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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잘쓴글과 재밌는글에 대한 저의 생각

by 리름 2022.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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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쓴글과 재밌는글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글이 장문이니 읽기 불편하신 분은 제일 아래 요약 읽으시면 됨)

잘쓴소설이 꼭 재미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다는 걸 알겁니다.

납골당, 바별, 멸세사, 바바퀘 , 나아살 기타 등등 잘 썼다는 소설을 몇 개 예로 들순 있겠지만 이걸 재밌는 소설이라고 평하기엔 개인의 호불호가 강합니다.

재미있다는 건 가장 근본적으로 개인이 자기 취향에 맞는 소재, 문체, 스토리, 분위기를 갖췄다는 겁니다.

아무리 잘쓴소설이라 하더라도 내 취향에 안 맞으면 잘 썼는데 이상하게 나는 재미가 없는 소설이 됩니다.

취향(재미)라는건 예선과 같습니다.

일단 여기 안 맞으면 아무리 잘 써도 손이 안갑니다.

그리고 본선에서 잘쓴소설을 찾습니다.

소설게에서 가장 언급많이되는게 납골당인데, 이게 아주 전형적인 '잘쓴소설'입니다.

근데 소재나 분위기나 설정이나 이게 내 취향에 맞으면 맛있긴 한데 반대로 내 취향이 아닐 경우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가 체하는 것처럼 속이 덥수룩 해지는 겁니다.

잘쓴소설 찾아다니지 말고 지피지기 확실히 하셔서 내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소설 찾아다니세요.

잘쓴글은 못쓴글에 비해 묘사의 질이 다릅니다.

보통 필력이 뛰어나다 라고 부릅니다.

사소하게 지나갈만한 묘사도 틀에박힌 묘사가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어휘를 사용합니다.

못쓴글은 그냥 스토리 진행에 따른 뼈대만 나불대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어딜 갔다 어디에 머물렀다 누굴 만났다 무슨 대화를 했다, 주인공이 간 곳이 어딘지, 어떤 곳인지, 하루 묵은 곳이 어떤지, 만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런 건 무책임하게 독자의 상상에 떠넘겨버립니다.

이런식으로 예비군 훈련 억지로 받으러 가듯이 딱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단어들만 언급하고 땡입니다.

잘쓴글은 주인공이 어딜 가는데 지나치면서 본 광경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구체적인 사건 배경의 이미지 혹은 색채를 떠오르게 하고, 묵은 곳은 기존에 묵은곳들이랑 어떻게 다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짧게 언급해서 각 지역마다 지역색에 차이를 주고, 만난 사람의 외형은 어떤지 첫 감상은 어떤지 이런 걸 독자들에게 입력을 해줘야 합니다.

심지어 냄새까지 묘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오감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면 줄수록 작품성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보통은 시각선에서 끝나고 이조차 안 하는 작가도 많습니다.

근데 잘쓴작가는 시각 후각 청각 촉각까지 제공합니다.

이러면 거의 내가 작품 속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무책임하게 뼈대만 죽 훑고 스토리 진행하는 글은 혹시 재미는 있을지언정 잘 썼다고는 못합니다.

물론 잘쓴글이 언제나 재미있다는 건 아닙니다.

잘쓴것과 재미는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다만 똑같은 소재 똑같은 배경이라면 전 잘쓴글을 볼 겁니다.

작가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야 됩니다.

그리고 이 상상력은 독자에게 전부 맡겨서는 안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 이미지, 색채, 기분, 감정 등을 작중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입력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독자들이 상상에 빠지게 해야 하는 겁니다.

그게 진짜 잘쓴글입니다.

보통 연독률 폭망하는 글이 이것을 못 지켜서 그렇습니다.

그냥 묘사같은거 없이 단어 나열로 스토리만 쭉 나가다가 스토리 한번 재미없으면 사람들 쭉 떨어져 나갑니다.

근데 사실 이래도 연독률 지키는 방법은 있습니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서 미쳐 날뛰면 됩니다.

독자들이 캐릭터에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스토리 좀 재미없어도 따라와 주거든요.

글로 성공하려면

1. 소재 이건 기본이다.

