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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맨스

[리리뷰 397번째] 교량의경

by 리름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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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로맨스
작가 : 희행(希行)
화수 : 740화

 


책 소개글

바보라는 이유로 정씨 가문에서 버려진 교랑.

모두들 바보라고 알고 있건만의원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고친다?!

원제: 嬌娘醫經

작가: 희행(希行)

번역: 하토르


리뷰

후기 쓰는 저 같은 경우는 이렇습니다.

고구마든 사이다든 가리질 않습니다.

사실 고구마고 사이다고 신경을 안 쓰는데 그런 거에 불호를 느끼질 않는다고 해야하나 피폐물도 엄청 좋아하고 다 때려 부수고 난리 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따지는 건 있습니다.

필력을 좀 많이 따지고 소설에서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그걸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도 따지는 편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소설을 높이 쳐주는데 들이는 개인적인 기준이지 소설을 깎아내리는데 들이는 기준은 아닙니다.

가령 그냥 밑도끝도없이 큰 주제의식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도 재미만 있으면 엄청 좋아하는데 거기에 뭔가 주제의식이 있고 그걸 전달하는 방식도 깔끔하면서 진행방식이 신선하면 어마어마하게 플러스 점수를 주면서 높게 평가하는 그런 거죠.

좀 더 간편한 예를 들면 이영도 소설을 엄청 좋아하지만 이영도처럼 안 쓴다고 죄다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참 말이 길었는데 왜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냐면 일단 후기 쓰는 사람도 어떤 관점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인지 적어둬야 보시는 분들도 이 사람은 이런 관점에서 보는데 이렇게 느끼는 거면 이 소설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대충 전달하기 더 좋을 거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교랑의경을 다 읽고 느낀 이 소설의 좋은 점들을 뽑자면

1. 주인공 정교랑, 그리고 정교랑을 이용한 표현방식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신선함

교랑의경은 제가 감히 장담하지만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은사람 특히 국내 로판을 많이 읽어온 사람일수록 재밌게 읽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국내 로판과는 너무나 차별화된 점이 강하고 독특하거든요.

그 중심에는 주인공 정교랑이 있고.

이 소설에서 정교랑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에 있습니다.

1-1. 교랑의경은 국내 로판과는 달리 여주의 '내적 묘사'가 극도로 절제되어있다.

네 정말 절제되어있습니다.

과거사도 너무나 짤막하고요.

그리고 이점이 이 소설의 어마어마한 강점입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 주인공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을 거울처럼 중앙에 배치하고, 주인공을 만나는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들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주인공을 들여다보면서 자기들이 각자 주인공인 정교랑의 행동과 생각을 추측하고 판단하고 대응하는걸 중심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바로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이게 소설의 등장인물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어느순간 독자라는 읽는이도 정교랑이라는 거울과 정교랑을 들여다보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멀리서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점점 정교랑이라는 여자주인공에 대해 생각하고 해석하고 판단하게 만들면서 보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소설에 점점 끌어당깁니다.

국내에 수많은 로판물들을 보면 정말 구구절절... 늘여놓는 온갖 내적묘사 고통 슬픔 우울함.. 이 소설은 정말 간단하게 싹 다 거세시킵니다.

표현은 하되 간결하고 간단합니다.

그러나 가볍지는 않습니다.

표현을 하지 않는데 가볍지 않아요.

왜냐면 주인공을 이해하려고 드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오히려 절제해서 표현한 정교랑의 내면과 그 캐릭터가 감당하고 있는 괴로움이 어느 순간 글을 읽는 사람한테 떠오르게 되고 아.. 하면서 서서히 스며들어오거든요.

이게 정말.. 장점입니다.

로판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국내 로판이랑은 정반대의 이런 신선함이 너무나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건 중국소설의 장점이라기보다는 교랑의경 이 소설만의 특징 같습니다.

1-2. 폼이 쉽사리 죽지 않는다.

네 로판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반을 넘어가는 순간 폼이 죽습니다.

국내로판물중에 잘 썼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 정도의 평작에서 수작소리 듣는 작품 중에 정말 수많은 작품들이 사실 초반에 그 생생하고 흥미진진함은 수직 낙하하기 일쑤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로판들은 소수인데 그래도 없진 않습니다.

저한테 원탑은 상수리나무 아래에서인데 상수리나무 분량이 정말 긴데 폼 절대 안 떨어지죠.

