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도 되고요.
반대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전함을 보여줘도 만족할겁니다.
그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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