너무 독특한 거 시도하지 말고 대중적인 거로 가되 자기만의 특징적인 설정 하나정돈 부여해서 타 작품과 약간의 차별성을 줍니다.

작가로 글먹하려면 대중성은 기본입니다.

2. 본문에서 말한 묘사.

다양한 어휘를 사용해서 구체적으로 해당 배경, 상황,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예쁜 여자를 만났으면 금발에 날씬하고 쭉빵한 여자용병 이런 식의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묘사 말고 구체적으로 옅은 금발인지 짙은 금발인지, 왜 쭉빵하다고 느꼈는지, 장비 착용상태는 어떤지, 여자용병의 표정을 묘사하여 이 사람의 현 기분상태가 어때 보이는지 등등 구채적 묘사로 독자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합니다.

필력이라고들 표현합니다.

3. 캐릭터.

위에 말한 처음의 기본 묘사와 더불어 각 상황별로 이 캐릭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계속 독자들에게 넘김으로써, 묘사+캐릭터의 반응성 등을 합쳐서 캐릭터성을 완성시킵니다.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혁신적으로 감소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업키걸 걸그룹 멤버 같은 캐릭터 5명이 중세시대 여자용병이라고 칩시다.

흔한 스토리를 깔아버려도 일단 재미가 있고, 애정이 있어서 계속 봅니다.

4. 스토리.

위에 2번과 3번 중 한 개만 만족시키면 평범 무난한 스토리 깔아버려도 아무 흠이 없습니다.

근데 작가 본인도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 대작하나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필히 잡아야 하는 게 스토리입니다.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토리만으로 글 끌고 가려면 작가들 탈모 옵니다.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부분이겠죠.

이거는 저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거도 잘하면 제가 작가를 하지.

가장 어려운 부분이 스토리라 생각하고, 그다음 어려운 것이 묘사(묘사가 잘된 글을 보면 '좆밥인데?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워드 펴놓고 자신만의 묘사를 적기 시작하면 한 페이지도 못 채웁니다. 문제집 해답 해설 펴놓고 보고 있으면 당연히 문제가 좆밥으로 보이지. 근데 해설 덮고 문제 풀라고 하면 바로 막힌다. 그건 너의 것이 아니거든) 가장 쉬운 게 캐릭터와 소재.

5. 작품배경 구성 팁

이건 그냥 판타지 배경 소설일 때 왕국들의 알력관계, 전쟁 관계, 동맹관계, 영지별 자원상황, 영지별 국가별 지형 특징, 세계관 대륙급 지형 묘사, 산 묘사, 강 묘사 등등 전체적으로 구체적인 설정 잡고 싶을 때 도움 되는 팁입니다.

많은 작가들도 이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간단한데 문명 5 다운받아서 하루 각 잡고 문명 5 플레이해보세요.

그리고 과학테크를 인공위성까지 올리면 맵 전체에 안개가 거둬지고 해당 맵 전체 상황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상태 그대로 맵 살펴보면서 의미부여를 하세요.

아 이쪽 엄청 큰 나라는 제국이라 설정 잡고, 이나라는 사막에 위치했네, 저나라는 산지가 많네, 숲이 많네, 이 나라는 평원지역이 많고 말자원이 많네, 저나라는 금이랑 은이랑 철이 많네.

그냥 싹 다 나옵니다 맵에.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묘사와 캐릭터성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소재와 스토리, 제일 안중요한게 배경.

근데 이 기준은 잘쓴작품이 뭐냐에 대한 기준이고, 잘쓴작품이랑 재밌는 작품(인기 있는 작품)은 다르다는 걸 명심하도록 합시다.

결국 팔리고 돈 버는 건 인기 있는 작품입니다.

인기 있는 작품은 캐릭터성과 소재가 최고입니다.

그다음이 스토리.

그다음이 묘사와 배경.

잘쓴글은 납골당 생각하면 됩니다.

잘 썼습니다.

근데 안 팔립니다.

왜냐면 소재가 독자들 입맛에 안 맞습니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경우 이 글은 진짜로 '작품'을 목적으로 가게 되는 거고 '상품'이 아니라...

