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현대 판타지, 성좌, 책빙의, 아포칼립스
작가 : 싱숑
연재 기간 : 2018. 1. 6 ~ 2020. 2. 3
화수 : 551화
책 소개글
퇴근 시간마다 짬짬이 웹소설 읽기를 즐기던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
여느 때처럼 퇴근길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켠 그는 10년 동안 연재된 초장편 소설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약칭 '멸살법'이 마침내 완결되었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회사원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멸살법을 읽어온 그는 한 세계의 끝을 보았다는 충만함과 동시에 허탈함을 느끼며 작가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댓글을 남기지만, 차마 최고의 소설이었다는 말은 꺼내지 못한다.
평균 조회수 1.9회, 평균 댓글수 1.08개.
그것이 멸살법이 지난 10년 동안 얻은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자신 혼자만 읽는 소설을 3000편 넘게 연재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 독자는 사람들에게 완결 기념 추천글을 쓰지만 비난만 듣게 된다. 씁쓸해 하던 독자에게 멸살법 작가의 아이디인 'tls123'이 쪽지를 보내온다.
쪽지의 내용은 독자 덕분에 완결까지 연재할 수 있었고 어떤 '특별한' 공모전에 입상하기까지 했다는 것. 멸살법의 에필로그에 대해 묻는 독자에게 작가는 유료화로 공개될 것임을 알리며, 감사의 표시로 특별한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는다.
그렇게, 독자와 10여 년을 함께한 '멸살법'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는 듯했다.
다음날, 세상이 너무나도 익숙한 소설의 스토리대로 흘러가기 전까지는.
리뷰
아, 결국 다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읽었던 편이 딱 외전 시작쯤이니까, 외전을 다 봤다는 말이 옳습니다.
본편 리뷰 후 마지막 외전 리뷰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점]
1. 정말 잘 쓴 '글'입니다.
문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제가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문장이 짧은가?'입니다.
문장을 장황하고 길게 쓰는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사람들이지, 글을 잘쓰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문장을 짧게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전달하려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습니다. 이거 능력이거든요.
그런데 전독시가 그렇습니다.
문장을 그렇게 장황하게 쓰지 않으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게 하려고 합니다.
판타지 소설을 이렇게 쓰기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보아도 작가의 독서량이 엄청나다 싶어요.
2. '이야기'라는 키워드를 핵심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신선합니다.
우리들의 역사적 '설화'들 단군신화, 그리스로마신화, 인도신화, 성서, 불교 등등 한가지도 건드리기 힘든 부분들을 작가가 나름 잘 소화하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 글을 전개하는데, 서로 전혀 다른 주장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 '신화'들을 '단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는 발상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안에 판타지적인 요소와, 무협적인 요소들을 섞어내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3. 한 편의 대 서사시를 읽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나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세계적인 수작들에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저는 감히 비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때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흠뻑 빠진 적도 있고, 토판으로 존재했던 '에누마엘리쉬'와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어서 엄청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이러한 '대사서시'를 이끌어낸 작가 '싱숑'에 대해 존경심 마저 들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BL'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렇게 읽는 분들의 눈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흠집을 내고 싶은 프로 불편러들의 그냥 발악이랄까.. 누군가가 그랬죠.
'불편해요? 그럼 자세를 고쳐 앉아.'
4. 여럿 비평가들 중에 '독자반응 비평'을 주장한 '볼프강 이저'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저서 '독서행위'(한글 번역이 있지만 개판이라 영어번역을 읽어야 함.)에 담겨진 내용들이 '전독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 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도대체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너무 힘들었던 책이 '이저'의 글인데, 그가 주장했던 내용들이 '판타지 소설'에 담겨져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단점]
1. 한 번 읽어서 이야기 전체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신화들의 내용을 담아내었기 때문에 그런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면 좀 독서가 힘들 수 있습니다.
2. 앞서 이야기했지만 마음이 탁하신 분들에겐 BL로 읽히는 부분들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흥미 유발'을 위해 택한 요소 중에 하나인데, 그렇다고 주인공이 정말로 남자를 좋아하냐 라고 한다면 아닙니다.
어쨌든 요소적인 측면에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3.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실사를 한다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외전 리뷰]
김독자의 세계관, 그러니까 유중혁의 1984회차 세계선에서 김독자는 스스로를 반으로 나누어 동료들과 세계를 지키는 선택을 합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라는 시선의 주체가 되어 세계를 관측하는 존재가 된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세계선이 존속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동료들과의 약속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동료들과의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 또 하나의 김독자, 말하자면 아바타를 만들어 동료들에게 보냅니다. 이게 49%의 김독자죠. 가장 오래된 꿈이 된 김독자는 51%고요.
외전은 두 개의 커다란 줄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다가 종국에는 큰 줄기로 합쳐지며 끝나게 됩니다.
두 줄기 중 하나는 가장 오래된 꿈이 된 김독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0회차의 유중혁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다는 소망에 의해 김독자는 0회차에서 유중혁을 성좌로서 만나게 되고, 그를 도와 최선의 삶으로 이끕니다.
