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새 시리즈는 명작입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by 리름 2022. 9. 9.
728x90
반응형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타인의 경험이나 주장, 근거를 통해서 '외계인이 존재하는구나 or 외계인이 존재할 수도 있나 보구나'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새 시리즈는 명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읽지 않았기에 판단할 수 없고, 보고도 재미없다고 느낀 사람들 또한 취향의 영역에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더욱 아끼려고 노력하는 요즘 시대에서 타인의 '눈마새 별로던데' 한 마디에 작품을 볼 의지가 꺾이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

 

읽기 전에 주의.

- 이 작품은 안 읽어본 사람과 이미 읽은 사람 둘 다를 위해 쓰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배제한 상태

- 취향을 뛰어넘는 필력은 없다가 전제.

즉,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취향만 맞는다면 이 작품은 최소 명작을 보장해 준다.

 

***

 

누군가가 소설을 볼 때, 이 작품이 '완성도가 높다'라고 판단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의 3요소'를 보면 됩니다.

 

주제. 구성. 문체.

 

구성은 다시 3 요소로 나뉩니다.

 

인물. 사건. 배경.

 

문체는 또다시 여러 요소로 나뉩니다.

 

서술. 묘사. 대화.

 

장르소설이 재밌다고 느끼려면 저기서 '취향'이 추가되면 끝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저 기준점을 따라서 새 시리즈를 봅시다.

 

1. 문체(서술, 묘사, 대화)

 

문체를 극단적으로 심플하게 부르면 '문장력'이라고 부릅니다.

 

독자가 읽으면서 어떤 주인공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해당 장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는 '묘사'

 

그리고 그것을 작가가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하는지를 알 수 있는 '서술'

 

 

대화의 핵심은 독자에게 흥미가 동하게 하여야 하고, 대화를 통해 인물의 사상이 드러나야 하며, 상대방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세계관을 이해시키고,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심플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의 예시를 봅시다.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그들을 태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슬픔을 느끼면 당신이 죽소.”​

 

 

제가 눈물을 마시는 새의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비형 스라블'의 대사 중 일부분입니다.

 

저 대사 하나로는 이해가 안 가겠죠.

 

그렇다면 다른 대사들을 조금 더 추가해 봅시다

 

 

불쌍하지 않아요?”

“뭐라고? 불쌍하다고? 우리를 죽이려 했던 놈이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우리를 죽이려 했다는 것 자체가 불쌍한 것 아닌가요?”

“도대체 무슨 소리냐!”

“천년만에 의식을 가지게 된 자가 자신에게 의식을 부여해 준 존재를 미워하고 파괴하려 들게 된 것이 불쌍한 일 아닌가요?”​

 

 

라든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전 비형은 몸을 돌려 륜을 바라보았다.

비형은 무릎을 구부려 륜의 앞에 앉은 다음 커다란 두 팔로 륜을 끌어안았다. 륜은 당황하여 말했다.

“비형?”

비형은 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은 사람이에요. 그렇죠?”

“비형, 도대체 무슨 말을…….”

“그렇죠?”

륜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형이 대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륜은 자신이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기를 바라며 비형을 마주 안았다. 한 번 더 힘주어 륜을 포옹한 다음, 비형은 일어나 방을 나갔다. ​

 

 

이런 것들.

 

사실 이 모든 예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당 장면이 어떤 가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장면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비형 스라블의 캐릭터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민, 동정, 인류애.

 

새 시리즈의 핵심은 바로 이런 대사들 하나하나에 있습니다.

 

저 모든 장면은 되게 중요한 대사는 아니지만, 각 캐릭터에게 있어서 중요한 대사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서로와 대화를 하며, 자신들의 가치관을 드러내며, 대립하고, 서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재미를 줍니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반박하면서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동료가 되어갑니다.

 

말초적인 즐거움을 넘어서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즐거움인 '타인을 깨닫는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가장 첫 번째로 이 작품의 매력으로 이걸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대화'.

 

'대화' -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반박하며, 동화되어 가는 과정.

 

'묘사' - 해당 장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주는 연출.

 

'서술' - 그리고 작가가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하는지.

