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산 느와르는 왜 다 뒤졌을까?'라는 쓴 글을 보다 댓글들 보고 경악했습니다.
죄다 '깡패나 야쿠자, 마피아는 시대랑 잘 안 맞으니깐'이라고 쓰는거 보고 진짜 가슴이 아프더라...
저는 영화팬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느와르, 스릴러, 피카레스크' 장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들이 느와르란 장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좀 풀고자 이렇게 길게 씁니다.
제발 느와르 많이 아껴줘라...
# 제일 아래에 요약 적어놨습니다...
## 그래도 볼드체랑 색깔 있는 글자는 읽으면서 내려가길 권함.
1. 느와르란 무엇인가?
느와르는 프랑스어로 '검다(Noir)'라는 뜻입니다.
이 장르는 어떻게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장르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평론가들이 장르를 분류해논겁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정의'는 따로 없습니다.
다만, 느와르는 딱 보면 압니다.
느와르의 뜻이 '검다'라고 나오듯이 작품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검고, 칙칙한 편입니다.
다루는 주제가 전반적으로 마피아, 갱스터, 야쿠자, 살인청부업자 같은 범죄자랑 잘 맞을 뿐이지 범죄자들이 나온다고 무조건 느와르는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분노의 윤리학' 같은 경우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죄다 악인입니다.
이 작품엔 깡패도 나오고,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느와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이는 느와르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와 갱스터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전혀 달라서 그렇습니다.
2. 갱스터 영화와 느와르 영화의 차이
이건 제가 좀 보기 편하게
갱스터 영화는 '파란색', 느와르 영화는 '빨간색'으로 보여드릴게요.
갱스터 영화는 주제의식이 크게 없고, 보통 사이다 패스에 가까운 오락영화입니다.
그래서 작품의 주제는 보통 '주인공이 갱으로서 얼마나 성장하는가, 즉 신분상승'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반면 느와르 영화는 주제의식 자체가 '도덕적 규범, 심리'에 맞춰져 있습니다.
구조도 보면 갱스터 영화는 일대기 또는 직선적인 반면에
느와르 영화는 열린 구조라서 복잡한 가지를 칩니다.
가장 크게 다른 건 히로인인데
갱스터 영화에서 히로인은 그냥 트로피 히로인입니다. 섹스어필을 주로 담당하지만,
느와르 영화에서 히로인은
1. 팜므파탈(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2. 순수한 천사(레옹의 마틸다)로 나뉩니다.
자... 정리해보자면.
갱스터 영화 / 느와르 영화
주제 : 신분상승(웹소설 특화) / 사회, 도덕적 규범에 대한 질문을 던짐(웹소설에 특화되어 있지 않음)
구조 : 일대기, 직선적 / 복합적, 열린 구조
히로인 역할 : 섹스어필 / 팜므파탈 or 순수한 천사
3. 느와르의 예시
영화를 예시로 들면 대부분 느와르가 뭔지 알겁니다.
너무 오래된 건 대부 하나만 딱 포함시킬 테니깐 보면 여러분들이 느와르가 뭐가 다른 지 딱 알겁니다.
- 서양
대부
터미네이터
레옹
세븐
메멘토
씬 시티
디파티드
다크나이트(배트맨)
나이트 크롤러
조커
블레이드 러너
위에 보면 알겠지만...
갱스터 느와르에 해당하는 건 '대부' 하나뿐입니다.
레옹 같은 경우 주인공이 살인 청부업자고, 세븐은 주인공이 형사입니다.
다크나이트나 조커는 유명할거고
나이트 크롤러 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신문 기자'입니다.
게다가 터미네이터는 다들 알다시피 로봇이 나오고 저거 같은 경우는 SF느와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지역으로 나눌 경우엔 홍콩 느와르가 또 못 빠지는데 솔직히 지금 보기엔 너무 오래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무간도 트릴로지' 정도를 추천하고, 그거 보고 재밌으면 다른 것도 보길 권합니다.
