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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판

[리리뷰 442번째] 모스크바의 여명

by 리름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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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TS, 환생, 음악, 드라마
작가 : 황장미


책 소개글

21세의 피아니스트 이시윤.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삶을 비관하다 죽음을 택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얘기하는 갑부 집안에서 멀쩡히 눈을 떴다.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다 기뻐했는데……

“저혈압에 천식에 고열에……. 당분간은 푹 쉬세요.”

시작도 전에 몸의 주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넌 모든 걸 피아노를 통해서만 해결하고 있잖아. 연애조차도…….”

피아노만 바라보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 말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리뷰

일단 모스크바의 여명은 TS, 성전환물입니다.

주인공은 남자 피아니스트였지만 손을 다쳐 자살한 후 다른 여자의 몸에 빙의해 깨어납니다.

일단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연재된지 얼마 안 된 시점, 그러니까 상당히 예전입니다.

TS 물이라는, 명작은 한손에 꼽고 평작부터 이미 찾기 힘든 저주받은 취향을 타고나 볼 소설을 갈구하던 차에

여느 때처럼 제목의 TS라는 문구에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한 모스크바의 여명은 첫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 장르를 보는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웹상의 대부분의 TS물은 그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보다는 원래 여주였던 걸로 해도 아무 차이 없을 내용이지만 남자였다가 여자로 변했다고 하면 성전환이라는 것에 환상을 가진 독자층을 쉽게 끌어들이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쓴 듯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덕에 보통 1화에 뭔가 말도 안되는 이상한 이유로 성전환을 당하고 2~3화 정도 난리를 치고, 그 이후로는 원래 여자였던 것처럼 단순히 나 귀여워 나 순진해 나 이뻐 이런 식으로 나가는 뽕빨물로 변합니다.

당연히 저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작품들은 기본 필력마저 처참합니다.

딱 저런 내용에 필력마저 처참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름 인기 있는 작품으로 그살이 있으니 어떤 건지 궁금하면 [그래도 살아간다]를 찾아서 보면 되겠습니다.

단 발목은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 지뢰들만 수두룩하게 밟고 지나오다가 모스크바의 여명을 보니 1화부터 이미 필력은 수준급이었기에 기대가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쭉 읽어 본 모스크바의 여명은 잘 쓴 소설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잘 쓴 소설이지 TS 물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잘 쓴 TS인지 못 쓴 TS인지를 논하기 이전에 이건 그냥 TS물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분명 남자로 20살이 넘도록 살았고 여중생? 여고생? 의 몸에 빙의했지만 어딜 봐도 이놈이 남자였다는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애초에 남자고 여자고 연애고 자시고 그냥 피아노만 치느라 바쁩니다.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어느정도 읽고 나서 확신이 든 점은 이 작가는 TS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수준 낮은 뽕빨물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TS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그와 아무 관계없는 음악 관련 수작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는 것입니다...

TS물 장르도 어느정도 봤지만 그중 제대로 된 TS물이다 싶었던 작품은 딱 두 가지입니다.

그래도 [설원입니다], [부디, 레오네라 불러주시길]

놀랍게도 이 두 소설은 공통점이 있는데 초~중반에 매우 재미있고, 내용도 좋고, 필력도 좋게 잘 쓰다가 후반에 갑자기 지옥의 나락 끝까지 처박힌다는 점입니다.

설원은 초기 등장인물들이 실제 현실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그런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매우 몰입감있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2 부인가? 후반에 접어들자 본래 좀 음침하게 땅을 파는 성격이던 주인공을 작가가 어떻게든 불쌍하게 만들고 싶었는지 갑자기 그 주변 인물들을 전부 미친 정신병자들로 만들어 말도 안되는 해괴한 짓거리들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해괴한 짓거리들의 피해자가 된 불쌍한 주인공을 동정해달라 외치는데 차라리 그 앞부분의 내용들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기존에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갑자기 이세계물 뒷골목에서 만난 양아치처럼 말도 안되는 행동양식을 보이는 점에서 주인공이 불쌍하고 자시고 이전에 그냥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설원입니다는 그 짓을 후반 내내 하다가 결말까지 시궁창으로 처박고 맙니다.

그렇다면 레오네는 어떨까요?

레오네는 그래도 작가의 폭주로 작품이 망했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단지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내용이 시궁창이었을 뿐입니다.

레오네의 주인공은 악당으로 남자였지만 반란에 당해 여성형 의체에 들어가 TS당합니다.

이후 다시 조직을 되찾고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뭔가를 성취해내는 내용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본래 나름 유능하며 굳센 성격이었으나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점차 유약해지고 무능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자 동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응원이나 하는 캐릭터로 변해버립니다.

심지어 그 남자 동료도 실패했으며, 주인공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몰랑 엔딩으로 끝나버립니다.

어찌 보면 작가가 애초에 악당이었던 주인공이 몰락하는 내용으로 권선징악을 보이려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읽었을 때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제 눈이 너무 높은 것인지 TS 물이라는 장르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장르가 마이너해 작품의 절대수 자체가 적어서 명작이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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