잘쓴글은 객관의 영역이고, 재밌는 글은 주관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납골당 재밌는데? 재미없는데? 싸움도 나는겁니다.

근데 재미없다는 사람도 납골당이 잘쓴글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죠.

객관의 영역이거든요.

근데 재미는 주관의 영역입니다.

특히 소재와 캐릭터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스토리도 약간의 비중은 있습니다.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소재인데, 이 소재가 특정 독자의 맘에 아주 쏙 들면 그걸 바로 취향저격이라 합니다.

취향을 저격당하면 맞춤법 오류고 라노벨체고 다 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냥 재밌는 겁니다.

근데 취향이란 게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재밌다! 아닌데? 그거 재미없는데? 이런 싸움이 납니다.

때문에 작가들은 소재를 대중적인걸 고릅니다.

글먹하려고.

예컨대 회귀라는 소재에 대해서 70%의 독자가 회귀를 좋아하고 30%는 싫어한다는 통계가 있다 합시다.

그럼 작가는 30% 버리고 70% 확실히 취향저격을 목표로 하는 겁니다.

무슨 소재 작품이 하나 확 떠서 인기를 얻었다 싶으면 작가들이 우르르 다 그거 쓰는 이유입니다.

SSS급 회귀자 놈들이 왜 그리 팔려나갔는지 명심해야 합니다.

그냥 소재가 독자들 입맛 취향저격이기 때문에 팔리는 거.

게다가 캐릭터성마저 좋으면 플랫폼 탑 5~10은 안정적으로 먹고 들어가고.

전독시가 이 케이스.

물론 최고는 5개 모두 다 갖추는 겁니다.

그런 건 아마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라 불리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는 그리고 독자 입장에선 당연히 작품성 있는 작품을 원합니다.

재미(소재 취향저격)는 내가 알아서 이것저것 찾아볼 테니까.

근데 작가 입장에선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을 씁니다.

팔아서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 독자들이 힘든 거 같습니다.

특히 주류 소재 취향에서 벗어난 독자들은 더더욱.

 


짧게 요약

1. 잘쓴소설과 못쓴소설의 차이는 묘사를 얼마나 제대로 하는가에 주로 달렸다.

스토리 평범하고 캐릭터 평범해도 묘사만 정말 잘하면 아무리 딴 게 평범해도 최소한 여행기급 소설은 된다.

2. 잘쓴소설(필력좋은소설)과 재밌는 소설(인기있는소설)의 차이는 소재의 차이다.

아무리 잘쓴글도 소재가 독자들 맘에 안 들면 재미가 없다.

아무리 못쓴글도 소재가 독자들 맘에 들면 재미가 있다.

근데 둘 다 소재가 동일하면 무조건 잘쓴글이 좋다.

3. 그래서 요즘 작가들은 잘쓴글(묘사)보다는 재밌는 글(소재)에 집중한다.

점점 소설들 보면 내용에 뼈대는 있는데 살점이 없다고 느껴진다.

근데 그래도 팔리니까...

그래서 무료란들 보면 다들 그리 극단으로 튀는 극단적 설정을 소재로 하는 시험적 무료 작품이 쏟아지는 거다.

이게 독자들 입맛에 맞나 한번 던져보고, 맞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연재하는 추세.

필력? 중요하지.

근데 아주 중요하진 않음.

납골당에 대한 저의 의견은 납골당은 잘쓴글(필력좋은글)이지만 재밌는 글(대중적 소재)이라고는 개인마다 호불호가 극히 갈린다.

필력은 객관의 영역이어서 아 이 작가 잘 쓴다!라고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재미는 개인마다 주관의 영역이어서 개개인마다 재미있다 없다가 극도로 갈리는 것.

이게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는 납골당의 소재가 개인 입맛에도 맞는 독자에게는 소재도 잘 맞고 필력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니 "아 이것은 천하일미로다!"라고 떠드는데, 소재가 입맛에 안 맞는 독자에게는 "그래 잘쓴글은 맞는데 내 취향엔 안 맞던데? 그게 그렇게 천하명작이라고 으스대고 다닐 일인가?"라고 반발을 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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