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판타지
작가 : 은차우
책 소개글
제작사의방치로 망해가는 게임 노르드 월드.
어느 날, 갑자기 이벤트 공지가 떴다.
[몬스터 침공 이벤트 사전 예약을 진행합니다.]
[수락할 경우 대기실로 이동, 거절할 경우 로그아웃됩니다.]
[사전 예약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이벤트 수락을 누른 플레이어는 모두 게임에 갇혔다.
남캐 힐러를 하던 '리디안' 역시 마찬가지.
단서 하나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살기 위해 뭉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살기 위해 적응해가는 리디안의 이야기.>
리뷰
여주인공 게임캐릭터 단체전이물입니다.
넘어간 곳이 판타지 세계인지 게임 세계인지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으나 게임시스템은 대부분 유지되어서 거의 게임판타지로 봐도 무방합니다.
여주인공 게임판타지는 로맨스 요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이 소설 같은 경우 로맨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맨스가 있는 경우 너무 로맨스에만 집중하느라 그 외의 요소가 엉망인 다른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은 게임과 로맨스 두가지를 모두 잘 잡은 수작입니다.
일단 게임적으로 보면 파티사냥이나 레이드 같은 부분에서 어지간한 게임소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작가가 과거에 했던 게임경험을 토대로 오리지널 설정을 좀 더 섞어서 만든 게임이 배경인데 남성향 게임판타지 소설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선을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부분은 세세하게 묘사하지만 필요 없는 부분은 적당히 넘어가고 그것에 대해 독자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도록 필력으로 커버합니다.
데스페널티 같은 경우도 죽어도 부활은 하지만 그 때마다 최대체력과 최대마나가 50씩 감소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만 죽음을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설정입니다.
이래야 작가가 원하는대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편하거든요.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러한 단체전이물 같은 경우 갑작스럽게 바뀐 세상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가 상당히 세세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런점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보고 듣는 형태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 정도로는 알고 있지만 부정적인 인간사회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만 세부 묘사가 나오고, 그 외에는 전체적인 윤곽만 묘사되는 정도로 지나가서 시리어스한 상황인데 시리어스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에 틀어박히는 사람들 이건 단체전이물에서 흔히 나오죠.
그리고 현실로 바뀐 세상에서도 PK를 하는 사람들 이건 직접적으로 겪은게 아니라 소문으로 듣는 정도로 묘사되고, 나중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들 거대길드간의 알력다툼 등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전개됩니다.
여왕벌이나 꼰대 같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점도 적절하게 묘사됩니다.
여성유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에 대해 시스템적으로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세세하게는 묘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금은 아니기 때문에 강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묘사는 없습니다.
게임시절에도 여성유저에게 성희롱을 일삼던 일부 유저가 바뀐 세상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하다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서로 동의를 한 부부나 커플의 스킨쉽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는 것처럼도 나옵니다.
즉, 모순될 수도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고 애매하게 넘어가지만 독자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작가가 적절하게 시선유도를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게임판타지이지만 로맨스소설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죠.
이 소설 같은 경우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연애관이 반영됩니다.
예전 로판이나 현대배경 연애소설처럼 부자집 남자나 높은 지위의 황족이나 귀족에게 주인공이 휘둘리거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묘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은 고레벨 힐러인데 초보자를 자주 도와주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주인공보다 더 고레벨 유저도 많고 뛰어난 힐러들도 많기 때문에 주인공만이 특별하게 게임에서 대단한 사람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힐러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기는 하죠.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포지션입니다.
튀어나온 돌은 얻어맞는다는 말처럼 주인공만 특별취급 받고 그로 인해 시기당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기 때문에 특별취급을 받고 길드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줍니다.
하지만 지원이라고 해도 일방적인 여왕벌에게 받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주인공의 능력으로 성취를 얻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동료로써 함께할 뿐이죠.
그 미묘하게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으면서 주인공 다운 포지션이 이 소설 전체에 걸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반면 남주후보들은 다양하게 나오는데 처음에는 다양한 타입의 남자들을 등장시켰다가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점차 후보들을 좁혀나가더군요.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연애경험이 없고 약간 연애에 대해 천연이지만 눈치가 없거나 게임센스가 없지는 않고 남주후보들도 그런 주인공을 대할 때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몰래 호의적으로 대하는 정도로 묘사됩니다.
그야말로 길고양이를 대할 때 관심을 주지만 도망치지 않도록 부담을 주지 않게 선을 지킨다는 느낌이죠.
독자들이 보기에는 썸을 타는 관계인데 주인공 본인은 남녀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자주 함께하는 동료라는 인식이라 매달리지도 거부하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다른 남주후보와 썸을 타도 어디까지나 독자들이 보기에만 썸이지 주인공의 인식은 연애가 아니므로 양다리도 아닌 것이죠.
현실이라면 이러다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소설이므로 그럴 걱정은 없죠.
하지만 관계의 진전은 조금씩 독자들에게 보여줘야하므로 점차 남주후보도 자신이 여주인공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치채고 있는데 주인공 혼자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그것을 알고 부끄러워하는 등 로맨스 소설로서의 요소도 적절하게 묘사됩니다.
독자들이 밀어주고 있는 남주 후보는 그야 말로 로맨스 소설의 남자주인공이라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구하기도 하고, 주인공과 시비가 걸리는 악역들을 1:1로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만큼 무력이 있고 지위와 재력, 유명세 모두 갖춘데다 주인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지만 주인공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주인공이 원하는 것만 해주는 거리감각 힐러라서 퀘스트를 위해 사냥을 해야할 때도 혼자서는 하지 않고 동료를 구하는 주인공인데 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 남주 후보이죠.
그리고 당연히 남주 후보는 주인공을 위해 항상 달려옵니다.
주인공은 중요한 힐러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은 길드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는 점이 이 작가가 로맨스를 위해서 최대한 개연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주인공과 남주 후보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줍니다.
심지어 각종 사건사고가 벌어질 때도 로맨스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 게임판타지로 봐도 적절한 타이밍에 그럴싸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인데 이것을 또 주인공과 남주후보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요소로 이용하는 작가입니다.
반면 게임세계로 전이된 것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퀘스트에 대해서도 주인공만 받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점점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데 여기에 더해서 보스 레이드 같은 게임적인 요소도 게임판타지 중에서 상당히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합니다.
게임판타지와 로맨스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글입니다.
로맨스 요소를 모두 빼고 순수 게임판타지로만 봐도 꽤나 잘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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