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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대체역사

[리리뷰 419번째] 전국

by 리름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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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대체역사
작가 : 조경래
화수 : 433화


책 소개글

봄과 가을, 춘추(春秋)를 거쳐 전국(戰國)이 열렸고, 진이 천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나는 이제부터 누구보다 뜨겁고, 누구보다 차가워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 뜨겁고, 어느 때보다 차가운, 여름과 겨울, 하동(夏冬)의 시대가 열린다.


리뷰

소설 전국은 중국 역사 중 춘추전국시대의 '전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원 역사에선 전쟁에 전쟁을 거듭해서 7개국 중 진나라가 최초의 중화통일을 이루는 시기이죠.

여기서 진나라의 왕 영정이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면서 진나라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 되는겁니다.

이후 15년의 짧은 시기를 거쳐 자멸하고 항우와 유방의 시대가 옵니다.

이때 최초의 중화통일이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여러 민족과 문화로 갈라진 동아시아 중국을 하나로 엮어서 통치체제를 확립하고 통일성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 달랐던 도량형, 화폐, 법 등도 통일시킵니다.

이게 현대 양아치 중국의 근간이 되었다고도 봅니다.

이걸 아니꼽게 생각하던 주인공이 중국 역사탐방을 갔다가 장기밀매로 살해당하고 먼 과거 전국시대로 회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나라의 중화통일을 막는 목표를 세우죠.

따라서 초중반 주된 내용은 자신이 사주를 볼 줄 안다며 역사 지식 활용해 각 나라의 명장과 명사들을 끌어들여 진나라의 야욕을 막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두 가지가 아쉬웠습니다.

첫 번째는 전국 시대가 너무 복잡해서 작가가 완벽히 못써냈단 겁니다.

전국 시대는 7국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에 전쟁을 거듭하던 시대였습니다.

각 나라의 장수 중 영웅 아닌 이가 없었고, 각 조정의 신하 중 천재 아닌 이가 없었습니다.

한낱 간신배조차도 관직을 팔아먹던 이는 나라를 팔아먹는 도둑한테 먹히던 시대이죠.

당연히 중요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겼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의 행보에 따라 사건의 비중들을 따져봐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최소한으로 언급해야 할 사건과 인물만으로도 너무 많아서, 비중을 쪼개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단 겁니다.

영화로 따지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대본을 조정하다 보니, 주연은 조연만큼의 존재감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조연들은 지나가던 엑스트라만큼의 존재감밖에 보여주지 못한 셈이죠.

제게는 소설 초반의 빌드업 과정이 시놉시스랑 다를 바 없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대체역사의 흐름이 원래 역사보다 낫다고 느끼지 못한 점입니다.

재미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본래 역사가 더 좋았습니다.

이 소설은 역사에서 주인공이던 진나라의 중화통일 과정을 무산시키고 중국을 7개국으로 분열된 상태로 현상유지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야기 구조상 어느 나라도 주인공이 될 수 없단 뜻이죠.

물론 잘 쓴다면 멀티 주인공 체제가 됐겠지만, 이번 소설은 각 나라와 인물들의 매력을 잘 못 살린 편이라 생각하거든요.

차라리 진나라 관점으로 약간 각색한 중화통일 과정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국시대 이후 유방과 항우 등의 활약도 어딘가 극적인 재미가 떨어지면서 본래 역사의 인물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정이 잘 안갔습니다.

조경래 작가의 소설들은 대체로 믿고 보는 편이지만 이번 소설은 제목과 달리 '전국'시대의 매력을 잘 표현 못한 것 같습니다.

7개국이 맞물려서 약육강식의 전쟁을 치뤄서 시대 이름조차 '전국(戰國)'이라 일컫던 시절.

이 시대가 각 나라의 매력을 100%씩 700%의 포텐을 지니고 있다면 이 소설에선 기껏해야 세네국 정도.

그마저도 50~60% 정도 보여줬다 봅니다.

아마 다 합쳐서 300%도 힘들지 않을까요.

전국 시대는 기원전인 만큼 사료도 적고 참고할 기타 창작물도 적습니다.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라는 걸출한 역사 소설이 존재하고 초한시대도 초한지라는 여러 창작물이 존재하지만 전국시대는 이름난 대표 창작물이 없죠.

그만큼 자유롭지만, 반대로 소설이 나아갈 방향표가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에게 생소할뿐더러, 각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야 킹덤이란 만화가 조금 명성을 얻었지만, 그조차도 진나라의 한 장군을 조명할 뿐 전국시대 전체를 다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빙 돌아왔지만,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 비해 여러모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전국 시대는 인지도가 낮아서 인물과 배경 설명에 힘을 썼지만 부족한 자료 탓인지 인물들이 정적이고 특색 있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염파 하나가 호탕한 인물로서 잘 비쳤을 뿐이죠.

어차피 주인공에게 방해받을 걸 알기 때문인지 항우, 유방, 한신이 각 나라를 꾸리는 과정도 정감가지 않았죠.

그래서 제게 전국이란 소설은 인상 깊지 못했습니다.

나쁜 소설은 아니었고, 객관적으로는 좋은 평을 줄 수 있겠지만.

그건 집필 과정의 악조건을 감안한 평이란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겁니다.

언제든지 상위 호환격의 소설이 등장하여 묻힐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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