그거는 글의 필력 자체가 급이 워낙 높아서 그 외에도 제가 본 것 중에서도 제법 되는데 어쨌든 갑자기 엉뚱한쪽으로 샜는데 너무 국내 로판물을 까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그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잠시 옆길로 샜습니다.

아무튼 교랑의경은 바로 이 폼이 쉽사리 죽지 않습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위에도 말했듯이 결국 정교랑이라는 주인공을 거울처럼 이용해서 정교랑이 무슨말을 하든 무슨행동을하던 읽는 사람마저도 아니 그래서 정교랑이 진짜 의도가 있었던 거야 아니었던 거야 헷갈리면서도 나중에 밝혀질 시시비비에 궁금해져서 계속해서 보게 만들어요.

무엇보다 로맨스가 워낙 초중반에 없다보니 이런저런 사건들 위주라 평범한 장르소설 같은 느낌도 있지요.

또 언뜻 보면 제목이 교랑의경? 이거 몸고치고 패턴 원툴아닌가 싶으시겠지만 막상 고치는 건 별로 없습니다.

크게 보면 흐름이 같아 보이지만 이야기를 계속 전개시켜나가는 작은 상황상황 돌발변수들은 힘이 있고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흥미로워서 계속 읽게 만들어요.

2. 인물들의 캐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소설의 길이가 좀 길어지면 정말로 많은 소설들이 캐붕이 일어나지요.

특히 교랑의경처럼 독특한 주인공의 경우 캐붕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교랑의경 주인공이 독특하긴 하나 남자 주인공인 무협소설로 대체해서 비교해보면 사실 정교랑같은 캐릭터를 아주 찾기 힘들지는 않습니다.

정교랑같은 과거사를 가지고, 방황하면서 나아가는 무협의 남자 주인공 캐릭터 교랑의경을 다 보신 분들이 한번쯤 상상하면 쉽게 상상이 가시죠?

고독하고 말이 없고 그러나 능력은 좋아서 주변에 그를 알아보는 여자 캐릭터들이 접근하고 무협의 남자 주인공중에 이런 캐릭터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죠. (참고로 그런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일반 장르소설보다도 내적묘사가 철저하게 절제되어있는 게 교랑의경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런 소설들 중에 캐붕이 일어나는 소설들 정말 많습니다.

처음엔 묵묵하고 이유가 있어서 목적을 가지지만 어느새 소설이 분량이 늘다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장면들이 나오고 캐릭터가 변하지만 납득이 가는 변화가 아니라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고 그런데 교랑의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2-1. 캐붕은 없지만 변화는 많다.

캐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무들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각자의 권력과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서로 배신하고 갈등하고 다투고 성격이 변하고 뜻하는 바가 변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변합니다.

하지만 붕괴는 없고 자연스럽습니다.

가령 진소라는 조정 대신이 고능준을 상대하는 방식의 변화가 그렇고, 주육낭이 정교랑을 대하는 방식이 정교랑이 주육낭을 대하는 방식이 그렇지요.

진십삼이 진안군왕을 대하는 모습과 정교랑을 대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도 그렇고 태후가 진안군왕을 대하는 방식도 수시로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변합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고 납득이 가면서 슬퍼지고요.

주씨가문 정씨가문의 태도변화도 서서히 느리지만 바뀌는 점도 그렇고요.

사실 교랑의경뿐만 아니라 최사데도 그런데.

처음볼때는 아니 어딜 봐서 심랑이 바보야.

어딜 봐서 정교랑이 바보야?

왜 쟤들은 깔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중국소설은 희한하구나 했는데 오히려 제 생각이 틀렸더라고요.

사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봐온 사람의 됨됨이가 갑자기 변한다고 해서 쉽게 인정해주지 않죠.

당장 인터넷만 봐도 그렇잖아요.

바보도 아니고 그저 이미지 안 좋게 낙인찍힌 사람의 경우 좀 잠잠하게 사건사고 없이 나름 이미지가 점점 긍정적으로 바꿔지나 싶더라도 별것도 아닌 사건, 그냥 말인데 그냥 꼬투리 잡힐만한 단순한 것조차도 이미지가 안 좋은 사람이면 매장당하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쓰레기자식 낙인찍히고 기존에 이미지가 좋던 사람이 잠깐 실수하면 오히려 편들어주면서 덮어주려고 하고 그런데 정교랑은 십몇년을 바보로 있었고 심랑도 마찬가지인데 그걸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 쉽사리 너 바보 아니구나 인정한다?

