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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현판

[리리뷰 403번째] 머실리스 : 무법지대

by 리름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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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현대판타지, 서바이벌
작가 : 외투
화수 : 253화

 


책 소개글

어딘가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돈을 위해 방송에 얼굴을 내민 사람들은 죽거나, 죽이거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가끔은- 이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리뷰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후의 10인을 가리는 가상현실에서 생존하는 소설입니다.

살인, 약탈, 배신, 강간, 식인 등.

잔인하고 더럽고 비열한 장면은 거의 다 나온다 보면 됩니다.

이 글의 초반부를 보게되면 좀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도 초반부분을 보다가 개연성 문제로 접었던 게 세번즈음인가 됩니다.

이건 개인적인 호불호라 선뜻 머라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인데 굳이 설명하자면.

간혹 장르소설인데 개연성이 무슨 소용이냐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소설의 허구성이란 것 자체가 튼튼한 개연성 위에서 빛을 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그 신빙성을 높이듯이요.

아무리 문장을 잘써도 이야기에 개연성이 없으면 그 소설은 평작이라 할 수가 없는데 소설의 기본이 안된거니까요.

잘 치장한 지뢰에 불과하죠.

평작에서 작가 본인의 특색이나 작품 특유의 강점을 잘 살리고 강조해서 그게 먹혀들어가면 그게 수작이 되는거고요.

탑매라든가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든가 소엑이라든가 표현력 스토리텔링 어느 하나 부족한게 없는 소설들입니다.

탑매나 재벌집은 제각각의 강점들을 부각해 수작으로 거듭났죠.

그 두 작품을 수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끄덕끄덕 하실겁니다.

스토리 텔링은 좋은데 문장력이 발암인 작품이 있고 문장력은 좋은데 스토리 텔링이 발암인 작품이 있습니다.

둘 다 똑같은 지뢰입니다.

안 읽히는 지뢰이냐 잘 읽히는 지뢰이냐 그 차이일 뿐.

잘 읽히는 지뢰에 적응해서 지뢰와 평작을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리면 그것만큼 위험한 게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발단인 머실리스에 대해 몇 자 적어보면 일단 개인적으로 꼽는 머실리스의 강점은 상황 묘사력과 전투씬입니다.

정말 잘 썼습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이 잘 그려집니다.

잔혹한 묘사는 역대급이죠.

나름 깐깐한 분들도 묘사력은 까내리기 어려울 겁니다.

상황을 전개시키는 능력도 좋습니다.

사건에서 사건으로 이동하는 게 단순 간결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요약하자면, 표현력은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작품입니다.

근데 이게 도대체 왜 지뢰냐...

초반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는데 그걸 제대로 수습하지도 않습니다.

문피아 연재시 초반에 욕먹었던 이유기도 한데 일단 '살인, 식인 방송이 공중파로 나간다'부터가 '아 이건 소설이니까 괜찮아' 정도로 용납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는 단순히 컨텐츠를 제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화의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잘만 등장했던 날붙이나 흡연장면이 왜 요즘은 모자이크 되어 등장할까요?

개인적으론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이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론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모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욕설이 비프음 처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게임사에서 필터링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효과가 있든 없든 사회에 해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일단 배제하는 게 사회화 매체의 기본입니다.

사회에서는 반사회적인 컨텐츠를 최대한 막으려고 하고, 업체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그 허들을 낮추려고 하고, 보통은 그 둘이 협상한 결과물이 제공됩니다.

근데 머실리스는 그런 협상으로 얻어낼 수 없는 결과물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놓았습니다.

공중파로 게임방송을 하는데 그 게임이 실비키우기 같은거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머실리스는 그보다 더하죠.

아주 실감나는 가상현실이고, 실제 거주중인 사람들이 등장하며, 기존 매체와는 다르게 살인의 과정을 그대로 방영하고 심지어 강간, 식인 장면마저 여과없이 공중파로 그대로 내보냅니다.

??

그 어떤 소설이라도 막장 전개를 하면 나중에 뒷수습용 장치를 해놓습니다.

'뉴비가 등장하자마자 최종보스를 작살냈는데 알고보니 이 뉴비의 태생이 범상치 않더라' 이런 식으로요.

유행하는 게임시스템 소설들이 왜 게임시스템을 차용하느냐.

역시 개연성 확보가 편해서 그렇습니다.

스토리를 어떻게 진행시켜도 시스템의 힘을 빌리면 해결되거든요.

근데 머실리스는 해당 부분에서 그런게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정부나 언론사하고 아예 협상이 불가능한 부분을 제시해놓았으니 수습이 될 리가 있나요.

솔직히 수습할 방법은 정말 넘쳐흐릅니다.

최소한 실명과 개인얼굴 공개를 하지 않는다.

정도의 설정만 있었어도 이정도로 까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 정도 표현력이 있는 작가가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 리도 없고요.

그럼 이제 생각해 볼 부분은 그거죠.

'왜 그 말도 안되는 개연성을 수습하지 않았는가.'

일단 조아라나 문피아에서 몇몇 작품 초기부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작품이 어느정도 진행된 후 개연성 확보를 위해 초기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는 꽤 빈번합니다.

근데 해당 부분은 그런 작업조차도 거치지 않았죠.

작가는 뭔가 '일상의 평범한 사람도 특정 환경 속에선 이렇게 될 수 있다' 이런걸 보여주고자 했던거 같은데 아니면 최소한 참가자들한테는 방송되지 않는다 실명 얼굴 공개 안한다 속이기라도 하든가.

이건 뭐...

어쨌든 그 개연성은 봉합되지 못했고 그대로 진행이 됩니다.

그것 외에도 개연성 깔 부분은 많습니다.

몇십억의 상금이 걸려있는 '게임'이고 그걸 인지한 상태에서 추첨까지 해서 당첨된 참가자들이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다가

식량이 되고 좆집이 되고 포인트가 된다든가...

이런식의 설정 구멍이 더 있긴 한데, 제일 큰 구멍이 너무 압도적이라...

요약하자면, 머실리스는 지뢰작 중에선 평작에 제일 근접한 작품입니다.

잔혹한 상황 묘사가 일품이라 중간부터 보면 지뢰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시피 하죠. (중간중간 방송사 PD 나와서 강간씬 시청률 잘 나오니 거기 집중하라느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씬도 빼고)

후반부 파워밸런스 붕괴를 비판하는 분들이 있지만 요즘 안그런 소설 찾기가 더 힘든게 실정이고, 현재 조아라나 문피아 등을 통한 연재시스템 특성상 용두사미가 안되는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강점이 많은 작품인 만큼 작가가 완결 전 초기내용 수정을 통해 설정만 잘 메꿨어도 이런 소린 안들었을듯 하네요.


총평

소설의 기본을 무시해서 지뢰가 되어버린 잘 꾸민 이쁜 지뢰.

개인적으로 초반부분만 곱씹으며 넘기면 상당한 재미를 보장함.

개연성 부분 신경안쓰시고 생존, 아포칼립스 쪽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 가져도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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