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삘 나는 소설에 대해 생각하다 국산 라노벨 작가들에 대해 정리할 겸 적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모든 우리나라 라노벨을 다 읽어본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읽어본 것만 적는 걸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순서가 좀 중구난방일 수 있는데 저는 보통 '작가별'로 많이 봐서 일단 작가 위주로 정리하다가 그 후로 단권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모두 라노벨 테이스트 짙은 '진짜' 작품들입니다.
쓰다보니깐 길어서 일단 세 명만 적어뒀습니다.
1. 반재원
대한민국 씹덕 라노벨 소설을 얘기할 때, 우리는 반재원을 빼놓고 얘기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오라전대 피스메이커가 판타지 시장에서 '라노벨 테이스트의 상업성'에 대해 증명하며 시드노벨의 창간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음을 생각하면 절대 빼먹을 수도 없고요.
이 작가의 작품 특성이라면 매우 엿같음이 좀 있는데
1) 히로인이 개판남
2) 세계관이 모두 연동되어있음
3) 제대로 완결 내는 게 잘 없음
4) 하이라이트씬 뽕맛 하나로 먹고사는 놈
등이 있습니다.
일단 하나씩 스포 없이 가능한 넘어가보겠습니다.
A)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이 작가 처녀작이자, 리즈시절이자, 전성기이자, 커리어하이.
그냥 순수한 씹덕체로 쓰인 한국어로 쓰인 라노벨이자, 전대물 + 로봇물이란 매우 특이한 조합으로 00년대 대여점 시절의 네임드 중 하나였습니다.
일명 '반재원 월드'의 알파이자 오메가로서 이후 반재원이 쓰는 모든 작품의 세계관은 오라전대 피스메이커를 기반으로 하기에 저 작품을 안 읽으면 타 작품을 읽을 때 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반재원 작품 중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자 그나마 1부라도 완결 낸 작품이고, 후속작을 예고했지만 언제나올지는 미정이니 기대 안 하는 게 났습니다.
작품은 대충 미래에 괴물이 침공해오고, 주인공이 어느날 초능력을 각성하여 그 괴물들을 지키는 히어로가 되는 내용인데 험하게 구르기도 하고, 작품이 좀 진행되면 아포칼립스물 같은 음울함이 진행됩니다.
초, 중반까지는 아카데미물, 그 이후로는 아포칼립스물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새로운 설정을 보는 걸 좋아한다! 로봇물을 좋아한다!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B) 퍼스트 블레이드 류
반재원이 쓴 정통파 판타지이지만, 작가가 작가인지라 라노벨인 작품.
아쉽게도 6권 이후로 출판사의 사정으로 연중'당해버린' 작품으로 미완의 작품이지만, 작품 자체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재원이 쓴 작품 중 가장 호불호가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퍼스트 블레이드'는 일종의 개념으로 작품의 배경인 레일브 랜드 최강의 검사이자 의협심을 가진 사람만이 될 수 있는 경지 같은건데 주인공은 저 퍼스트 블레이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정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C) 스트레이
사실상 반재원이 가진 유일한 완결작. 6권 완결.
작가의 커리어 하이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엿같이 난해하게 써놔서 추천하고 싶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애매한 작품입니다.
작가 스스로도 밝히듯이 소속사가 어떻게든 라노벨로 안 쓰이게끔 노력을 오지게 해서 형식(서사의 진행방식)만 라노벨에 가깝고 사실상 판타지 소설 느낌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다중 차원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거울과 그림자를 통한 다른 세계가 있는데 아버지가 주인공 지키려다 거기에 끌려갔고, 그로 인해 어머니는 미쳐버려서 죄책감을 안고 살다가, 히로인이 짠! 하고 나타나서 진행되는 전형적인 라노벨 스타트입니다.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의 반전으로 진행하는 서사가 재밌는데, 어... 좀 난해합니다.
히로인 설정도 개 같고.
D)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반재원이 가장 많이 팔아먹은 작품이자 국산 라이트노벨 출판사인 시드노벨의 마지막 썩은 동아줄이었던 작품.
놀랍게도 완결이 났음...! 지금은 절판이라 구하기도 힘들긴 한데 아무튼 완결이 나긴 했습니다.
작품은 전형적인 미국 히어로 코믹스 느낌으로 초인 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하고, 주인공이 초인으로 각성해서, 히어로가 됩니다.
뭐 그런 류의 내용인데 헌터물과 살짝 비슷한 세계관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근데 이 작품을 즐기려면 '반재원의 나머지 모든 작품을 다 읽어야 합니다'
초인동맹에 타 작품의 주인공급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반재원 월드 총집편'의 느낌이라 갑자기 누가 딱 튀어나와도 다른 작품은 안 읽은 사람은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되나 모릅니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지만, 추천하기도 좀 애매합니다.
