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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라노벨

[리리뷰 93번째] 책벌레의 하극상

by 리름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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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이세계 전생, 판타지, 영지, 착각
작가 : 카즈키 미야
발매 기간 : 2016. 8. 11 ~ 발매 중
권수 : 21권 (일본은 28권 + 외전 1권, 단편집 1권)

 


책 소개글

어릴 적부터 책에 푹 빠져 지내던 여대생이 사고에 휘말려 낯선 세계에서 다시 태어났다.

가난한 군인의 집에서 5세 소녀 마인으로...

게다가 그 세계에서 ‘문자’를 아는 사람들도 적고, 있는 책이라곤 귀족들을 위한 책뿐이었다.

책을 아무리 읽고 싶어도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게 된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스스로 책을 만드는 것이다!


리뷰

책을 사랑하는 주인공 '모토스 우라노(마인)'은 책을 좋아하는 일반 여성이었습니다.

어느 날, 지진으로 인해 집에 있던 책에 압사해 죽고 난 뒤 눈을 떠보니, 이 세계 '위르겐 슈미트'의 에렌페스트 영지, 평민의 딸 '마인'으로 빙의합니다.

멋진 남성의 기준은 장서수, 남편이 될 남자는 도서관이 있어야하는 마인에게 읽을 책은 근처에 없었고, 평민이 가진 재산으로는 감당하기에 너무나 비싼 책들은 마인을 괴롭게 했습니다.

이 책은, 책을 너무 사랑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편안한 취미생활을 위해 이 세계를 휘젓는... 그런 얘기입니다.

***

이 작품의 한줄평:

정발 21권 - 연재중의 이 세계, 일상, 영지물이며, 치밀하게 짜인 세계관과 섬세한 고증, 미쳐 날뛰는 주인공의 매력이 장점인 소설입니다.

***

이 작품의 첫번째 매력은 '주인공'입니다.

작품이 얼마나 매력적인 설정을 가졌든, 세계관을 가졌든 간에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글은 읽히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첫 스타트를 잘 끊었습니다.

주인공 '마인'은 매력적인 주인공입니다.

옆에 두고 싶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재밌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한 마디로 사고뭉치입니다.

몸은 극도로 허약해서 걷다가 눈을 잠시 떼면 금방 기절해버리고, 좀 흥분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탈진하는 유리몸입니다.

그런 주제에 책에 대한 열의는 엄청나서 조절이란 걸 할 줄 모릅니다.

거기다가 마력 보유량은 세계관 최강자급 수준이라서 그야말로 핀 뽑힌 수류탄이 따로 없습니다.

제목에도 나와있다시피, 주인공은 책을 좋아합니다.

남편의 기준은 장서 보유량과 도서관 보유 여부로 갈리니깐요.

이렇게 외골수인 캐릭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세계로 넘어온 현대인이기에 적응을 하는 과정들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개복치인 주제에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주인공, 흥미가 동하시지 않습니까?

이 작품의 두 번째 매력은 '잘 짜인 세계관'입니다.

이 작품의 외전 격으로 설정집이 나온다면, 저는 구매할 의사가 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만 매력적인 게 아니라, 세계관을 매우 섬세하게 잘 짜 놓았습니다.

일본식 이세계물의 단점 중에 주인공의 특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이 세계인을 바보로 만드는 '현대인 천재론'의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세 배경의 작품에 마법을 추가한 세계관인데, 중세 관련 고증을 상당히 잘했습니다.

크게 고증 오류가 느껴지진 않는 편이었고, 굳이 찾자면 몇 개 있지만, 극히 사소하다 생각하고 반론 거리도 충분합니다.

작 중 세계관에는 아직 '종이'가 양산되지 않는 시대이기에, 주인공의 목표인 도서관을 세우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아이언맨을 처음 볼 때, 전투씬 하나 없지만 하나하나 그 부품을 만들어가는 공돌이 감성을 책으로 써낸 듯했습니다.

