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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현판

[리리뷰 414번째] 지니어스 라이프

by 리름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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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현대판타지
작가 : 잔영
화수 : 201화

 


책 소개글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가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아주 사소한 것이 변한다면.

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리고 여기에 한 천재 소년이 있다.

우리가 사는 역사에서는 한 고아 소년으로 그대로 삶을 살아가다가 평범한 인생을 마주할 그런 소년이 말이다.

이 소년에게 미국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땅이 펼쳐진 순간.

이 세상의 현재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베이징에서 나비 하나가 펼친 날갯짓이 시간이 지나 텍사스의 토네이도가 될 수 있을까?

이건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가 되는 그 이야기이다.


리뷰

회귀물이 아닙니다.

IF물이죠.

"한국에서 고아로 잊혔을 천재소년이 미국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었었다면? 지금 사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나비효과에서 출발한 소설.

아홉살 소년이 C언어를 완벽하게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스무살 즈음에는 IT업계 전부를 집어삼키는 지배자가 되고, 그 영향력이 정치, 사업, 학문, 문화 등 다방면으로 퍼지는 것을 적은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조그만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현대판타지 소설입니다.

보통 천재물이 한 분야에서만 극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소설은 천재소년의 천재성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천재성이란 '무언가를 구상하는 능력'입니다.

그것이 사업 계획이든, 신기술 아이디어든, 정치 전략이든 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내놓는 능력이죠.

거기에 정보기술 분야가 주인공의 주된 필드이지만 세상을 읽는 눈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고 묘사됩니다.

그래서 정치 흐름이나 시장 흐름을 꿰뚫고 있습니다.

저 두가지가 합쳐지고 주변 여건까지 따라주니 주인공에겐 못할 것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거죠.

저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조금은 다른 세상이요.

그래서 대체역사 소설에서 왕이 변하면 세상이 변화하듯, 이 소설도 일종의 대체역사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대체역사물이 대게 그렇듯이 이 소설도 "고증이 맞느냐, 실제 기술 발전 흐름이 잘 반영되었느냐?"의 논란을 피해 갈 순 없었습니다.

고증에 오류가 존재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소설적 재미와는 별개라지만, 어찌됐건 누군가에겐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테니까요.

소설이 워낙 전문적인 지식들을 가공 없이 다루고 있어서 깊게 이해하며 읽으실 필요는 없지만, 시장에서 독점하는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이디어들이 너무 시대에 비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관점에서 보면 기업물에서 회귀자가 미래지식을 이용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한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아이디어 만으로 기술의 발전이 휙휙 이루어지는데, 실제 기술 발전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인프라 둘 다 갖춰져야 하거든요.

달리 말해서 소설처럼 아이디어만으론 기술이 발전할 수 없단 뜻이죠.

작가님도 어느정도 알고 계셨을 테고, 재미를 위해 중간 과정을 소설적 허용으로 무시했겠지만, 나비효과로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바꿨다는 메시지 전달에는 흠이 생겼습니다.

오히려 천재 한 명만으론 세상을 바꾸긴 힘들겠구나.

적어도 각 산업 분야마다 주인공 같은 천재가 존재해야겠네란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 예찬론이 아닙니다.

미국을 기회의 땅, 성공의 땅으로 여긴 건 부분적으로 맞지만, 그보다는 주인공이 큰아버지에게 입양되면서 어린 나이에 컴퓨터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한국 vs 미국의 구도가 아니라, 한국에서 연고지 없는 고아의 삶과 미국에서 사랑받고 교육받을 수 있었던 아이의 삶을 비교하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80년 대 한국에서 고가의 컴퓨터를 접해볼 기회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라도 극히 드물었을 겁니다.

가정에 컴퓨터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다룰 기회는 없었겠죠.

주인공에게 한국보다 미국에서 시작하는 게 더 유리한 이유는 이외에도 많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선 영어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미국인 게 더 유리한 점.

1989년에 12살 아이가 인터넷 서비스 개념을 떠올린다 해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현해 줄 기반이 한국엔 없었다는 점.

우리나라가 80년대부터 초고속 인프라망 구축에 힘을 썼다지만 실효를 발휘한 건 90년대 중반인 점.

미국도 별반 상황이 다르진 않았지만 90년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양성 등 여러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나갔습니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그 시대에 미국은 IT업계에 한해선 기회의 땅이 맞았습니다.

유교국가인 우리나라가 어린아이에게 보수적인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가끔 이런 류 소설을 읽다보면 돈의 가치가 너무나 하등해질 때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돈을 더 벌 이유가 없는데, 기계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에피소드 투성인 소설들이 많습니다.

작가가 주인공의 행동가치를 돈으로 밖에 표현 못하기 때문이겠죠.

적어도 이 소설은 그런 점은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이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그때마다 주인공의 행동목적이 분명했습니다.

근데 언제부턴가 크게 재미는 없었습니다.

결국 원 역사에서 누군가가 생각해낸 걸 그냥 주인공이 대신 발표할 뿐이잖아요?

큰 흐름은 역사책과 다를 게 없단 거죠.

소설로서의 가치.

어딘가 부족하다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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