2. 류세린
반재원이 국산 라노벨의 기틀을 닦았다고 하면, 류세린은 다 죽어가던 국산 라노벨의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지금이야 뭐 신노아로 이름 갈아타서 SSS급 자살헌터를 연재하면서 웹소설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 근본은 바뀌지 않듯 훌륭한 라노벨을 써냈습니다.
그래도 라노벨 작가 중에서 공모전 출신이라 확실히 글빨은 있는 작가고, 모든 작품들이 하나같이 강렬한 설정과 기억에 남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작가도 묘하게 완결을 잘 안 냅니다.
*** 이 작가는 던전 디펜스를 찬양한 경력이 있습니다.
A)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SSS급 자살헌터)
아마 정말 극히 희박한 확률로 스자헌 작가인 '신노아'와 '류세린'이 동일인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백프로 동일인물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류세린 작품으로 여기고 쓰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유가 작가가 유일하게 완결 낸 장편작이기 때문입니다.
대다수는 이 작품에 대해 지나가면서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텐데 가볍게 설명하자면 어느날 인류에 거대한 탑이 생겨났고, 거기 들어가면 다시 못 나옵니다.
탑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들 능력이 생기는데 주인공은 '너처럼 되고싶다'라는 능력을 얻습니다.
그걸로 자기 죽인 랭커 능력을 뺏는데 그게 회귀였습니다.
그래서 회귀로 영웅되면서 탑 오르는 작품입니다.
그래도 웹소설의 탈을 쓰고자 해서 그나마 라노벨 향이 가장 덜한 작품이고, 무협편이나 종족전쟁 편은 그냥 웹소설 팬들도 재밌게 읽을만한 편들이라 생각해서 류세린 작품 중 가장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B) 엔딩 이후의 세계
작가의 데뷔작.
노블엔진 공모전에서 '심사단 전원이 호평을 한 대상 수상작' 이란 점이 인상 깊은 편입니다.
초반부터 제1회 노블엔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란 점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호불호가 극명합니다.
이 작품은 유쾌한 초반, 시리어스한 후반부로 나뉘기 떄문에 장점이 단점으로 금방 바뀔 수 있습니다.
대충 작품 내용은 주인공이 세계를 구한 용사고,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고 보니깐 하렘이 문제였습니다.
유쾌한 하렘물을 기대한 사람들은 시리어스한 후반부에 멘탈이 터졌고, 시리어스한 작품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초반부의 유쾌한 하렘물에서 좀 저평가를 받았습니다.
뭐 그래도 시리어스물을 기대한 사람들은 전부 후반부를 호평하는 편이라 취향만 맞다면 확실한 띵작입니다.
근데 연중이라 3권 + 외전 2권밖에 없습니다.
C)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신기한 작품인데 '고어물'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정말 독한 고어물은 좀 아니고 사지절단이 막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근데 분위기 조성을 참 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맞으면 재밌습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은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입니다.
남자 고등학생 주인공이 이세계로 전이하니깐, 은사자 백작이라는 미소녀 마법사 영주 앞에 소환됩니다.
근데 저 은사자 백작이 미친년인 데다가 급발진하는 권력자 년이라서 주인공이 어떻게든 이 악물고 입 털면서 넘어가는 그 쫄깃함이 나름 괜찮습니다.
근데 이것도 3권에서 연중...
3. 최지인
이 작가도 좀 재밌는데, 라노벨 전문 블로거로서 유명하다가 데뷔한 작가입니다.
라노벨 업계에서 정발할 작품을 찾는 리서치 업무도 봤고, 작품 번역도 한 업계인이자 리뷰어다가 작가로 데뷔한 케이스.
이 작가는 작가로서 매우 훌륭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성실연재(연중이 없고, 정기적으로 책을 냄)
2) 입체적인 캐릭터 조형에 능함
3) 스토리 구성력이 좋음(반전, 두뇌게임 요소류)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게 평가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A) 원고지 위의 마왕(8권 완결)
작가의 데뷔작.
작가가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소개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이한 배경설정, 확실한 캐릭터 조형, 후반부 그동안 모아 왔던 복선을 터뜨리는 반전, 소설이란 특이한 소재를 채용.
특히 후반부에 그동안 모아둔 떡밥을 터뜨려서 클라이맥스로 가는 구조는 진짜 찬사 받을만했습니다.
근데 그와 반대로 라노벨의 핵심인 '히로인의 모에력'이 엄청 떨어지고 전투씬도 뭔가 밋밋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한테 이 작품을 소개할 때 보통 '라노벨 계의 신의 탑'이라고 표현하는 편인데 설정 등은 기깔나게 잘해두고, 정작 액션씬이 더럽게 밋밋한 편입니다.