일단 종이를 만들고, 인쇄기술을 개발하고, 잉크를 개발하는 과정들. 그 과정에 등장하는 세계관과 상업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진짜 매력적이라 느낀 설정은 '신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작품의 세계관에서는 신들이 반 필수적으로 등장합니다.

귀족들의 기본 교양이며, 마법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니깐요.

최고신, 오대신, 그리고 그 권속신들.

한, 두 명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많이 나옵니다.

이 신화에 관련된 설화들은 꾸준히 나오고, 이 설화에서 나온 비유법들은 작가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화의 이야기들은 단순히 지나가는 얘기가 아니라, 작 중 중요한 대사들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자들은 읽다 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신화에 대해 알게 되고, 귀족들의 '신화를 이용한 비유법'에 익숙해집니다.

신화들만의 이야기만 따로 묶어놔도 제법 흥미로운, 작품 속에 또 다른 세계관을 하나 더 창조해놨습니다.

이걸로 끝이냐고요? 아니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위르겐 슈미트와 그 영지들입니다.

작 중 주인공이 있는 영지는 에렌페스트이지만, 작품의 영지는 총 21개입니다.

각 영지는 특색이 있고, 영지를 상징하는 문장들이 있고, 특산물이 있고, 영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 주가 되는 영지들은 몇 없지만, 각 영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들은 하나같이 매력 있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세계관을 썼나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 세 번째는 '각 부마다 달라지는 작품의 성격'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긴데 대하소설로 분류해놓고 봐도 됩니다.

필자의 경우에 메모라이즈를 완독 하는 데는 3일 정도 걸렸지만, 이 작품은 일주일을 넘게 읽었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각 부 별로 성격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1, 2부는 일상물에 가깝지만 3부는 영지물, 4부는 학원물, 5부는 스포일러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위화감은 없고, 오히려 작품이 진행될수록 더 확장되가는 세계관과 장르는 행복할 지경입니다.

한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의 퀄리티 높은 장르를 읽는다는 것은 독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길고 긴 작품이지만 읽는 도중에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데 작가의 필력이 좋은 데다가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편이니깐요.

그리고 작가가 오랫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매력들은, 후반부에 터집니다.

후반부에 주인공의 대사는 독자를 미치게 만들기 충분했고, 작가가 멋을 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게 후반부고, 이게 기승전결의 '결'이란 것이다 하고 확실히 보여줍니다.

결말을 읽고도 한 동안 이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할거 같습니다.

너무나도 길었고, 후반부의 강렬함이 쉽사리 잊히지 않을 거니깐요.

***

이 작품은 딱히 단점이 없습니다.

작가가 필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편입니다.

글이 어렵지도 않고, 상당히 읽기 쉽게 되어있어서 방대한 세계관에도 헤매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흥미롭고, 주인공은 꾸준히 매력적인 폭탄 덩어리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독자에게 이 작품의 단점은 하나입니다.

한글화가 매우 실망스러워요.

제가 말을 곱게 했지만, 웹 연재본을 연재 당시에 번역기와 친구를 동원해가며 읽기까지 했던 제 기준으로는 번역가를 갈아치우고 싶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발화가 되면서, 얘기가 조금 바뀌었지만 웹 연재본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 저는 어디까지나 추천만 했습니다.

일본 갓세계물에 실망하신 분들, 잘 만들어진 영지물, 상업물을 좋아하시는 분들, 매력적인 설정에 환장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라 생각합니다.

소설가가 되자 최고의 아웃풋, '책벌레의 하극상'을 저는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P.S. 이 작품은 외전으로 '한넬로네의 귀족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작가님이 건강 악화 문제로 연재속도가 많이 느려지셨지만, 본편에서 못 다뤘던 몇몇 신들의 이야기들과 한넬로네 시점의 이야기, 그리고 후일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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