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판타지
작가 : Er Mu
화수 : 1040화
책 소개글
이 작품은 二目의 소설 <放开那个女巫(2016)>를 한국어로 옮긴 것입니다.
며칠에 걸친 야근으로 인해 기절하듯 잠이 든 평범한 직장인 정석.
하지만 단잠에서 깨어나 보니 사람들은 자신을 왕자라 부르고, 눈앞에서는 마녀 사냥이 펼쳐진다.
중세의 야만적인 풍습을 직접 목도한 정석은 얼떨결에 마녀를 구하고, 야만과 비합리로 가득 찬 세상을 바꾸리라 마음먹는다.
그러나 자신이 구한 것이 화염을 뿜어내는 진짜 마녀라는 사실에 정석은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 하는데…
21세기 직장인과 신비한 마녀의 만남, 치열한 왕위 쟁탈전 속에서 크렘 왕국의 4왕자 로렌 윔블던으로 살아가게 된 정석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리뷰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스포를 싫어하시면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1. 평범한 이세계 회귀 영지물?
처음 제목을 볼 땐, 현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마녀 사용설명서라니, 왠지 21세기 마녀 사용설명서 느낌 나지 않으신가요?
그러나 막상 까보고 보니 시작은 주인공이 회귀하는 걸로 시작하더라고요.
평범하게 망나니 왕자의 몸에 빙의된 것으로 시작, 세계관은 당연히 중근세, 어디선가 많이 봤던 Boy meet girl, 시작은 전형적인 클리셰 덩어리였습니다.
2. 뻔한 세계관, 뻔하지 않은 설정
그러나 세부 설정은 신선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제목에도 들어가는 마녀에 대한 세계관이 특이했는데, 기본적으로 골자는 중근세 마녀사냥 때의 강력한 신권, 왕권과 신권의 대립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 이 소설은 마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녀가 단순히 교회에서 대중들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대신 풀어줄 희생양을 지목한게 아닌, 실제 마력을 가진 마녀가 실존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다른 세부 설정들이 실제 중근세의 설정을 많이 차용했다는 거와 대조해서(왕권과 신권의 대립, 페스트, 십자군, 마녀사냥, 총기 등장 이후 기사의 몰락), 해당 소설이 판타지라는 걸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줍니다.
3. 과학기술을 통한 영지의 발전이 메인
보통 영지물의 전개 양상은 소영주부터 시작하는 주인공의 주변 귀족 혹은 국가와의 정치적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초반에 기연을 얻은 주인공의 개인 무력의 강함과 전략적인 재능을 통한 군사적 행보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물론 영지물답게 영지 발전이 다뤄지기는 합니다만, 이는 보통 초반부에만 묘사하고 중반부터는 비중이 확 줄어듭니다.
영토를 확장하고 정복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포커스가 영지 발전에서 정복사업으로 넘어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마녀 사용설명서는 진득하게 영지 발전 위주로 다룹니다.
처음 주인공이 마녀의 능력을 깨닫게 된 이후, 해당 마녀의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과학지식을 접목시켜 이세계에 증기기관을 재현한 순간부터, 소설의 큰 줄기는 마녀 능력과 과학지식을 통한 과학혁명의 실현이 주가 됩니다.
이후 한 번씩 전쟁도 하고, 주위 영지를 점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줄기는 첫 영지의 발전입니다.
4. 입체적인 캐릭터
그렇다면 이세계 환생, 현대 주인공의 과학기술 실현, 제대로 된 정복전쟁 하나 없는 느릿느릿한 전개라는 뻔한 클리셰와 노잼 요소만 잔뜩 있는 이 소설에서,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찾았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확고하게 잡힌 캐릭터에서 느꼈습니다.
주인공, 마녀, 신관 등을 비롯한 주연들의 성격이 절대 개성적인 성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해당 캐릭터들의 성격이 겹치지가 않아요.
여러분들은 소설 보실 때 '아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실 때가 언제인가요?
아마 다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계실 테지만, 저는 '아 내용이 전부 똑같네'라고 느껴질 때거든요.
그리고 내용이 똑같다고 느껴지는 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남작이 될 때, 자작이 될 때, 국왕이 될 때, 세계를 제패할 때 항상 하는 적의 행동이 원패턴이라면, 책을 읽을 유인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마녀 사용설명서는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주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주인공을 적대하는 각 세력들의 성향과 이해관계, 목적, 성격들이 전부 다 다르기에 책을 읽음에 질리지가 않는 것이죠.
5. 과학을 통한 소설 내 당위성 부여는 양날의 검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과학을 통한 소설 내 당위성 부여가 오히려 책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세계 환생 영지물답게, 공학도 설정의 주인공은 자신의 과학지식으로 여러가지 신문물을 재현해냅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당위성을 주려고 했는지, 해당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하는데요. 여러가지 전문용어와 해당 지식을 활용하는 점이 이따금씩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우리는 장르소설을 보러온거지 중고등 과학잡지를 보러온건 아니잖아요?
또한 전적으로 주인공의 기억에 의존하여 재현하는 과학문명은 이따금씩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의 전공분야가 아닌 쪽은 잘 모른다고 하는 묘사(광물학 쪽)도 있고, 해당 부분은 주인공도 헤딩하면서 찾아내고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해도 이때까지 주인공이 재현해 낸 현대문물들을 보면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뭐 그렇다고 이세계에서 구글링 하거나 이세계에 스마트폰이나 전자사전으로 검색하면서 찾아본다는 설정이 더 어색하긴 했을테지만...
6. 편하게 볼 수 있는 소설
위와 같은 요인들이 맞물려서 마녀 사용설명서는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에요.
소설 내 스토리의 큰 줄기가 있긴 하지만, 그 줄기로 인한 긴장감이 크게 와닿진 않으며, 오히려 앞서 말했다시피 과학혁명을 통한 영지 발전과 마녀라는 존재가 대중에 녹아드는 과정을 메인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에 읽는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보다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영지의 발전과 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 아닌 일일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원작 소설이 중국이라는데, 번역자가 프로작가인건지, 번역과 검수를 따로하는지, 글을 읽을 때의 위화감도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제가 김용소설을 읽었을 때는 문체가 정말 어색해서 포기했는데 이 소설은 중간까지는 원작이 중국 소설인 것도 못 느꼈거든요.
단지 검수를 급하게 한 건지, 문단 구분이 제대로 안돼 있거나, 한 번씩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어서 적힌 부분이 있긴 한데, 그런 부분은 자체 필터링으로 읽으셔야 해요
'장르소설 >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리뷰 637번째] 아카데미에 오랑캐가 입학했다 (0) | 2022.09.02 |
---|---|
[리리뷰 635번째] 마도구가 너무 잘 팔린다 (0) | 2022.09.02 |
[리리뷰 629번째] 10서클 직전에 환생 (0) | 2022.09.01 |
[리리뷰 628번째] 오파츠 - 수천 년은 이른 물건 (0) | 2022.09.01 |
[리리뷰 627번째] 피어클리벤의 금화 (0) | 2022.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