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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고찰글] TS물에 관한 고찰

by 리름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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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을 왜 보는가?

이게 제일 큰 화두인 것 같은데, 솔직히 본인은 입문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왜 보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그래서 왜 계속 보는가? 에 초점을 맞추고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작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TS라는 장르 자체를 좀 풀어보겠습니다.

요즘에야 일상물이라는 장르가 많지는 않아도 종종 있긴 합니다.

TS물에서도 '수능'이라는 제목으로 완결 난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이런 장르는 큰 갈등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참고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도 ARIA라는 제목의 힐링 애니메이션)

하지만 우리가 보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해소되어가는 과정을 독자들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 기본 구조이고, 서사구조의 이야기를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갈등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심화되고, 어떻게 해결되어가는가?

이게 모든 서사를 가진 이야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서사는 특히나 상업 작품이라면 필수적으로 갈등이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근데 TS물의 근본은 TS입니다.

즉 성전환.

근데 이 TS라는 '소재'가 가지는 한계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다른 장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복수물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의문의 단체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럼 주인공은 그 단체를 쫓아 복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받게 돼죠.

독자들도 당연히 주인공이 그 단체에 복수하는 이야기를 생각할건데 그러면 이야기는 주인공과 그 단체의 갈등으로 흘러갈 거고,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야이기의 흐름에 끌려가게 되겠죠.

주인공이 되는 캐릭터에게 있어서 성전환이라는 건 일생일대의 사건입니다.

​평생을 가지고 살아오던 삶의 토대가 하나 사라지는 건데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주인공에게 이야기 전체에 있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근데 최근 TS물들을 보면 그게 너무나도 가볍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장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작품들이 쏟아졌고, 장르적 허용으로 보는 사람들은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손 쳐도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는건 오래전부터 TS물을 보아온 필자가 보기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최근의 TS트렌드를 보자면, '그냥 어느 날 문득 변했다', '누군지도 모를 존재의 저주를 받았다.' 등등의 갈등의 주체가 될 악당 (작법에서는 '안타고니스트'라고 부름.)이 없습니다.

갈등의 주체가 될 악당은 없는데, 주인공의 해소되지 않을 문제만 남게 된거죠.

이렇게 되면 주체가 되는 악당이 없으니, 작가가 주인공이 갈등을 겪게 될 상황을 계속해서 부여해주어야 합니다.

작법으로 따져도 난이도가 높은 작업입니다.

문제는 조아라에 TS를 연재하는 작가 대부분이 취미, 혹은 본인의 욕구해소 등의 목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초보가 조작 난이도 어려운 캐릭터를 잡았으니 당연히 딜이 나올 수가 없다는 말이죠.

이 장르에서는 유명한 '글쟁이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완성형에 가까운 작가입니다.

자신만의 작법이나, 캐릭터 메이킹 기법, 작가의 세계관 등이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죠.

이렇게 완성형의 작가가 잡아도, 욕을 먹고 있는 장르가 TS물입니다.

사람들 심리에 깔린 성전환이라는 소재에 대한 거부감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란마'를 연재한 다카하시 루미코 작가도, 성전환을 단지 재미와, 주인공의 행동원인이 되는 장치로 썼을 뿐, 그로 인해서 오는 갈등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변한 이유가 명확했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여지를 계속 줌으로써 주인공이 그걸 따라가게 만들었던 겁니다.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건방진 천사'를 봐도, 주인공이 성별이 변해서 겪는 갈등은 이미 모두 극복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에게 저주를 건 주체를 찾아가며, 동료가 생기고 적대자가 생기는 등의 에피소드가 큰 줄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TS물은 성전환이 주인공이 행동하는 어떤 장치가 되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서 겪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주된 에피소드입니다.

TS물이라고 정의되는 장르들의 난이도가 확 올라간거죠.