말이 안 되는 거더라고요.

이거는 바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에 미움이 있느냐 없느냐이고 미움이 있고 깔보고 증오하는 대상이다 보니까 아무리 그 대상이 바보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능력이 출중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당연한 거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실에서도 세상이치가 그렇더라고요.

저는 그런점에서 교랑의경이 이런 게 아주 잘 표현된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다 변하기도 하는 점에서 더 현실적이었고.

2-2.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도, 악역이든 아니든 적절하다.

국내 로판이든 일반 장르소설들 중 많은 소설들이 애착이 가는 악역이나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들중 중요한 인물들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정말 온갖 과거 배경 설명이 들어가고 사실 이 캐릭터가 그런 행동을 해야했던 이유는..! 크흑 하면서 설명이 들어가는데(원피스냐고..) 이 소설은 그런 게 없습니다.

그저 처음 등장해서 부여받은 배경과 능력만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타당한 개인의 목적이나 가문의 영화를 위해 나아갑니다.

그래서 보는내내 국내 많은 웹소설들에 들어가는 과거 이건 몰랐지 배경설명이나 추가 설명 온갖 과거사 이야기 이런게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 막판에 달달한 로맨스

워낙 로맨스 비중이 적다보니 막판에 틈틈이 나오는 로맨스 비중이 너무 달달합니다.

특히 이때는 이미 독자도 여자주인공 남자주인공의 고통이나 괴로움의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다 알았기에 이 로맨스 부분이 너무 달아요.

너무 달아서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만듭니다.

3-1 갈등의 진행방향이 단순한 머리싸움의 뛰어남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국내에 잘 쓴 로판중에서 그 뭐냐 어마어마하게 머리싸움하고 대가리 굴리고 와 작가 굉장히 똑똑하네 싶은 것들 있지요.

그런데 교랑의경은 아 조정의 대신이라면 저런 수를 이렇게 받아치는구나 왜냐면 저 사람의 행동해야 할 이유이자 명분은 저거니까.

아 그냥 이러면 되는 게 아니라 민심이 저렇게 움직이겠구나 저시대에는 고씨가 외척이라고 해도 저렇게 따지고 굽힐 건 굽히고 하는구나.

단순히 똑똑해서 머리싸움을 엎치락 뒤치락하는 게 아니라.

각자 직위에 맞는 태도에서 주변을 고려하고 민심을 고려해서 움직이는구나.

그러므로 오는 진행방식이 국내 로판에서 보기 힘든 진행방식입니다.

그냥 공작이라서 깽판 치고 남작이라서 굽혀 들어가고 중세물이면 중세물에서 있어야 할 디테일.

바로 이런 디테일들이 국내 로판에 찾아보기 힘든데 교랑의경은 시대물답게 그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끊임없이 고사들을 인용하고 물론 막 무슨 나라의 경제구조를 심도있게 다루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3-2. 정교랑 이 한마디로 끝

정교랑이 이 소설의 핵심이며 매력의 총집합체입니다.

제가 요근래 본 여주 중 매력 원탑입니다. (너무 좋음.)

소설 중간중간 정평과 정교랑의 대화, 정교랑이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점들 그리고 나오는 대사들 중에 곱씹어 볼만한 대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근래 보기 힘들죠 장르소설 중에서 곱씹어볼만한 대화장면이나 대사들이 있다는 게.

길게 썼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국내 로판은 많이 읽어서 질리신 분, 여주물은 좋아하는데 마치 작가가 자위하듯이 여자주인공에게 자기 내적고통을 쏟아내면서 묘사하는 그런 소설에 질리신분들한테 꼭 추천드리는 교랑의경이었습니다.

사실 스포를 안하고 설명하고 싶어서 엄청 공들였는지라 뭔가 더 자세하게 써보고 싶은데 스포를 안하고 설명하기 힘드네요.

근데 스포하기 싫은 게 이건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봐야하고 그다음 취향이 '맞으면' 너무 재밌게 읽을거라 취향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취향이 맞으시는 분이 스포 당해서 중요내용 알면서 봐버리면 그 맛이 안 날거라 생각돼서 최대한 스포없이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물론 취향을 떠나서 필력은 번역물임에도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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