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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판타지

[리리뷰 190번째] 소년만화에서 살아남기

by 리름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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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판타지, 책빙의
작가 : 지놓
연재 기간 : 2021. 2. 20 ~ 연재 중

 


책 소개글

[Mission] : 지면을 차지하고 분량을 확보해 완결까지 살아남으시오 만화 속 '악당3'에 빙의되었다.

근데 그게 첫 화를 끝으로 사라지는 엑스트라다.


리뷰

1. 이 소설의 어필 포인트

이 소설의 도입부는 소년만화를 그리는 작가의 개소리 인터뷰를 보고 화난 주인공이 5700자 문자를 보냈더니 작가가 그럼 님도 한 번 제 만화 캐릭터 되보쉴? 을 시전 하여 그 작가가 쓴 소년만화의 도입부에 엑스트라 주걱턱 악당이 되어 떨어진 소설.

이 간단한 도입부 설정에서 눈에 띄는 건

1) 소년만화

2) 빙의

3) 현대인 주인공이다.

평범한 젊은 현대인 남성 주인공을 게임이든 판타지 세상이든 이 세계든 지옥이든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매우 굴리면 스토리는 짜낼 수 있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소설입니다.

다만 주인공이 떨어진 필드가 여태껏 보기 힘들었던 소년만화라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실제로 읽다 보면 소년만화를 읽으면서 언젠가 느꼈던 궁금증이나 카타르시스, 익숙함을 환기시키는 요소가 툭툭 놓여 있는데 원나블이 퇴물 되고 나서 이에 환멸을 느꼈을 많은 독자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좋은 장치가 되었습니다.

2. 장점

소년만화에 빠져버린 현대인 주인공이 좌충우돌 모험하는 이야기인지라 생소한 장르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원래 아는 맛이 맛있고, 성공 공식이 익숙함 8에 새로움 2라는 말이 있듯이 이능력배틀물에 현대인의 판타지 빙의물, 소소한 시스템은 직관적이고 익숙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소년 만화답게 동료를 하나씩 영입하며 주변 캐릭터가 하나씩 생기는데 소년만화의 주연, 조연, 엑스트라, 그들의 일반적인 패턴에 대해 작가가 좀 고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소년만화에 떨어졌다는데 이거 그냥 판타지 세상 빙의물 같은데 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잊을만하면 아 그래 이게 소년만화지 하는 포인트가 잘 배치되어 있어 독자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하고 무의식적으로 기대하게 되는 재미와 내용을 장착했다는 건 좋은 신호입니다.

그리고 동료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도 있어서 영입할 때 각각의 에피소드도 퀄리티가 괜찮게 뽑혔습니다.

원피스에서 동료들을 하나둘 영입할 때의 감동과 비비기에는 한참 모자라겠지만 어쨌든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단점

주인공이 소년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작가 인터뷰까지 챙기며 화나서 작가에게 장문의 화난 메시지까지 보낼 정도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주인공의 대화 속 말투를 비롯해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쓰인 소설 내 문어체마저 일본어를 억지로 번역했을 때 느껴지는 어감이 종종 등장합니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주인공이 초반 엑스트라로 시작해서 바닥을 박박 기며 만화 원작 주인공과 아득하게 벌어진 격차를 따라가려 소년만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별의별 수단을 꺼내 쓰는 모습이 재밌었는데 주인공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어째 긴장감도 떨어져 갔습니다.

웃긴 건 그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시점부터 주인공의 대화와 소설 내 문장의 일본어 번역투 느낌이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뭐 소년 만화스러움과 세계관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주인공을 굴리기 위해 소년만화라는 배경을 두고 한도 끝도 없이 애들을 강하게 만들면 그게 드래곤볼 따라 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아닐까? 싶어서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연재분 중에 <턱주가리의 상천세계 일지> 편을 읽으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0일 차]

어쨌거나, 이 글이 이 수첩의 마지막이 될 듯싶다.

나야 이걸 다시 볼 일이 없을 테니.

일단 이 수첩을 턱주가리 산맥의 가장 높은 곳에 묻어두고 간다.

만약 훗날 다른 이가 이걸 발견하게 된다면······

‘무서운 턱주가리’의 비밀 기행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럼 이만.

[261일 차]

이틀 전에 이어 적는다.

나는 죽다 살았고, 현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은 치료에 전념하는 중.

정신을 잃었던 기간이 거의 두 달가량이다.

날짜는 근처의 다른 자에게 물어 확인했다.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하루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운이 좋았다.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었으니.

여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즈음에 내가 정말로 벌레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힘도 지니지 못한 마치 벌레 같은 몸이.

녀석의 힘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그 궤가 달랐다.

내가 녀석과 마주한 순간 느꼈던 건, 무력감이 전부였다.

그때 일로 내가 얻은 건 두 가지다.

출구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것.

주제를 파악했다는 것.

잃은 것 또한 두 가지다.

건강과 자신감.

일단은 몸의 치유부터 끝내야 할 듯싶다.

이게 회복 가능한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일지를 적을 여유가 없을 듯하다.

[602일 차]

시간이 됐다.

이제 다시 녀석을 만나러 간다.

부디, 이것이 내 마지막 기록이 되길.

- <턱주가리의 상천세계 일지> 편 중 일부 발췌 -

일본어 번역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소년 만화스러움은 느껴집니다.

말도 안 되게 강한 상대를 두고 싸우는 주인공 혹은 메인 캐릭터의 사투와 노력.

주인공인데 이기겠지 했던 독자 뒤통수를 후드려 패는 처참한 패배.

그리고 마침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도전.

'저런 퀄리티가 가능했으면 진작 이렇게 쓰지 그랬냐?'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 상천세계 일지 편의 필력 정도면 소년만화 빙의물이 아니라 그냥 이세계물 전체에서도 괜찮게 재미 뽑을만하다고 봤습니다.

어떻게 600일을 스킵하느라 할 수 없이 일기 형태로 서술을 바꾸니까 묘사가 더 나아질 수 있나 싶었습니다.

작가가 힘을 숨김 뭐 이런 개꿀잼 몰카인가?

독자들 몰래 후속작 미리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앞으로의 기대감

솔직히 상천세계 일지 편이 없었으면 리뷰 쓸 일도 없었을 거 같은데 저거 덕분에 빡쳐서 리뷰까지 쓰게 됐습니다.

글을 지금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작가입니다.

초반부 퀄리티와 상천세계 일지 편 퀄리티가 그를 증명하며, 주인공의 동료들 캐릭터성도 보다 보면 참 잘 뽑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체재는 없으니까 계속 읽을 거 같고 고퀄리티 편이 몇 번쯤은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읽을 거 같습니다.

5. 결론

제목을 배신하지 않는 내용과 예상된 재미

왜인지 점점 늘어나는 일본어 번역투

널뛰기하는 필력, 그럼에도 기대되는 앞으로의 내용

호불호가 갈릴만한 소재 및 초반 진입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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