다른 한 줄기는 49%의 김독자임을 알아챈 한수영이 다시금 동료들과 힘을 모아 유중혁의 진화된 성흔, 집단 회귀 Lv,1 을 발동시켜 완전한 김독자를 데려오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김독자를 위해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고자 계획을 세웁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과거와 미래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유중혁의 이야기는 왜 회귀 3회차에서 시작된 건지, 김독자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를 구한 의문의 목소리는 누구였는지, 이 모든 것의 시작인 <멸망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집필자 tls123은 누구인지, 그가 왜 이 멸살법을 집필하게 된 것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모든 것이 보여집니다.
수를 세기 어려운 위기, 절망, 체념, 희망을 넘어 김독자 컴퍼니는 문 앞에서 섰습니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보이는 광경에 한수영이 웃음을 짓는 것으로 외전은 끝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무척 좋아합니다.
관련된 많은 논란은 알고 있습니다. BL 논란, 표절 논란, 작가 초갈 논란 기타 등등.
그럼에도 전독시는 제가 재밌게 봤던 소설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그만큼 전독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똥 독시라고 불리는 것 또한 이해하고 오히려 동감하고 있습니다.
재미와는 별개로 특정 독자층을 노려 브로맨스 이상, 어떻게 보면 보이즈 러브를 언뜻언뜻 표방하는 듯한 표현과 묘사는 무척 싫어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작가(들)가 무슨 생각이 든 건지, 욕을 많이 먹어 이런 식으로나마 관심을 돌린 건지 한수영의 감정과 행동이 많이 표현되더군요. 외전 분량의 70% 이상이 한수영 파트였습니다.
김독자를 향한 마음 또한 거의 이성적 사랑으로 보일 정도였죠.
반대로 유중혁의 분량은 조금 줄어들고, 김독자에 대한 애증 묘사 또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진작에 이랬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이렇게 많은 여성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겠죠.
그래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여운도 깊게 남았고요. 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하고자 하는 김독자라는 사람의 일생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독시는 큰 틀에서 보면 단 하나의 일관된 전개가 그 주를 이루는 소설입니다.
바로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수 십 번, 수백 번을 외치며 그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든 가능성을 찾고 그 희박한 가능성의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대리만족형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이 모두가 안된다고 외치는 역경을 손쉽게, 혹은 어렵게나마 완수하는 이야기를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또 누군가는 주인공과 함께하는 매력적인 조연들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할지도 모르지요.
두 종류의 이야기 모두 좋아하는 저로서 전독시는 충분히 재밌고 신나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솔직히 전독시는 그 불가능함을 계속해서 독자에게 주입시키고 결국 독자에 의해 깨져나가는 상황을 너무 많이 보여주긴 했습니다. 스스로를 희생하는 에피소드도 제가 알기로 세 개는 되는데, 아마 이러한 점들이 전독시를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운 있는 결말도 좋았지만, 그 결말을 위해 외전에서는 작가 편의주의적인 전개가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tls123의 정체, 멸살법의 집필 목적, 유중혁의 세계선을 넘나들며 이루려는 임무의 목적 등등. 헛웃음이 나오는 짤막한 단락도 있었죠.
작가 스스로를 풍자한 스타 작가 되는 법이 망한 웹소설 작가라거나, 부부작가라거나.... 정말 웃음이 나오더군요. 노린 거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됐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위해 나아가고 노력하는 김독자 컴퍼니의 동료들이나 그걸 쓰는 작가(들?)나.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나 행복해졌다 라는 해피엔딩을 저는 좋아합니다.
배드 엔딩, 새드 엔딩, 오픈 엔딩 모두 매력 있지만 저는 아직 해피가 좋아요. 삶이 퍽퍽한데 허구로나마 해피면 좋죠.
작가(들) 스스로의 논란이나 작품 자체의 논란이나 모두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흔히 빠가 까를 만든다는 것도 실시간으로 보면서 공감하고요. 전독시 팬은 BTS의 팬 아미만큼이나 극성스러운 데가 있어서, 전독시를 재밌게 읽은 저조차도 이건 좀 아니지, 하는 패악질을 많이 봐왔습니다.
상관도 없는 작품에 몰려가서 전독시를 베꼈느니 표절했다느니, 참. 욕 밖에 안 나오죠. 그리고 그 팬들의 성별도 거의 '그' 성별 같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유난히 더 극성을 부리고 언플하고 악플을 다는 짓, 정말 그만해 줬으면 좋겠네요.
생각이 많아지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독시는 이렇게 외전까지 끝이 났습니다.
여러모로 전설로 남을 작품이죠.
웹소설의 부흥기를 이끌어낸 소설, 영화화를 계약한 소설, 굿즈, 출판본, 양장본, 설정집 등 팬들의 사랑을 어마 무시하게 받은 작품. 지하철 광고 배너에 등장인물의 생일 축하 광고를 내걸 정도의 파급력이 일어난 작품.
다시 이런 관심을 받을 소설이 나오기는 할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삶은 기니까요.
또 이런 게 나오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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