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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현판

[리리뷰 90번째]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by 리름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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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현대판타지, 아포칼립스
작가 : 글쟁이S
연재 기간 : 2017. 4. 14 ~ 2018. 3. 1
화수 : 374화


책 소개글

멸망 이후 이백여년이 지났고,

사냥꾼은 여전히 사냥감을 찾아 세계를 방랑한다.

오랜 세월 홀로 황야를 떠돌던 고독한 악마 사냥꾼 진이 레오나라는 어린 소녀와 사이보그 전투병 람필과 함께 멸망한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리뷰

세상이 멸망하고, 괴물들과 소수의 인간들만 남은 세상에 '진'이라 불리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악마가 사라진 세상에서 홀로 계속 살아가는 '악마사냥꾼'이죠.

이 이야기는 멸망한 도시에서 '레오나'라는 한 여자아이를 만나며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

한줄평 :

14권 완결(375화 완결)의 아포칼립스물, 군상극이며 작가 특유의 잘 만든 캐릭터성과 장면 장면의 뽕 맛이 괜찮은 작품이지만, 이하 서술할 요소들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합니다.

※주의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으니 작품을 아직 안 읽은 분이라면 읽지 않는 것을 권유합니다.

스포 목록 : 나를 위해 살겠다, 사상 최강의 매니저,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

원래는 이 리뷰를 아예 안 쓰려고 했었습니다.

리뷰를 쓰는 것 자체가 작품을 남에게 권유하는 게 목적인 이상, 스포일러 없이 후기글을 쓰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어떻게든 써야 할 거 같았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쓰는 추천, 비추천 글이 아닌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후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들과 여전히 똑같은 장점들을 공유합니다.

첫 번째로 얘기 하고 싶은 장점은 역시 '캐릭터 메이킹과 세계관'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사최매'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이 작가는 캐릭터 메이킹과 세계관을 참 잘하는 작가입니다.

'사최매'에서 닳고 닳은 뻔한 헌터물 소재를 '뮤턴트, 나이트, 각성자, 일반 헌터'로 구분해서 헌터물에서 파생될 수 있는 장르들을 정말 잘 이용해먹었습니다.

거기에서 추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서 독자들을 끌어당겼습니다.

이 작품도 똑같은 장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악마가 없는 세계의 '악마사냥꾼'

입이 거친 어린 히로인.

기계 같았던 군인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군인.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증오심 가득한 마녀.

세상을 등진 상천술사.

세상을 지배하려는 또 하나의 상천술사.

명령을 따르는 군인에서 한 명의 인간이 되어가는 군인.

각 캐릭터의 개성도 충분한 편이고 세계관은 또다시 단순 아포칼립스물이 아닌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워그레이브, 슬래터, 그룹, 3 개의 대도시, 포트리스, 블루칩, MCP 등등...

개인적으로 '주술'이라는 개념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가의 두 번째 장점은 '장면 장면의 뽕 맛이 좋다'입니다.

사실 이 리뷰를 쓰는 이유도 이거 때문입니다.

13권에서 하차할까 생각이 들었는데 결말까지 딱 한 권 남았는데도 더 이상 뒤가 궁금해지지 않았었습니다.

지치고 화가 났고, 그 이유는 뒤에서 얘기하겠습니다.

그래도 결말까지 꾹 참고 봤고, 마지막의 그 한 문장 뽕 맛에 취해서 또 이렇게 흑우처럼 리뷰글을 쓰고 있습니다.

근데 딱히 이 부분 외에도 장면 장면의 뽕 맛이 참 좋았습니다.

레오나와 진이 3권에서 다시 만나는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살아가기 위해서' 장면은 참으로 뽕맛이 진한 부분이었습니다.

'실수와 실패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으니 그 수많은 실수에 하나쯤 더 얹는다 해도, 괜찮겠지'

캬아! 뽕에 취한다!

굳이 1, 2부로 나눌 수 있다면 1부 마지막의 애쉬파일과 진의 대화는 어떤가요?

애쉬파일 같이 자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는 언제든지 보는 맛이 있고, 진과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가 절절했습니다.

프레이와 람필의 장면들은 하나하나 다 보기 좋았고 이 멸망한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빛과 소금 같은 휴식처였습니다.

뽕 맛이 유독 강한 부분을 몇 장면 뽑아낸거지만, 이 작품에는 전반적으로 저런 뽕맛 좋은 장면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장점입니다.

장점 끝났으니 '제가 생각하는 단점'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기준이고 제가 이 작품을 유독 더디게 읽은, 오래 읽게 된 원인들입니다.

사최매 하루 컷, 메모라이즈 3일 컷인데 이 작품은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 좀 고민해봤고, 이게 제가 나름대로 내놓은 해답입니다.

첫 번째는 '진과 레오나의 관계 당위성'이에요.