 

묘사나 서술을 더 깊게 파고들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 부분은 굳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한 장면을 통째로 들고 오지 않는 이상, 이해할 수도 없고 작품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에.

 

하지만 이미 본 사람들에게

'왕의 귀환 장면', '눈마새의 엔딩', '피마새 프롤로그 시퀀스', '발케네 공', '아실과 원흉의 대면 장면' 등등의 연출, 즉 묘사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와 별개로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 또한 존재합니다.

 

다시 또 비형 스라블의 대사를 들고 와서

 

 

“술이 뭔데요?”

“차가운 불입니다. 거기에 달을 담아 마시지요. 그런데 당신들에겐 술이 없나요?”

“아마 없나 봅니다. 그게 뭔지 상상도 안 되니.”​

 

 

와 같은 장면들.

 

정말 멋진 문장들은 담담하게, 평이한 묘사로 다가오지 않나요.

 

오히려 전혀 다른 관점으로 독자를 납득시키고,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저는 저 문장 하나로 대다수의 독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 생각하며 넘어가겠습니다.

 

 

***

 

2. 구성(인물. 사건. 배경.​)

 

인물은 절대 인물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인물이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를 '대화'를 통해 드러내고.

 

어떤 사건을 통해서 인물이 내리는 선택을 보며 독자들은 만족을 느끼고, 캐릭터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인물이 있는가에 따라 그 인물이 달라 보이죠.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 아래의 예시를 봅시다.

 

 

5살 정도의 어린 소녀가 입을 크게 벌리고 서럽게 울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떠올렸나요?

 

그럼 그 아이의 배경을 두 개로 나눠봅시다.

 

a) 전쟁터

 

b) 생일 파티.

 

같은 인물이지만, 배경에 따라서 이미지가 확 달라집니다.

 

a)의 경우, 아이는 아마 슬퍼서 우는 것이겠지만,

 

b)의 경우, 아이는 아마 기뻐서 우는 것이리라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건을 추가해 봅시다.

 

a),b) 가 '맥도날드를 찾아간다'라는 '사건'을 추가했을 때,

 

우리는 a)와 b)에게 사건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에게 맥도날드는 바라는 일상이 될 수도 있으며, 지독한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b)에게 맥도날드는 그저 그런 일상이 될 수 있겠죠.

 

 

이런 식으로 같은 인물이더라도 배경과 사건이 달라지면 인물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인물은 대화를 통해서 나타내죠.

 

그렇다면 새 시리즈로 돌아와봅시다.

 

 

새 시리즈는 일단 작가가 자기만의 오리지널 세계관(배경)을 구상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극찬 받아 마땅합니다.

 

선민 종족이라 불리는 4개의 종족

 

인간, 도깨비, 레콘, 나가.

 

그들의 4 신.

 

어디에도 없는 신, 자신을 죽이는 신,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 발자국 없는 여신.

 

그리고 그 4 종족을 아우르는 단어 '사람'

 

거기에 다시 새롭게 나오는 작가만의 고유 설정들.

 

군령자, 두억시니, 뱀부리미, 별철, 소드락, 쇼자인테쉬크톨, 하늘치, 용, 아라짓왕국, 키탈저 사냥꾼, 심장탑, 어르신 등등...

 

그리고 작가가 한 설정을 활용해서 나오는 또다시 새로운 설정들.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 서약지지파, 분리주의, 자유무역당, 키보렌 유료도로 등등...

 

 

새로운 세상을 하나 창조하였고, 그 안에서 있을법한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속담, 새로운 집단, 각 종족 특유의 문화, 그리고 변화까지.

 

이것을 이미 해낸 것만으로 위업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작중에 등장하는 나가라는 종족은 온몸이 비늘로 덮여있는 변온동물이다.

 

기온 변화에 취약하기에 열대 지역인 '비스그라쥬' 내부에서만 살고, 한계선이라 불리는 곳을 넘어서 체온이 떨어지면 움직임과 사고가 둔해지거나 기절한다.

 

그래서 그를 극복하기 위한 '소드락' 등의 물건이 있고, 한계선을 넘지 못하기에 다른 종족도 나가들의 침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시광선 시야를 가진 타종족과 달리 적외선 시야를 가지고 있다.

