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무기] 만병지왕? 아니, 만병지졸 검에 대한 이야기

by 리름 2022. 8. 26.
728x90
반응형

판타지 소설을 통틀어 대부분의 주인공들의 무기는 검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영웅 서사시들의 주인공들 역시 검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오딘의 창, 궁니르나 제우스의 번개창, 삼국지의 장팔사모, 방천화극, 청룡언월도, 무기는 아니나 상징성으로 먹고 들어가는 룽기누스의 창 등

유명한 창, 혹은 장병기 없는 것은 아니나, 검에 비하면 딱히 그 비중이 적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검'은 동양의 '검/도'를 구분하는 검을 뜻하는 것이 아닌, sword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검을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검은 사실... 구리다면?

0. 검은 왜 구린가?

사실 검이 무조건 구린 것은 아닙니다.

검 역시 잘 쓰면 강한 건 맞습니다.

특히 로마 군단병의 경우 글라디우스를 주력 무기로 사용했을 정도이니 아주 구리다는 건 과장이 섞인 말일 겁니다.

하지만 구린 건 맞습니다.

왜냐하면, 검의 쓰임새는 너무 한정적이고, 가성비가 떨어지며, 훈련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1. 검의 쓰임새

검의 쓰임새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권총입니다.

즉, 부무장이라는 겁니다.

주무장인 창이나 머스킷 등을 사용할 수 없을 난전 상황이 왔을 때 꺼내서 쓰는 무기인 것.

그런데 왜 창이 아니라 검이 기사의 상징인가?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전쟁에서 권총을 쓰나, 소총을 쓰나? 당연히 소총을 씁니다.

하지만 군인이 싸울 때 하는 일이라고 하면, 엄지와 검지를 펴서 권총 모양을 만들고 '빵' 소리를 낼 건데..

즉, 상징성과 휴대성, 간편성을 뜻하는 무기가 바로 검이라는 것.

유럽의 기사계급은 말에 타서 기창을 찔렀지, 초장부터 칼을 들고 돌격하는 기사는 좀처럼 없었으며, 일본의 사무라이 계급 역시 메이지 유신이 오기 전까진 카타나를 빼들고 싸운 게 아니라 전국시대 초기에는 말 위에서 활을 쐈고, 후기에는 보병화 되면서 야리나 나기나타를 주무기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글라디우스가 주무장이었던 로마병들 역시 사실상 필룸이라는 투창을 가지고 다니기 위해 번거로운 창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인 주무장은 투창이고, 칼은 적병을 투창으로 제압 한 뒤 난전에 돌입하기 용이한 무장으로 사용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언제나 단거리 냉병기 전투의 주력은 창이었지 검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2. 가성비

아주 간단합니다.

검의 무게는 약 1~2kg 전후인데 3kg이 넘는 경우는 트루투핸더를 제외하면 거진 없습니다.

그리고 이 무게의 90%는 쇠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 쇠가 무엇인가.

창이나 화살촉을 만들 때 쓰일 수 있는 유용한 자원입니다.

참고로 활이 있는 전장에서 대부분의 사상자는 활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칼 한 자루를 만들 정도의 철이면 500g 전후의 창두를 2~4개는 만들 수 있고, 창은 장병기이므로 훨씬 더 멀리에서 적을 칠 수 있기에 더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어중이 떠중이들에게 칼 쥐어주겠다고 창 만들 철을 투자해 칼을 만든다면?

더 짧은 거리에 붙어야 하는데 숙련병도 아닌 초병들은 전혀 대담하지 못합니다.

창을 쥐어주면 한 명이라도 데리고 죽을 걸 칼을 쥐어주면 그냥 칼 든 시체가 걸어다니는 꼴이 되는 겁니다.

3. 훈련

창은 아름답습니다.

봉으로써 휘두를 수도 있고, 비껴찌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창병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하나입니다.

'찌르면 된다'는 것.

하지만 칼은 휘두르기 역시 요구됩니다.

이 휘두르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대각선 베기를 할 때 검의 진행방향과 검날을 일치시키는 건 하루이틀 훈련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끼나 미늘창의 경우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있기에 휘두르면 자연스럽게 진행방향에 보정이 들어가는 느낌이라면, 검은 휘두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그 휘두르는 효과가 천양지차입니다.

같은 힘으로 휘두르더라도 어떤 사람은 한 번에 베어낼 걸, 수 십 번 휘둘러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사정거리가 짧으므로 상대방의 공격을 쳐내야 하는 훈련 역시 해야 합니다.

창처럼 방패 뒤에 숨어서 잽을 날리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런 생고생을 시키기엔 가성비도 떨어집니다.

4. 그런데 왜 검인가

위에서 언급했듯, 검은 난전에 강합니다.

짧기 때문인데 로마 군단병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필룸으로 방패를 다루기 힘들게 만든 뒤 달려들어서 난전을 강요하는 전법은 팔랑크스를 상대로도 제법 효과적이었기에 로마군은 승승장구했던 것.

그리고 칼은 휴대성이 좋습니다.

이 역시 로마 군단병과 기사들이 증빙합니다.

거리를 돌아다닐 때 싸움이 난다면, 적이 집단을 이룬 창병이 아닌 이상 검이면 충분한데, 창은 보통 2m가 넘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좁은 거리에서는 유연성이 부족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현대에서 경찰이나 일반인들이 권총을 차고 다니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소총을 차고 다니진 않지 않나? 그리고 테러 위협이 있을 경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주위에 깔리지 않나? 그런 느낌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예로부터 사병 및 반란을 막기 위해 방패와 창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법령 역시 존재했습니다.

그처럼 '창'은 '전쟁무기'였으나, '검'은 '호신용품'의 위치였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검은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상징성 있고, 별로 위험하지 않아서' 일반 시민들에게도 애용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구리다는 것.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