그래도 스토리는 훨씬 좋으니 한 번 찍어먹기를 추천합니다.
작품은 대충 주인공이 '마왕'인데 800년 만에 부활합니다.
근데 부활하고 보니 이미 인류가 마나를 지나치게 낭비해둬서 마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기 직전에 히로인인 '에리스'를 만났는데, 얘는 작가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히로인의 작품 집필을 돕고, 그 대가로 히로인은 주인공에게 마나를 주는 걸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B) 나와 그녀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8권 완결)
이 작품은 전작보다 훨씬 '라노벨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깨어나자마자 자기 눈앞에 나타난 여자 세 명이 전부 '내가 니 진짜 여자 친구다'라는 전개로 전형적인 하렘 러브 코미디였습니다.
... 작가가 성향을 남 못주는지 3권쯤부터인가 히로인들끼리 기싸움하는 장면이 라노벨에서 나오는 장난스러운 기싸움이 아닌 진짜 숨 막히는 기싸움이어서 묘하게 긴장감도 주고, 후반으로 가면 리얼 남자 하나 두고 싸우는 여자들의 시리어스 러브 난투물이 돼버리는 엄청 특이한 작품입니다.
... 가독성도 괜찮고, 하렘물 치고 히로인 간 분량 조절도 참 깔끔한데 작품 내용의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워져서 추천이 살짝 망설여집니다.
그냥 하하호호하는 하렘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진짜 남자 하나 두고 '내가 찐 여친이다' 라면서 주장하는 숨 턱턱 막히는 하렘 시리어스 러브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C) 반역기사의 성녀 찬탈
나와 그녀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 끝내고 쓴 차기작.
이 작품은 '두뇌 게임 소설류' 로서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어서오세요' 나 'F랭크의 폭군'과 비슷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설정상 행성 전체가 1년 내내 폭설 or 강추위인데 이 극한의 날씨에서 인류를 수호하는 '슈발리에'를 양성하는 학원도시 카테드랄이 있습니다.
근데 이 입학식날 수석 입학자가 단상에서 인사해야 하는데 그 수석 입학자인 여학생을 개목걸이 끼워놓고 주인공이 올라옵니다.
주인공은 입학성적 최하위고.
뭐 작품 내내 통수의 통수의 통수가 계속 나오는 작품입니다.
그 과정에서 억지도 크게 없었고, 뭐 정말 진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재밌습니다.
1권만 읽어보면 대충 어떤 작품인지 알게 되고, 끝까지 알아서 달리게 될 거 같습니다.
가장 추천합니다.
D) 악마공작 아즐란(10권 완결)
무려 카카페 연재작입니다!
이건 5번째 작품이고 4번째 작품인 '운디네 스트라이크'도 있는데 제가 별로 안 좋아해서 잘랐습니다.
엔딩이 살짝 호불호 갈리기도 하고.
이 작품은 책빙의물인데 작품 진행은 전형적인 책빙의 스타트입니다.
주인공은 소설가였습니다.
자기가 쓰는 작품인 판타지 라노벨 '프린세스 컨퀘스트'에는 '악마공작 아즐란'이라는 악역이 있습니다.
원래 작품은 주인공인 용사가 아즐란에게 맞서 싸우고, 그 뒤의 흑막 까지 잡으면서 세계를 구하는 내용인데 주인공(소설가)이 이세계 트럭 맞고 정신 차려보니깐 자기가 악마공작 아즐란이 되어버리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 가장 큰 특징은 반역기사의 성녀찬탈이랑 똑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 + 반전.
게다가 엔딩도 좀 깔끔하게 냈습니다.
대신 후반부의 전개들이 좀 안타깝긴 한데, 여하튼 이것도 1권이 취향에 맞으면 끝까지 밤새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작가가 도중에 문제가 생겼는지 중반부까진 완성도가 괜찮았는데, 후반부는 퀄리티가 조금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뭐 용두사미는 아니라서 이것도 추천합니다.
그 외에 탑클래스라는 레이드물을 쓴 적도 있지만, 그냥 그런 레이드물입니다.
'장르소설 > 소설관련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타지 소설연재 사이트에 관한 정보 (0) | 2022.08.18 |
---|---|
한국 문학역사상 가장 성공한 덕후 이야기 (0) | 2022.08.10 |
잘쓴글과 재밌는글에 대한 저의 생각 (0) | 2022.08.09 |
우리나라 웹소설과 라이트노벨의 차이점 (0) | 2022.08.09 |
현대 웹소설에서 개연성이란 무엇인가? (0) | 2022.08.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