'니름'이라 불리는 고유의 정신파를 통한 대화가 가능하기에 청각에 집중하지 않고, 음악이란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춤채' 라는 문화가 발달되었다.

 

인두처럼 불로 물건을 달궈서 금속 막대와 그로 인해 뜨거워진 주위의 공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문화로 발달되었다.

 

그래서 호응도 인간처럼 박수라는 청각이 아닌, 화로에 물을 뿌려서 온도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화로가 식는다'는 나가에게 극찬의 의미가 된다.

 

 

볼드체로 표시된 부분은 '설정'이며, 주황색 글씨는 '활용'의 부분입니다.

 

제가 예시로 든 것은 작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고작 한 종족, 그것도 그 종족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 중 일부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 많은 설정을 작가는 노련한 문체로 독자들에게 조금씩 주입시키고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끔 적절한 사건과 인물, 대화를 통해서 이해시킵니다.

 

이전에 얘기한 '문체'의 활용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배경을 만들어낸 것을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한 번에 이해시킵니다.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

 

 

용이 존재하며 -> 판타지 세계관.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 왕족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생존이 척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 비정한 세계관

 

한 남자 -> 주인공.

 

사막 -> 프롤로그가 시작되는 장소.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설명충이 되어버려서 독자를 지루하게 만드는 반면,

 

작가는 자연스럽게 대화와 사건을 통해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새로운 독창적인 세계관을 이해시킵니다.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의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이 새로운 세계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목소리가 크며 전투력이 가장 강한 레콘의 활용이 전쟁의 양상을 크게 바꾸기에 레콘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 레콘을 활용한 수단이 전쟁의 핵심이 되어있고, 바뀐 세계관에서 새롭게 등장한 사상인 '분리주의'와 '서약지지파'의 대립 등이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배경 말고 나머지인

 

인물과 사건은 어떨까요?

 

인물이 매력적이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1) 비범함

2) 목표의식

 

판타지에서는 이미 특이한 종족이란 것만으로 '비범함'이 완성되고, 작품에 등장하는 네 선민 종족은 각 종족이 이미 특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흔하디흔한 '인간'인 주인공 케이건 드라카는?

 

 

케이건 드라카는 나가를 죽이고, 나가를 먹는 식인귀이며, 복수귀입니다.

 

멸망한 아라짓 왕국과 키탈저 사냥꾼의 상지인 '흑사자'와 '용'을 상징하는 케이건과 드라카를 이름에 달고 사는 자입니다.

 

감정이 없고, 극히 효율적인 인생을 사는듯하면서도 나가와 관련되면 그런 점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케이건 드라카는 나가인 '륜 페이'를 구하는 일의 핵심이 됩니다.

 

 

이 사건 자체만으로 이미 작품은 충분히 흥미롭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작품에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 흥미로워지기 위해서는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거나 캐릭터의 가치관을 배신해야 하는 모순의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었습니다.

 

 

(정의의 수호자인) 경찰관이 살인을 저지른다.

 

(평범한) 일반인이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된다.

 

(살인이 직업인) 암살자가 아이를 구한다.

 

 

경찰관은 흔하디흔한 예시입니다.

 

끝까지 간다가 대표적인 예시겠죠.

 

일반인이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되는 것은 전형적인 영웅서사이며, 대다수의 히어로물의 스타트기도 합니다.

 

아이언맨이 그러하고, 스파이더맨이 그러하죠.

 

세 번째 예시인 암살자가 아이를 구하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명작 소리 듣는 '레옹'이 그렇죠.

 

 

새 시리즈의 주인공은 어떠할까요?

 

케이건 드라카는 누구보다 나가를 혐오합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친구는 '나가'였습니다.

 

그가 구해야 하는 존재는 '나가'입니다.

 

 

엘시 에더리는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물이며, 제국 유일의 '만병장'입니다.

 

하지만 그의 약혼자는 죄를 저지른 죄수입니다.

 

그녀를 감옥에서 꺼내도 그는 제국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지만, 그것은 바르지 않기에 그는 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모순'입니다.

 

인물, 사건, 배경.

 

모든 것이 모순에 연관되어 있고, 그렇기에 즐겁다.

