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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필력과 대중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by 리름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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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 주류문화로 발돋움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징조예요.

 

 

모든 예술 분야는 결국 어느 순간부터 '탈피와 파괴'를 꿈꾸게 됩니다.

 

음악으로 보면 흑인들의 저급한 문화, 고상하지 못한 음악이라며 흑인들이 섹스를 슬랭으로 표현할 때 말하던 '로큰롤'이 장르가 되었지만, 지금은 주류로 발돋음했죠.

 

저 로큰롤 자체도 순수성을 잃었다면서 또다시 장르가 나뉘어서 프로그레시브 락, 메탈로 또다시 나뉘고 저기서 또다시 나뉘죠.

 

 

미술은 어떤가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를 거쳐서 현대미술에 들어서는 사실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를 거쳐서 기존 장르에서 탈피하여 큐비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지금 와서 사람들은 비웃죠.

 

'야, 고작 점 하나 찍어둔 거를 몇 천만 원, 몇 억씩이나 파는 거 그냥 있어 보이기 위한 허세 아니냐고.'

 

근데 현대 미술사를 비웃는 것은 여러분이 지금 쓰고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한 모욕이기도 해요.

 

미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디자인이 발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특히 미니멀리즘과 같은 것이 그러하죠.

 

최소한의, 단정한.

 

우리나라만큼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도 잘 없을 거 같은 게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미니멀리즘 또한 기존 장르를 탈피하고자 하는 옛 예술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겠죠.

 

 

영화는 아예 주류와 비주류가 나뉘죠.

 

저예산의 '예술 영화', 화려한 CG와 티켓 파워가 강한 배우를 앞세우는 '할리우드 영화'.

 

우리나라 영화로 놔두고 보면 전자가 '박화영'이라면, 후자는 '신과 함께' 이겠네요.

 

그런데 '작품성'을 논할 때, 우리는 살짝 고민하게 됩니다.

 

신과 함께가 저평가 받을만한가요?

 

억지 감동, 원작과 전혀 다른 해석이 마이너스 요소이지만, CG는 우리나라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 수 있었고, 배우들이 연기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었으니깐요.

 

박화영은 무명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지만, 즐거운 영화는 아니죠.

 

근데 저 작품들이 '모자란' 작품들인가요?

 

애매하네요.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분류하고, 나눕니다.

 

음악이 그랬고, 미술이 그랬고, 영화 또한 그렇죠.

 

아크 플롯, 미니 플롯, 안티 플롯.

 

각성의 플롯, 성장의 플롯, 회복의 플롯.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논의합니다.

 

'이게 잘 만들어진 것이냐?'

 

'이게 정말 훌륭한 작품인가?'

 

'이 작품은 어디에 속하는가?'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위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입니다.

 

보신 적 있나요?

 

안 보셨으면 보지 마세요.

 

이상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행동에 이해가 가면서 안 가고, 장면은 뚝뚝 끊깁니다.

 

시간선은 애매하고, 상징도 해석이 어렵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립니다.

 

어떤가요?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수 있나요?

 

 

 

 

곡성은 어떠셨나요?

 

누가 선, 악인지 애매하고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예상'은 하지만, 감독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죠.

 

판단은 여러 개로 갈리지만, 어떤 주장도 합리적일 수 있어요.

 

감독은 이걸 의도했습니다.

 

곡성, 쓰레기 영화던가요?

 

 

 

소설처럼 영화에도 이 감독의 '영화력'이 좋다고 판단해 볼 때, 과연 저 작품들이 모두의 기준에 최고의 작품이었을까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누군가에게 쓰레기일 거예요.

 

곡성은 누군가에게 그냥 귀신 영화에 불과할 수도 있고요.

 

 

근데 저 작품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은 그 나름의 재미를 찾았기에 좋다고 평가하는 거죠.

 

저런 작품들은 소위 말하는 '정석에서 벗어난 작품'이에요.

 

 

<반지의 제왕>의 감독이 '나는 그의 스토리 원칙에 따라 편집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고, <포레스트 검프>와 <뷰티풀 마인드> 제작에 큰 영향을 준 시나리오 전문가 '로버트 맥기'는 저런 플롯을 세 개로 나누더군요.

 

 

아크 플롯, 미니 플롯, 안티 플롯.

 

아크플롯은 전형적인 왕도예요.

 

단일 주인공, 인과성(개연성)을 따른 닫힌 결말, 영웅 서사, 기승전결, 연속된 시간성.

 

 

미니플롯은 아크 플롯의 내용을 축소, 축약해서 병렬시키죠.

 

옴니버스식 구성이라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고,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죠.

 

 

그럼 정 반대가 안티플롯이예요.

 

단일 주인공일 수도, 다수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

 

인과성을 벗어나기도 하며

 

영웅 서사가 아니면서

 

기승전결이 결전 승기가 될 수도 있고

 

시간성은 조각나있죠.

 

 

 

그럼 다시 곡성과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죠.

 

둘 다 아크플롯은 아니에요.

 

근데 저 작품이 나쁜 작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나요.

 

놉.

 

아니에요.

 

 

 

저는 웹소설에서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봐요.

 

아무리 취향이 갈리는 웹소설계지만, 평가가 합쳐지다 보면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티플롯과 미니플롯도 받아주기 시작하면 좋겠어요.

 

물론 당장 저런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저런 움직임이 슬슬 일어나기 시작하죠.

 

영마악이 한번 그랬었고, 맨대헬이 그랬었죠.

 

이 둘이 대중적이었냐 그러면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필력이 나쁘냐고 말하면... 음... 글쎄요. 아니지 않나요?

 

애매하죠?

 

 

안티플롯과 미니플롯은 고인물들을 위해서 탄생한 거예요.

 

'아... 맨날 다 거기서 거기네, 똑같네. 뭔가 새로운 거 없을까?'라는 말에 응한 거죠.

 

 

 

고일 대로 고이셨잖아요 다들?

 

'내 취향은 이거다'.

 

'이거 안 나오면 안 봄.'

 

이라고 단정 짓지만 말고, 취향을 좀 더 확장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대중성, 취미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밌으면 봄'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재미를 본인이 한정 지으시진 않으셨나요?

세 줄 요약

1. 웹소설은 주류문화로 발돋음하는 거 같다.

2. 그 과정에서 다른 예술이 그랬듯이 웹 소 내에서도 주류, 비주류로 나뉠 것이다.

3. '내 취향 아님','재미있으면 봄'으로 말하지만 말고, 한 번 다른 것도 이해해 볼 생각은 없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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