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르소설/판타지

[리리뷰 299번째] 눈물의 마시는 새

by 리름 2022. 7. 29.
728x90
반응형
장르 : 판타지, 군상극
작가 : 이영도
권수 : 4권

 


책 소개글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 눈물을 마시는 새 제사(題詞)


리뷰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케이건 드라카.

누구보다 '나가'라는 종족을 증오하는 남자는 스스로 나가에게 멸망한 두 종족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아 끊임없이 나가를 죽이고 살며 그들을 먹습니다.

그런 '묵가적인 살육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나가를 구해달란 요청이 옵니다.

사냥꾼은 누구보다 사냥감을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정통 판타지입니다.

인간, 도깨비, 레콘 서로 다른 세 종족이 모여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라는 오랜 격언을 따라 '나가'를 구한다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이야기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을 D&D 세계관(오크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물)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세계관과 새로운 종족들로 시작합니다.

왕이 사라진 인간, '즈믄누리, 씨름' 등 한국 전통의 문화에서 많은 것을 따온듯한 도깨비,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개인의 숙원을 향해 걷는 가장 강대한 종족 레콘, 심장을 적출하여 반불사성을 얻은 종족 나가.

이 모든 종족을 통틀어 '사람'이라고 표기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과는 너무나 다른 이 세계관을 작가는 아주 세세하게, 시간을 들여 독자에게 설명합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세계관에 적합하며, 도중도중 튀어나오는 격언과 속담,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는 왜 그들이, 그 종족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작품의 매력 첫 번째는 '세계관'입니다.

세계관은 스토리의 뿌리입니다.

어설픈 세계관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어색함을 느끼는 순간 독자는 그 세계관에서 흥미를 잃게 됩니다만 눈물을 마시는 새의 독창적인 세계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 대화를 통해 낯선 세계관을 이해시키고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작품의 주연들은 해당 종족의 특성을 대표하기에 새로운 조연이 등장하여도 낯설지 않죠. (하나를 제외하면요)

작가는 이렇게 노련하게 등장 종족들의 '보편성'과 '행동 논리'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킵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등장인물 간의 오고 가는 대화를 통해 전해진 세계관은 우리에게 어느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안정적으로 정착시킵니다.

이 작품의 매력 두 번째는 '모순'입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키탈저 사냥꾼'이라는 집단은 '모순'의 힘을 믿기에 작중에선 수많은 모순들이 등장합니다.

누구보다도 '나가'를 증오하는 주인공 케이건은 나가를 구하고, 나가를 동료로 두고, 나가인 친우를 두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강한 종족은 개인이 한 지역을 쓸어버릴 수 있는 도깨비들이지만 그들은 '피'를 무서워 하기에 전투요원으로 치지 않습니다.

동생을 누구보다 아끼는 누나는 그렇기에 스스로 동생을 죽이려고 합니다.

모순은 작품 내내 등장하고 이 모순들은 독자들을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임과 동시에 세계관 내에서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장치기도 합니다.

독자들이 이 모순에 대해 고민할수록 이야기는 깊어집니다.

이 작품의 마지막 매력은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메인 스토리 하나를 따라 여행하는 주인공들이 겪는 여러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말했던 장점 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순과 매력적인 세계관이죠.

4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앞의 2권과 뒤의 2권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며,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과 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입니다.

조연 하나하나가 가지는 이야기의 매력도 상당하기에 이 책은 군상극의 형태도 띄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영도 작가의 장점인 후반부 단숨에 결말까지 진행하는 그 폭발력과 완벽한 기승전결의 구도는 작품을 다 읽고도 여운에 잠기게 만듭니다.

이 책을 추천할 때, 저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표현으로 이 책을 추천하려 해도 수식어가 부족했고.

다 읽고 난 뒤의 그 깊은 여운은 표현이 불가합니다.

여러번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합니다.

그럼에도 어설픈 제 말로 여러분에게 이 책을 추천함은 이 책을 아직 안 읽으신 분들에게 어떻게든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그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눈물을 마시는 새'를 추천드립니다.

P.S. 눈물을 마시는 새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정치극을 좀 싫어하시더라도 후속작 '피를 마시는 새' 또한 추천드립니다. 후속작 또한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줄겁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