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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무협

[리리뷰 67번째] 비적유성탄

by 리름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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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무협
작가 : 좌백
발매 기간 : 2003. 8. 22 ~ 2005. 6. 8
권수 : 5권

 


책 소개글

“강호 사람들은 그를 비적 유성탄이라 부르기 시작했지.

비적,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걸 두고 붙인 이름이고 유성탄, 돌멩이 한 개로 강호 절정 고수를 죽이는 걸 두고 붙여준 이름이지.

비적의 손에 들리면 한낱 돌멩이가 유성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게 되는 거요.

재미있지 않소? ”


리뷰

이 책은 좌백 작가님이 쓰신 작품으로 5권 완결의 소설입니다.

 

먼치킨, 힘숨찐 류의 무협 소설이며, 잘 쓰인 초반부와 섬세한 전투 묘사, 놓치지 않는 캐릭터성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

 

이 글을 처음 읽는 순간 저는 온 몸에 소름이 일어났습니다.

 

정확히는 작가의 치밀한 설계 때문이죠.

 

누군가 제게 '살면서 읽어본 책 중 최고의 프롤로그를 골라보라'라고 하면 저는 이 비적유성탄을 당당히 추천할 겁니다.

 

 

이 작품의 첫번째는 '전반부'입니다.

 

작품의 프롤로그는 한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비적유성탄'이라는 작자를 만난 이야기에 대해서죠.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적유성탄이 누군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노인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얼핏 들으면 동네 할아버지가 해주던 얘기의 뒷면에 무서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노인의 이야기인 프롤로그가 끝나자, 제1화인 '비적유성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등장하죠.

 

1화를 읽으면서 저는 작가에게 감탄했습니다.

 

그는 일부로 세상을 관조하는듯한 문체를 사용하여 주인공의 심정을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세상에 목적없이.

 

그저 물 위에 떠다니는 나뭇가지와 다를 바 없이 유랑하게 되는 주인공의 분위기를 문체 하나만으로 이해시켰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자는 그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차근차근 말이죠.

 

'주인공이 세상을 나가서 뭘 할까?'

 

그다음에는 '주인공이 항주에서 무엇을 하게 될까?'

 

'저 인물과는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끊임없이 뒤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결국 제 생각에 주인공이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교룡당과의 에피소드까지인 '전반부'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하나의 작품입니다.

 

이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전반부를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이 작품의 두 번째 장점은 캐릭터입니다.

 

웹소설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주인공이 독자를 매료시키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비적유성탄은 다른 의미로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도대체 뭘 할까?'로 독자들을 끊임없이 끌어당깁니다.

 

힘숨찐 류의 정석 중의 정석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힘숨찐 캐릭터가 맨날 말로만 '힘을 숨기고 살아야지' 하고 하는 행동은 전혀 다른 반면에 비적유성탄의 주인공은 정말 이 악물고 힘을 숨기고 살려고 합니다.

 

인생의 목표가 빈둥대면서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훌륭한 노답 인생이죠.

 

그렇기에 독자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합니다.

 

정말 주인공은 끝까지 힘을 숨기고 살 수 있을까?

 

그는 변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요.

 

 

그리고 저는 이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면 볼 생각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격 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이것 또한 비적유성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흥분해서 어떤 히로인과 이어질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히로인 하나하나가 확실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주인공을 돌아버리게 만듭니다.

 

이 작가님은 하렘 소설류를 썼어도 대성하셨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 작품의 세 번째 장점의 전투 묘사예요.

 

저는 '누가 전투 묘사를 잘하냐?'라고 묻는다면 항상 망설이지 않고 '홍정훈. 나머지는 거기서 거기.'라고

 

항상 잘라 말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고, 확신하는 게 제 개인의 기준에서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홍정훈 작가님만큼 뛰어난 전투 묘사를 하는 작가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 들어 '목마' 작가에 대한 얘기도 나오지만, '천마 전투씬' 하나 외에는 볼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적유성탄을 읽자마자 저는 '홍정훈'작가 옆에 '좌백' 작가를 추가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전투씬의 섬세한 묘사가 거슬리지 않았고, 물 흐르듯이 읽히면서, 자연스럽게 그 그림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이 비밀을 모르겠습니다.

 

전투씬의 묘사가 길어질수록 템포가 느리다고 여겨지고, 섬세할수록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이 작가님은 딱 그 한계선에서 노는 거 같습니다.

 

템포를 뺏지 않는 최대한도에서 가능한 섬세하게, '천재적'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탄했습니다.

 

 

***

 

이렇듯 극찬하였지만, 세상에 완전무결한 작품이 없듯이 이 작품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태생에서 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첫 번째 단점은 '오래된 무협지'입니다.

 

무협은 장르 자체로서 이미 호불호가 갈리는데, '비적유성탄'은 심지어 무협으로서 매우 충실한 소설이라 문제입니다.

 

상세한 내공 설명, 충실한 한자 사용, 거기에 조금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설정 이야기.

 

'항주에는 크게 네 개의 세력이 있다. 그 첫 번째는 ~'

 

'포두에는 몇 명의 포두가 있으며, 그 위로는 대포두가 있고, 또 그 위로는 ~~'

 

 

명백한 단점입니다.

 

솔직히 저기 나오는 모든 설정이 한 번에 다 나왔어야 했나의 의문도 들고, 조금 더 나눠서 풀었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제 개인의 기준으로는 참을만했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기승결'입니다.

 

...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를 줄이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전'이 없습니다.

 

기승전결의 '전' 이요.

 

소설에서 '전'이 왜 필요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만, '결'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기 위한 도구입니다.

 

긴장감을 올리고, 위기감을 자극하여 '결'의 카타르시스를 높여주는 장치.

 

이 작품은 주인공 성격의 특성상 '전'이 없습니다...

 

'결'은 여전히 여운이 남는 구조지만, '전'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초라해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보면 신선한 소설 구조입니다.

 

 

***

 

그 외에 '서양인' 설정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새롭다는 것은 웹 소설계에서 장점이 될지언정, 단점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기에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총'에 위협을 느끼는 로우 파워 무협 세계관.

 

저는 매력 있다 생각했고, 작가님의 필력 자체가 좋았기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님 덕에 한동안 무협에 빠져 살 거 같습니다.

 

비적유성탄은 제게 무협의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며, 현존하는 작품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완벽한 전반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롤로그 ~ 전반부까지의 주인공의 행적과 그 빌드업은 웹소설의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무조건 실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입니다.

 

무협을 조금 싫어하시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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