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뷰 442번째] 모스크바의 여명

장르 : TS, 환생, 음악, 드라마
작가 : 황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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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

21세의 피아니스트 이시윤.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삶을 비관하다 죽음을 택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얘기하는 갑부 집안에서 멀쩡히 눈을 떴다.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다 기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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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압에 천식에 고열에……. 당분간은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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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에 몸의 주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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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모든 걸 피아노를 통해서만 해결하고 있잖아. 연애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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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만 바라보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 말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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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단 모스크바의 여명은 TS, 성전환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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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남자 피아니스트였지만 손을 다쳐 자살한 후 다른 여자의 몸에 빙의해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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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연재된지 얼마 안 된 시점, 그러니까 상당히 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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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물이라는, 명작은 한손에 꼽고 평작부터 이미 찾기 힘든 저주받은 취향을 타고나 볼 소설을 갈구하던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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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제목의 TS라는 문구에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한 모스크바의 여명은 첫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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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르를 보는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웹상의 대부분의 TS물은 그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보다는 원래 여주였던 걸로 해도 아무 차이 없을 내용이지만 남자였다가 여자로 변했다고 하면 성전환이라는 것에 환상을 가진 독자층을 쉽게 끌어들이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쓴 듯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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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보통 1화에 뭔가 말도 안되는 이상한 이유로 성전환을 당하고 2~3화 정도 난리를 치고, 그 이후로는 원래 여자였던 것처럼 단순히 나 귀여워 나 순진해 나 이뻐 이런 식으로 나가는 뽕빨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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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저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작품들은 기본 필력마저 처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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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저런 내용에 필력마저 처참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름 인기 있는 작품으로 그살이 있으니 어떤 건지 궁금하면 [그래도 살아간다]를 찾아서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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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발목은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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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지뢰들만 수두룩하게 밟고 지나오다가 모스크바의 여명을 보니 1화부터 이미 필력은 수준급이었기에 기대가 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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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쭉 읽어 본 모스크바의 여명은 잘 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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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점은 잘 쓴 소설이지 TS 물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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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TS인지 못 쓴 TS인지를 논하기 이전에 이건 그냥 TS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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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분명 남자로 20살이 넘도록 살았고 여중생? 여고생? 의 몸에 빙의했지만 어딜 봐도 이놈이 남자였다는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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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남자고 여자고 연애고 자시고 그냥 피아노만 치느라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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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어느정도 읽고 나서 확신이 든 점은 이 작가는 TS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수준 낮은 뽕빨물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TS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그와 아무 관계없는 음악 관련 수작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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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 장르도 어느정도 봤지만 그중 제대로 된 TS물이다 싶었던 작품은 딱 두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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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설원입니다], [부디, 레오네라 불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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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두 소설은 공통점이 있는데 초~중반에 매우 재미있고, 내용도 좋고, 필력도 좋게 잘 쓰다가 후반에 갑자기 지옥의 나락 끝까지 처박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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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은 초기 등장인물들이 실제 현실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그런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매우 몰입감있고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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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 부인가? 후반에 접어들자 본래 좀 음침하게 땅을 파는 성격이던 주인공을 작가가 어떻게든 불쌍하게 만들고 싶었는지 갑자기 그 주변 인물들을 전부 미친 정신병자들로 만들어 말도 안되는 해괴한 짓거리들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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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해괴한 짓거리들의 피해자가 된 불쌍한 주인공을 동정해달라 외치는데 차라리 그 앞부분의 내용들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기존에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갑자기 이세계물 뒷골목에서 만난 양아치처럼 말도 안되는 행동양식을 보이는 점에서 주인공이 불쌍하고 자시고 이전에 그냥 어이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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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설원입니다는 그 짓을 후반 내내 하다가 결말까지 시궁창으로 처박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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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레오네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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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네는 그래도 작가의 폭주로 작품이 망했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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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내용이 시궁창이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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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네의 주인공은 악당으로 남자였지만 반란에 당해 여성형 의체에 들어가 TS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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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조직을 되찾고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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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뭔가를 성취해내는 내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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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본래 나름 유능하며 굳센 성격이었으나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점차 유약해지고 무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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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자 동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응원이나 하는 캐릭터로 변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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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 남자 동료도 실패했으며, 주인공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몰랑 엔딩으로 끝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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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작가가 애초에 악당이었던 주인공이 몰락하는 내용으로 권선징악을 보이려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읽었을 때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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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이 너무 높은 것인지 TS 물이라는 장르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장르가 마이너해 작품의 절대수 자체가 적어서 명작이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