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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판

[리리뷰 162번째] 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

by 리름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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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로맨스판타지, 빙의
작가 : 베르헤라
연재 기간 : 2020. 12. 13 ~ 2021. 3. 22
화수 : 201화

 


책 소개글

노예에서 황제까지, 내 인생이 환생 레전드.


리뷰

중세 판타지의 망해서 쫓기는 공작가의 후계로 빙의되어 도망치다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는데, 정치적인 내막 때문에 황궁 안 외딴 후궁에 배치된다.

죽기 직전의 공주도 살리고, 자기 목도 붙이는 생존육아물.

제가 보기에 한 줄 요약을 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특이 장르가 포함되지 않은 왕도 성장물 판타지+육아 로판이란 느낌입니다.

망해버린 공작가의 후계자로서 생존하는 초반의 디테일은 왠만한 중세 피폐물 못지않고, 잡힌 이후에도 자칫하면 일제 시대 마루타 묘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물씬 나면서 긴장감도 들고, 주인공이 지능캐란 느낌도 확 듭니다.

다만 너무 초반부터 코레아 왕조, 검은 머리 검은 눈 등 90년대 감수성의 이고깽 판타지스런 설정과 작명이 나오니까 원래는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너무 초반부터 코레아 왕조, 검은머리 검은 눈 등 90년대 감수성의 이고깽 판타지스런 설정과 작명이 나오니까 원래는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괜찮다는 후기 안 보고 봤으면 저기서 1차 하차, 살아남기 위해 애 말투 흉내 낼 때 2차 하차했을 거인데 저도 그것만 보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 거부감을 뒤로하고 본다면 괜찮습니다.

저런 소설들 특유의 설정 오류, 개연성 폭망, 오글거리고 호구 같은 전개와 1차원적인 인물들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보니, 그런 게 없는 소설이라 재밌게 봤습니다.

예를 들어 작중 101화의 한 부분입니다. (스포주의)

리리샤는 그런 아이처럼 기르지 않는다. 활발하고 행복한, 그리고 평범한 아이처럼 기를 거야.

루디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시종장에게 웃어 보였다. 태상황제의 싸우지 말라는 충고는 이 상황에서도 들어맞는 것 같다.

"황후는 내 취향대로 기를 테니, 왈가왈부하지 말게."

시종장이 약간 놀란 듯 루디를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의 뜻대로."

조금 전까지 난처한 기색이던 시종장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어쩌면 거짓말이야말로 이 세상을 가장 잘 살아나갈 수 있는 처세술이 아닐까 싶어졌다.

 

이런 부분을 보면 여성향을 가장한 메갈 코인을 타거나, 남성향 하렘 계열로 간다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극초반부터 누구도 비견할 수 없는 이고깽 재능을 지녔음을 알 수 있기에, 왕도 먼치킨 성장물의 양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 육아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작가 네이밍 센스가 최악이라 지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취향일 수도 있으니 찍먹 해보길 추천합니다.

[장점]

호구 같은 전개는 없습니다.

명확한 캐릭터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목적과 감정선이 뚜렷합니다.

왕도 성장물은 남자 작가처럼 잘 쓰는데, 애매한 뒷맛을 남기긴 하지만 납득되는 인간 군상의 전개는 여자 작가 같은 느낌이 듭니다.

20년간 장르소설을 봐온 저의 결론은, 패스파인더보다 더 왕도 판타지 성장물을 잘 쓰는 여자 작가라는 게 결론입니다.

전민희 윈터러 볼 때만큼의 소름 끼침은 아니지만, 그때의 어린 나이를 감안하고 지금의 고인물라는 입장에서 이런 왕도물 가지고 이 정도의 표현력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육아물이나 로판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남성향 여성향이라기보다는 성장물에 가까운 느낌인 부분의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의 부모처럼 동생 업어 키우다 시피한 오빠 느낌임. 근친 bl gl 어떤 거에도 편견이 없는 입장에서 볼 때는 뭐.. 그러려니 함. 아래는 거의 100화 다 돼서 나온 주인공 독백임.)

리리샤 공주가 자신을 애타게 찾아주면 마치 이 세계가 그에게 말하는 것 같다.

너는 이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이 세계에 온 것은 전생에 죄를 지어 벌 받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해서 불러온 거라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아이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자신을 찾는 것에 안심하다니, 아마 자신은 이기적이고 나쁜 어른일 것이다.

선한 사람은 악한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약한 사람은 강한 자에게 유린당한다.

그것은 이 세상 어느 것에도 통용되는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루디와 공주처럼 선한 관계를 쌓고 있는 사이에서도.

순수한 어린아이의 호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 것조차도 공주를 만나면 눈 녹듯 사라지니, 참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영악한 존재다.

[단점]

좀 아쉬운 부분은, 긴장감을 길게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

물론 주인공이 추론한 걸 눈치챌 즈음부터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외전 비슷한 게 나와서 속을 보여줬다면 뒷북치는 느낌이 들고 루즈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먼치킨인 코레아 혈족 출신이란 걸 알고, 대충 공주랑 이어질 거고, 황제가 되지 않을까 이런 느낌 받고 있는데 너무 초반부터 그런 흐름이 보이니까 좀 루즈합니다.

굉장히 왕도에 가까운 주인공이고, 90년대 네이밍 센스와 공주 시점의 외전을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주 시점의 극초반 외전은 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아무것도 모르는 애고, 좀 성장한 다음에 천천히 보여줘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예 맨 처음 2-3살짜리가 너무 지능 쪽인 부분에서 발달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막상 나이 10살 가까이 먹어가면서 보이는 행태는 일반적인 애랑 비슷합니다.

뭐 이건 평범한 28살 회사원이라기엔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면서도, 냉정하면서 정 많은 있을 수 있는 캐릭터인가 싶은 주인공에도 적용되긴 합니다.

주인공과 히로인 버프라고 생각하고 넘기긴 했지만... 좀 더 다듬어야 할 거 같다고 봅니다.

(작가가 후기에 와토린구가 좋은 네이밍인줄 알았다는 말에 식겁했는데 인지하고 난 이후의 네이밍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음)


총평

장점 : 필력, 스토리 전개와 묘사의 디테일

단점 : 주인공 시점이 아닐 때의 불편함, 스토리 큰 줄기 진행방식의 뻔함, 최악의 네이밍 센스

(코레아 왕조 운운하길래 그지 같고 개연성 없는 호구에 고구마 전개 예상했는데 그냥 작가 네이밍 센스가 구린 거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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