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현대판타지, 좀비, 호러, 아포칼립스
작가 : 미스터쿼카
연재 기간 : 2017. 7. 2 ~ 2019. 1. 4
화수 : 313화
책 소개글
지옥에서 죽은 자들이 기어 올라온다. 현실과 지옥의 구분이 사라진다.
지옥에도 그들이 있었고, 이곳에도 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옥 속에서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남성의 이야기.
나는 아직 살아있다.
리뷰
주인공 '곽동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던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주인공은 그저 두려움에 떨며 숨어있었습니다.
타인의 죽음을 그저 관조하고, 관망하고, 외면하던 그는 한 아이와 어머니의 자살을 목도하고는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이후 나타난 다른 가족의 또 다른 죽음에서 살아남은 한 아이를 구하고자, 그는 닫아놨던 고시원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 이야기는, 멸망한 세계에서도 사람답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
한줄평:
이 이야기는 12권 분량(313화, 완결)의 좀비, 생존물이며, 현실적이고 세세한 심리묘사와 좀비, 생존물 특유의 긴장감이 잘 묘사된 작품입니다.
***
필자는 좀비를 싫어합니다.
좀비 그러면 뭡니까? 저는 점프 스케어라고 생각합니다.
레포데의 출시 이후로 좀비는 단순히 느린 좀비가 아닌 뛰어다니는 좀비의 시대가 열렸고, 문 하나 열어도 긴장하게 하고 , 어디서든지 갑툭튀 하는 좀비들은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필자는 쫄보이며, 겁쟁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도 소설은 다르잖아요? 소설에서 갑툭튀 해도 사실 그렇게 무서울 건 없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읽은 소설이 이 소설이고, 용기내기를 잘했다 생각하고,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이번 리뷰는 '나는 아직 살아있다'입니다.
***
이 작품은 '심리묘사'가 좋은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르게 주인공의 일기 형식입니다. (문체가 좀 달라요.)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고 과거를 떠올리는 형식이기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는 문체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되게 쉽게 몰입했습니다.
주인공이 겪은 상황이 어떠하였으며, 당시 상황에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자세히 써져있습니다.
주인공이 겪은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써놓았다 보니 작품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자세하기 때문에 글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내내 긴장감을 지속했다 생각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참아야 했고, 기회를 기다려야 했고, 그러니깐 느립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바로 그 기다림의 시간이니깐요.
또한, 주인공이 어떤 것을 가지고 고뇌했고, 무엇 때문에 죄책감을 가졌는지 꾸준히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멸망한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새로이 정립했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고, 사람이길 포기한 자는 돕지 않으며, 약한 사람들은 돕기 위해 움직입니다.
주인공이 너무 쉽게 채연이한테 감정을 이입했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초반에 자살하는 여성과 아이를 본 건 주인공에게 계속 트라우마로 남은 채, 주인공의 원동력이 되었고 채연이는 그 결과물입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극복 장치인 거죠.
작가가 심리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썼다고 느껴졌습니다.
멸망한 세계는 가혹해요.
좀비, 생존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요소들을 잘 챙긴 편입니다.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없으며, 안전한 장소를 찾기는 힘들고, 멸망한 세계는 더 이상 법이 지켜주지 않는 무법자들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날씨 또한 한 겨울이라서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총기와도 같은 위협적인 화기는 어린애마저 어른을 쉽게 죽일 수 있습니다.
가혹한 세계관은 주인공을 한층 더 힘들게 하는 요소입니다.
거기에 사람들을 살리고자 마음먹은 주인공에게는 짐덩이도 붙여놨습니다. (어린아이와 여성.)
성차별적인 얘기가 아니라, 여성은 이 세계관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낼 수 있는 힘은 적고 한국 출신 남성이라면 군대를 경험했기에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지만, 여성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으니깐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이 모든 가혹한 세계관이 어우러져서 항상 주인공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내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끔씩 등장하는 쉼터가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주인공은 선택했어요.
주인공은 혼자서라도 살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인은 주인공에게 짐덩이에 가까웠고, 사람이 늘면 입이 늘어나고, 식량은 더 빠르게 소모되고, 누군가는 배신을 할 꺼입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미쳐갔고, 살기 위해 투쟁합니다.
주인공 또한 투쟁하지만, 주인공의 싸움은 달랐습니다. 주인공은 사람답고 싶었거든요.
모두가 피폐해져 가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사람'답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고, 인간으로 남고 싶어 했습니다.
남들은 모두 주인공을 영웅으로 생각했지만, 주인공은 절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러운 위선자, 추악한 살인자, 괴물이 되어가는 영웅.
하지만 끝없이 존엄에 대하여 고민하고,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은 독자들의 마음을 끌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는 영웅이 되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더군요.
이 사람은 행복해지면 좋겠고, 이 사람은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하지만 이 작품이 마냥 잘 쓰인 작품만은 아니에요.
저는 작가님에게 큰 불만이 하나 있다면, '왜 2부를 썼는가'입니다.
1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완결이었습니다. 여운이 남는 엔딩을 줬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2부는 1부의 장점들은 상당히 사라지고, 사족과도 같은 얘기였습니다.
굳이 1, 2부를 나누기보다 그냥 분량을 좀 더 늘려서 끝냈거나, 2부의 분량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2부는 쓸데없이 길고,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기 힘들었고, 긴장감은 사라졌으니깐요.
떡밥이나 복선 회수, 세계관의 추가 설명은 크게 언급하지 않습니다.
꼭 이런 부분이 필요한 건 아니니깐요.
작품이 '멸망한 세계에서도 사람은 사람다울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기에 세계관에 관한 설명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깐요.
중요한 건, 휴머니즘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였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긴장감들이나 갈등을 보여주는 거였으니깐요.
하지만 작가가 의미심장하게 '이건 떡밥이에요' 하고 보여준 부분은 꼭 회수하셨어야 했습니다.
2부까지 썼지만, 결국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차라리 그 부분들을 안 보여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
다 읽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위에 적어둔 대로입니다.
잘 쓰인 작품이지만, 2부를 쓴 건 아쉽습니다.
1부는 정말 괜찮았기에 오히려 2부의 아쉬움이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잘 쓰여진 좀비, 생존물을 찾는다면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긴장하면서, 집중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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