1~3권은 진과 레오나가 합류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 위에도 적어놨던 뽕 맛 좋은 장면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했습니다.

그것까진 좋은데 그 이전에 1권 후반부의 진의 대사는 끝까지 다 본 뒤에 다시 읽어보면 참으로 작위적입니다.

레오나를 어느 정도 마녀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도 했고, 그러면서도 총을 쥐어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진은 레오나를 받아들이며 '어린아이가 착한 것만으로도 괜찮은 시대가 있었다'라는 대사로 퉁치긴 했지만, 이 장면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어떻게든 레오나랑 진을 붙여줘야지 이야기가 진행되니깐 붙여놨다는 생각이 작품 내내 저를 지배했습니다.

프레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온 진이 레오나랑 다시 만나고 하는 대사들을 볼까요?

"너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말을 꺼내는지 몰라"

"내가 사냥한 마녀들 중에는 그 누구보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나는, 내 생에서 처음으로 예외를 두는 거다"

"너를 지금 놔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내가 죽여온 모든 것들을 충분히 모욕했다"

이 뒤에 죽기 직전의 진에게 레오나가 블루칩을 털어먹여주면서 '나를 사냥꾼으로 키워줘!'로 퉁치긴 했지만, 여전히 앞 장면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개연성을 벗어났단 생각이 들었고, 이건 끝까지 다 읽고 나니깐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12권까지 가서야 '아이라'와 '에이디안'의 얘기가 나오긴 하지만, 해결은 안 됐습니다!

진은 도대체 저 때 왜 그랬죠??

아이라가 겹쳐 보였나요? 에이디안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나요?

아니면 진이 너무 지쳤나요?

어떤 생각을 해도 저 때 당시의 진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결국 '진과 레오나'는 둘이 함께 지낼 이유가 충분했지만, 둘의 첫 만남인 이 단추 자체가 이상하단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작품을 읽어나가면서도 '아니, 이걸 왜? 내가 뭘 놓쳤나?' 하면서 계속 뒤로 돌아가게 되더군요.

두 번째는 '소서란과 초율'이예요.

제가 사최매에서도 하고 싶었던 얘기인데 이 작가는 캐릭터를 너무 사랑합니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캐릭터가 있고, 죽어야만 하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악인'이죠.)

근데 이 작가는 자기가 만든 캐릭터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제대로 된 퇴장을 안 시켜주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나위살의 주인공은 결국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말짓습니다.

... 정말로요? 끔찍한 위선자,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이 친구가 결국 자기 스스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고요? 거부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주인공을 처벌할 도구가 도저히 안 보이는 먼치킨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경우니깐 넘어갔습니다.

사최매는요? '위악떨지 마라, 최강준'

저 문장 자체를 비웃을 생각은 크게 안 들어요. 근데 저 대사를 바꿔서 '위악 떨지마라, 글쟁이 S'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악인 캐릭터를 가장 손쉽게 모욕하고 속된 말로 똥칠하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알고 보니 얘도 착한 놈이었어'

세계구급 범죄자, 학살자였던 유니온은 죄다 살아남았습니다.

최악의 전쟁을 일으키고 전 세계가 같이 공멸할 수도 있는 선택지를 고작' 나는 괴물이 싫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지른 '최강준'은 자기만의 죄를 얻었습니다.

얻은 걸로 끝났어야 했는데... 뒤에 마리아와 어린 최강준이 나오면서 마리아도 구원받고, 최강준도 구원받습니다.

하... 이 엔딩은.. 그렇습니다.

해피엔딩, 저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악인 미화의 역겨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사최매는 작품 내내 재밌게 봤으니깐 넘어갔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좋아하니깐 그러겠지 했죠.

근데 '소서란과 초율'은 진짜 아니였습니다.

소서란이 왕이 되고자 하는 계기는 최후반부의 14권에서나 등장합니다.

그 계기가 납득할 수 있는 계기였냐 그럼... 아닙니다.

세계에 질서가 필요하다 와 본인에게 그럴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다? 자기의 목숨도 바쳐서?

 

그렇다면 소서란이란 캐릭터를 좀 더 보여줘서 그런 점을 부각해줘야 했습니다.

결말부에 '사실은 이랬다!'하고 갑자기 가져다주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이건 변명 수준이죠.

'소서란이 사실 초율을 좋아했다' 부분에서 읽을 때는 좋았습니다. 츤데레 좋잖아요, 다들?

좀 억지스러운 맛이 있었지만, 넘어갔습니다. 이유가 있겠지 했으니깐요.

후반부 들어서 이유도 나왔어요. (초율은 결국 소서란을 벌 받게 하는 장치로 쓰였군요.)

하지만 그래도 '소서란은 자기만의 구원'을 받아버렸습니다.

초율을 되살릴 수 없었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대신 이어받았습니다.