* 그리고 우리나라 느와르
우리나라 느와르 정말 잘 만듭니다...
정우성이 나온 '비트' 같은 거나 장동건이 나온 '친구' 같은 경우는 유명할거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에서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유명한 느와르의 표본이라고 봅니다.
송강호 배우가 나온 '살인의 추억'이나 '우아한 세계'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도 극찬받은 K- 느와르의 표본이라고 보고
해바라기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꼭 그랬어야만 했냐! 그거 나온거 맞습니다.
비열한 거리나
타짜도 정말 잘 만든 느와르고(미장셴, 연기, 대사까지 다 미쳤다)
아저씨도 훌륭한 느와르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또한 우리나라 역사와 잘 결합시킨 갱스터 느와르의 표본이라고 보고,
이를 더 세련되게 만든게 '신세계'라고 봅니다.
16년도에 나온것중 미장센 하나는 환상적이었던 '아수라'나 '불한당'도 있고
독전 또한 잘 빠진 느와르입니다.
20년도에 나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서사가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때깔 하나만큼은 기가막힌 느와르엿고요.
* 웹툰도 제법 있어서 적어놓고 가겠음.
금붕어, 인간의 숲, 향수, 이웃사람, 강철비, N의 등대, 우월한 하루, 수사 9단, 개판, 킬러분식, 기사도, 송곳, 후레자식, 죽은 마법사의 도시, 상중하, 스토커, 전설의 주먹, 이끼, 교수인형, 26년, 브레이커 등등
자, 해당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단순 깡패 영화'와 '느와르'의 그 차이를 느낄겁니다.
그리고 딱 저걸 본 순간 깨달을 것인데
'웹소설에서 느와르는 맞지 않다'는 것을.
느와르는 기본적으로 어떤 도덕점 규범이나 심리 상태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그걸 정말 씁쓸하게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다 보고 난 뒤에 기분 좋은 상쾌함보다는 속에 무언가 묵직한 것을 남겨놓는 그런 장르인데다가 주인공은 보통 엄청 씁쓸하고, 외롭고, 고뇌하고.
소위 말하는 '고구마 덩어리'의 장르입니다.
그럼에도 이 느와르 뽕이란 것이 한 번 느끼면 차마 헤어나올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에 또 여러분들에게 걸출한 느와르 웹소설 하나 소개해주고,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4. 한상운의 <무림사계>
읽어본 사람들은 다들 알텐데, 이 작품이 진짜 국산 웹소설계 느와르의 지표라고 봅니다.
- 일단 세계관이 매우 어둡다.
일류 고수도 언제든 총 맞아 죽을 수 있고, 무림 자체가 현실에 가까워서 독에도 당하고, 모략에도 당하는 그런 세계관인데다가 상처나도 금창약 뚝딱이 아니라 감염으로 고생하다 죽는 세계관입니다.
- 주인공도 암울하다
엄청나게 역사가 깊은 문파를 박살내고 파문당한 제자가 주인공인데 처음 저지른 악행 때문에 4계절 내내 도망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러가지 악행을 목격하고, 또 주인공이 그것들을 보고 느끼는 심리들에 대해서 한상운 작가가 기가 막힌 필력으로 써내려가고 있기에 찐한 느와르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으로도 소장할 정도의 띵작이니깐, 다 안 보더라도 딱 1권.
1권만이라도 보면 '아 이게 느와르구나' 하면서 내가 위에다 적어둔 영화들을 보러 출발하시면 됩니다.
당신은 이미 느와르 팬이 될겁니다.
***
### 요약
- 느와르 영화라고 무조건 깡패 나오는 거 아니다(ex : 다크나이트, 조커, 나이트크롤러, 세븐, 올드보이 등등)
- 느와르 영화 재밌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잘 만드니깐 챙겨봐주라(ex :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타짜, 신세계, 아수라 등등)
- 하지만 웹소에서 보기는 힘들다.
- 그럼에도 웹소에서 느와르를 느끼고 싶다면 '한상운 - 무림사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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