 

주인공은 나가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가이며, 그가 구해야 하는 존재도 나가다.

 

레콘은 상당히 강하지만, '물'이라 불리는 세상에 가장 흔한 무언가로 쉽게 제압이 가능하다.

 

도깨비는 단독으로 한 지역으로 불태울 만큼 강하지만, 피를 무서워하기에 싸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약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나가는 심장을 외부에 보관하기에 불사에 가깝다. 하지만 주인공 일행 '륜 페이'는 심장을 꺼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기에 불사성을 가지지 못한다.

 

 

이제 왕은 없다. 그리고 왕이 이 모욕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부에 왕은 없으리라.

 

 

작품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모순된 사건을 던져주고, 주인공 무리의 선택을 지켜보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기대하게 만들고, 그 해석을 기다리게 합니다.

 

그 뒤가 어떻게 될지, 어떤 인과로 또 어떤 새로운 사건을 만들며 그 부분에서 드러난 새로운 캐릭터의 일면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고, 그 과정을 거치며 변한 캐릭터들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이것이 더 부각되어 무려 100이 넘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질수록 작가에게 힘든 것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자명한 사실일 텐데도 작가는 그 많은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각자의 개성과 사상, 가치관을 부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서 보여주는 변화와 성장을 표현해냅니다.

 

 

 

 

저 모든 진행과정에서 개연성, 핍진성, 당위성에 부족함이 없고, 독자가 즐겁다면 이 작품이 '명작'이라고 불리지 않고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3. 주제.

 

이 작품은 특히나 '니체'의 사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니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개똥철학이라 폄하 받을 수 있으나 작품의 설정이 그렇습니다.

 

주퀘도의 말은 'Amor fati' ->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말한 니체의 유명한 문구이며 그의 철학 사상의 핵심인 '영원회귀'와도 직결적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에서 네 선민 종족의 도달점인 '종족의 완전성'은 니체가 얘기한 초인, 위버멘쉬를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네 종족의 평등한 발전'은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와 동일합니다.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는 아예 작품 자체가 '노예도덕을 깨부숴서 초인이 되기 위한 여정'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니체를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일 테지만, 역으로 이 작품을 통해 니체의 사상에 입문할 수도 있을 테고 니체라는 인물이 20세기 철학사의 거두였으며,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철학가들의 토론에 자주 등장하는 핵심 인물인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기회에 니체에 입문하는 것도 좋을 겁니다.

 

소위 니체를 '허무주의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니체는 철저한 실존주의파이며, 휴머니즘의 주창자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노예근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런 노예근성을 타파하고자 노력한 학자이며, 속물화되고, 천민화되는 현대 인간에게 어떻게 해야 정신적 깊이와 인성을 되찾게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어렵습니다.

 

글쓴이를 포함한 그 누구도 감히 니체에 대해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고, 영향력 또한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철학에만 해도 실존주의, 해석학, 비판이론,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심지어 페미니즘까지 영향을 주신 데다가 현대미술의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음악 쪽에서도 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텍스테나 시에 음악을 붙여서 연주했습니다.

 

 

 

그러니깐 역으로 장르소설을 통해서 쉽게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이 작품의 가장 큰 가치를 저는 여기서 찾았습니다.

 

'순문학, 철학과 같은 다른 학문과 장르소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

 

쉽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에서, 판타지에서 철학이나 순문학과 같은 다른 학문과 이어질 수 있는 연결점이 될 수 있으며 그에 걸맞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재미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작품 그 자체가 아닐까요?

 

 

또한 저처럼 작품의 주제 자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보아도 이 작품은 여전히 재밌습니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뜻이 있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 자체가 이미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영웅서사의 플롯이기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주제를 놓고 보아도 됩니다.

 

해석은 항상 자유롭고, 똑같은 책도 수없이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새 시리즈를 명작이라고 판단합니다.

 

소설의 3요소, 구성의 3요소, 문체의 3요소가 모두 완성도 높으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세계관의 활용,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든 새로운 세계관.

 

그리고 그에 걸맞은 여운을 주는 마무리까지.

 

그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깝기에 저는 새 시리즈가 명작이라 생각하며 여러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