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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대체역사

[리리뷰 566번째] 대영제국 함장이 되었다

by 리름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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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대체역사
작가 : 대형수상함
화수 : 426화

 


책 소개글

트럭에 치여 환생한 곳은 1930년의 영국.

일어나보니 전함의 함장이 되어 있었다.

“배 이름이 리펄스라고?”

그런데 미국이랑 전쟁을 한단다.


리뷰

소설의 뽕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연설, 한 인물의 시각, 장면의 묘사 등이 다각면에서 조명되며 그로 인해 자긍심이건, 열렬함이건 전장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며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죠.

저희가 시체를 보며 희열을 느끼지 않듯이, 결국 이상과 로망, 뽕은 감정이라는 자원을 잘 포장해 효율적으로 뽑아내는 기법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뽕을 불러일으킬까요?

만일 신파극이라면, 일상 속에서의 청년과 전쟁에서의 비참함, 전해지지 못한 편지와 가족사진이 감정을 일으켰을 것이고, 위급한 상황에서 아군의 희생과 그에 분노하며 돌진하는 함선이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는 너무 자주 사용되면 식상하고, 도리어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죠.

만일 신라 화랑대가 허구한날 나서서 대신 죽고 사기를 일으키는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누구도 고깃 방패라고만 생각하지 자긍심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연설 뽕인가요?

이런 장르에서 연설이라면 아마 개인적으로 폭종이나 내독일 정도가 생각나는데, 함장이라는 말처럼(이후 진급하며 함대기는 하지만) 바다에서 연설만으로 사기를 올리거나, 무작정 그래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그동안 소설에서 별로 조명받지 못한 바다에서의 싸움, 그것도 현대에서의 장거리의 전투가 아닌, 미사일과 미사일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같은 역사의 반복이 아닌, 영국의 이빨이 빠져가는 사자의 함선과 함대를 이끌고 미국과 싸우는, 이후에도 당연하겠지만 기존 역사와는 다르게 시작하고 다르게 진행되는 모습은 색다른 매력이지만 진정으로 감상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다른 부분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과거 바다를 지배하던 전함의 시대는 갔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저물어가는 전함의 시대에서의 항공파와 전함파의 대립과 그럼에도 웅장한 전함의 싸움을 묘사합니다.

미사일만으로 전함이 무너지지 않는 시대에서, 비행기는 그저 보조의 역할인 시대에서 그들이 주력인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도중에도, 아직 미비한 기술은 전함이 그들의 마지막 임무를 다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습니다.

소설의 뒤로 갈수록 전함은 분명 주역이고 강력하지만 시대가 조금씩 끝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처음과는 달리 그런 시대를 직접 느끼면서도 사람들은 이에 각기 다른 반응과 대응을 보이면서도, 도망치지 만은 않죠.

그런 전함의 모습이, 어디 도망칠 때 없는 바다 위에서의 싸움이 이 소설의 묘미입니다.

배는 오직 다른 배 혹은 바다 너머로만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함은 자신의 몸이 터져나가, 팔다리 부러지고 내장이 흘러나와도 싸울 수 있도록 설계된 함입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포에 맞아도 상처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텁고 강력하고, 따라서 그 배의 탄 사람들은 거대한 함포가 철을 때리며 나는 굉음과 빗나간 함포의 탄알이 일으키는 물기둥이 점차 가까워지는 데도, 그 배를 이끌어야 합니다.

특정한 부분을 꼽으라면 분명, 주인공의 거듭된 승전과 노력으로 인한 명성이 전쟁에 주는 영향과 그에 따른 짧고 강력한 연설(연설이라고 할 정도의 길이인지는 몰라도)이나 뱃사람들의 기분, 그동안 주목받은 지상에서의 싸움이 아닌 바다에서의 싸움 등이 있겠죠.

하지만 끊임없이 주목받는 것은 전함입니다.

항공모함이 갈수록 빌어먹게 강력해지고 전함은 구닥다리가 된 현대에서, 저물어가는 전함의 시대의 묘사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감상을 집중해 보다보면 전함의 시대가 갔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연이어 흐름을 타고 읽다 보면 항공모함보다는 전함과 마주보고 싸우는 배들에 공감하고, 그녀들이 함포를 겨누고 쏘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고, 바다를 지배했던 대함대를 그리워하는 노장들과 함께 그런 시대를 그려보고 추억에 젖게 됩니다.

이 소설이 전함만을 부각하거나 거함거포주의를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항공모함의 유용성을 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엄청나다고까지는 아니어도 바뀌어가는 시대(저희로 따지면 핵미사일이 갑자기 쓸모없어지고 그걸 보조하던 다른 병기가 대체하는 수준이니)의 사람들의 모습과 함대 결전을 충분히, 압도적이거나 순간적이지는 않아도 천천히 젖어 나오게 만드는 무언의 뽕을 부각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함의 시대는 갔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게임에서도 언제나 등장하듯이, 사람은 그 거대한 철과 굉음을 울리는 함포를 지닌 그녀들로부터 매력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런 시대가 바뀌어가는 그 시점에서의 함장과 함대장으로서의 역할과 전쟁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주인공의 행보 이전, 그 시작점부터가 달랐던 전쟁과 그 양상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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