근데 멸망한 세계에서 다시 살기 시작하고 스리슬쩍 레이드 파티에 끼어들어서 자신의 죄를 살아가는 것으로 퉁치는 장면은... 역겨웠습니다.

악인은 악인 다운 비참함이나 파멸로 끝났어야 했는데 애쉬파일이 딱 그랬습니다.

근데 소서란은 뭐죠? 작가님이 소서란과 초율이 알콩달콩할 때 애정을 쏟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기 좋았습니다.

저절로 아빠미소가 들었고, 그리고 기대했습니다.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가져다주려고'

초율이 죽을 때 안타까웠고, 소서란의 비참함은 보기 좋았습니다.

근데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소서란은 한 권이 지나자마자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섰고, 새로운 구원인 '엘리자베타'에게 자신의 멍에를 넘겨줬습니다.

소서란은 결국 구원받아버렸어요! 세상에나...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농락한 죄를 너무 빨리 털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작가님이 좀 더 노력해서 독자를 납득시켜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에 달리는 것은 좋지만, 이 부분은 시간을 들여서 납득시켰어야 했는데 '소서란이 왕이 되고자 한 이유'가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이유 치고는 상당히 빈약했단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결국 작가님은 또다시 '악인 캐릭터'에게 구원을 줬습니다.

세 번째는 '칼츠'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작가님이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글쟁이 s 작가님을 좋아했던 이유는 요즘 웹소설 작법이 아닌 조금 옛날 웹소설 작법을 적극 기용한단 점이었습니다.

'숨겨진 과거, 떡밥을 조금씩 풀어나가며 뒤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 쌓아둔 떡밥을 후반에 터뜨리는 카타르시스'

나위살은 약했고, 사최매는 제법 괜찮았고, 멸세사도 초, 중반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후반까지 왔지만, 정작 후반부에 돌아온 건 '칼츠'였습니다.

다른 말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죠.

능동적이던 주인공과 그 일행들은 후반부에 죄다 '수동적'으로 바뀌 버립니다.

해결하지 못한 떡밥, 궁금증이 남았던 점들은 모두 '칼츠의 설명'으로 퉁쳐버립니다.

구아아아아아악!!!

소서란, 프레이의 죄를 누가 떠안았죠? 칼츠예요.

부족했던 설명, 초반부터 의미심장했던 떡밥(dark born)은 누가 설명했죠? 칼츠예요.

주인공의 최후의 선택은 뭐였죠? 칼츠의 선택이에요.

... 지나치게 작가 편의주의적인 캐릭터였고, 이 작가님이 저한테 이런 걸 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던 캐릭터들은 마지막에 갑자기 수동적으로 바뀝니다. 왜죠?

능동적으로 행동할 건덕지가 없어졌고, 칼츠가 팩트로 후두려 팼으니깐요.

독자의 입장에서 칼츠는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파티의 선택지를 없애버리고, 갑자기 캐릭터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요소거든요.

이건 작가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소서란, 프레이. 둘 다 이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도덕적 옹호'를 받을만한 캐릭터였나 그러면... 흠.. 글쎄요...

근데 마지막에 가서 이 죄들을 칼츠한테 떠넘겨 버립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편하게 이 두 캐릭터들의 행복을 빌어주면 되나요?

 

13권 동안 벌어진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14권 한 장면만 기억하면 되니깐요?

 

아니죠... 길게 달려왔는데 그 모든 걸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풀어버리시다니 최악의 선택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칼츠'의 떡밥은 샬롯과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나왔고, dark born 같은 건 참 잘 숨겨둔 떡밥이었습니다.

근데 결국 선택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나요?

좀 더 길게 가거나 자잘하게 뿌려둘 생각은 없으셨는지?

후반부는 결국 이상해집니다.

몇몇 캐릭터들은 대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급하게 떡밥을 해소합니다.

캐릭터성이 무너졌다 생각이 드는 캐릭터들의 대사는 짧아지고, 길수록 허점이 커지니깐요.

후반부는 구멍투성이의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 뿐이었습니다.

***

글쟁이 s 작가님의 세 작품을 다 읽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가님은 '자기 복제'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전개와 캐릭터성에서 그게 느껴집니다.

다음 작품인 사최보를 볼지 말지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멸세사 후반부 직전까지는 이 책을 구매할 생각도 있었지만, 끝까지 다 본 지금은 그냥 대여로 만족하고 싶습니다.

그 와중에 괘씸한 것은 '결말의 뽕 맛이 좋다'입니다.

글쟁이 s 작가가 '피카레스크'를 쓴다고 하면, 적어도 저는 절대 안 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에 들어서 결국 악인을 미화해버리는 자기 캐릭터에게 지나치게 무른 작가입니다.

읽는 동안 즐거웠지만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만나볼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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