그래서 최근의 TS물이 재미없고, 작가들도 쉽게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TS는 어디까지나 소재지, 주제가 아니라는 걸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S가 어떠한 이야기를 펼치거나, 사건을 야기하게 되는 장치로 사용될 수는 있으나, 성전환 자체만 놓고 계속해서 갑론을박을 늘어놓는 작품들은 대부분 빠르게 질리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필자는 최근 TS물들을 보면서 답답한 게, 변했으면, 돌아가려고 노력하거나 아니면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장벽같은 걸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이거나 했으면 하는데, 계속 '나는 남자야, 남자라고. 빼액!' 하며 주변에 본인이 남자인걸 강요하고, 남자무새가 되는 주인공이 너무 많아서 보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이게 암환자의 심리적 5단계와 갖다고 보는데 계속 1단계에 머무르는 걸 보면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밖에 안납니다.

그러니까 초심자들은 더더욱 TS를 주제가 아닌 소재로 쓰길 바랍니다.

필자가 학원을 다니며 작법을 배우며 느낀 바는 이거였습니다.

어떠한 것이 들어갔다면 반드시 그게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TS물을 위한 TS가 아니라,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성정체성에 관련된 LGBT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TS라는 소재를 통해 풀면 좋겠다 하면 좋은 글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방구석에서 컴퓨터로 일베만 하던 주인공이 여자로 변하고 그 편협한 시각에서 여성 혐오적인 행동이나 사상을 갖고 다른 이들을 대하다 겪는 사건들 속에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변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라면 주인공이 TS를 당해야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다시 한번 말하지만 TS는 소재여야만 하고, 꼭 들어가는 이유가 있어야만 합니다.

TS를 왜 써? 하고 물어봤을 때, 쓰고 싶으니까.라고 대답하는 건, 돈을 왜 벌어? 벌고 싶으니까, 하고 이야기하는 거랑 같다고 봅니다.

뭘 사고 싶은데 얼마가 필요하다라던가 이번에 가족이 아파서 큰돈이 들게 되었다 같은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독자들도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재밌는 TS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TS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그럼에도 TS를 보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본인은 오래전부터 TS를 보아 온 만큼 어지간하게 언급되는 TS명작들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소문난 잔칫집 먹을 것 없던 경우도, 생각보다 심오하고 재밌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가끔씩 생각나서 다시 보게 된 것도 있고,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았지만 조아라에서 작가가 작품을 삭제해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작품도 있고 그렇네요.

암튼 오랫동안 TS를 보아 오면서, 잘 쓴 TS물을 봤을 때, 느끼는 그 주인공의 심리변화와 정말 저런 상황에 할법한 고민들을 보며 했던 공감,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을 이겨내며 결국에는 어떠한 결말에 도달하는 그런 주인공들의 모습에 TS물 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필자는 TS물을 보고싶은 게 아니라 잘 쓴 TS물을 보고싶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느끼고 싶었던 거죠.

 

글을 쓰며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남장물도 많이 봤던 것 같긴한데, 개인적으로 레비앙&레비안느, 오 나의 주인님, 오란고교 호스트부 등을 재밌게 봤던 것 같습니다.

필자는 지금도 잘 쓴 TS물을 찾아 헤매는 망령이 되어, 요즘도 웹소설을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최근에 TS물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은데, 우선 장르 자체가 마이너한데,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의 퀄리티가 평균적으로 높지 않아 더더욱 싫어하게 된 사람이 많은 것도 있고, 소재 자체에 대한 혐오감, 세분화된 장르 속에서 TS만이 가지는 특성이 퇴색된 부분(이럴 거면 차라리 여주물이 낫지 않나? 하는) 등등 많은 쟁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개중에 추천되고 있는 모스크바의 여명, 오궁도화, 미소녀 사냥꾼 등등은 필자가 말한 장치와 소재로서의 TS를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하루살이도 원래 불행한 삶을 살고 주변과의 관계에 정체되어 있던 주인공이 TS를 계기로 변하게 되었다는 면에서 소재로서의 활용이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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