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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판

[리리뷰 108번째] 태양을 삼킨 꽃

by 리름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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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로맨스판타지, 환생, TS
작가 : 해연
연재 기간 : 2012. 11. 22 ~ 2013. 11. 7
화수 : 338화

 


책 소개글

제국 최고의 미녀, 오를레앙 공작가의 독녀 아리스 엘마이어 오를레앙.

그런 그녀와 견줄 만큼 아름다운 소녀가 제도에 나타났다!

남작가 미망인의 조카라는 한미한 신분, 그러나 그녀의 안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리고 운명의 그 남자.

“네가 좋아.”

“…….”

“너를 사랑해.”

감미롭게 들릴 만큼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 슈리아의 온몸이 오한에 휩싸인 듯 덜덜 떨려왔다. 그의 단단한 팔이 슈리아를 감쌌다.

“그러니 내게 너를 구해선 안 되었다고 말하지 마. 나는 그래야만 했으니.”

실로 절절한 사랑 고백이었다. 연약한 소녀의 몸을 한 대마법사는, 환생을 한 후에도 발산되는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리뷰

이번에 올리는 리뷰는 '태양을 삼킨 꽃'입니다.

이 소설은 일단 "대마법사 TS 환생물"인데, 주인공 성격 특성상 TS느낌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성별을 초월한 자기애에 빠진 주인공)

전체적인 내용은 간단합니다.

모종의 목적을 위해 환생한 대마법사는 환생 후 평범한(?) 귀족 영애 연기를 하며 성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국의 1 황자가 주인공에게 반하고, 철벽 치는 주인공에게 1 황자가 계속 구애합니다.

그러나 대마법사의 기억과 자기애와 오만함을 속에 감추고 있는 주인공은 1황자의 구애에 코웃음 치며, '저 짜증 나는 놈을 죽여 말아'고민합니다.

이런 구도는 소설 중후반까지 계속되고, 후반에 몇몇 사건이 터지며 앤딩으로 연결됩니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로판 치고 달달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자기애가 너무 충만해서 남주와 그 어떤 달달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으며, 남주와 연결되는 앤딩에서도 남주와 달달한 장면을 연출하기 보다는 자신의 지극히 높은 자존감을 드러내는 데 주목합니다.

때문에 달달한 로맨스를 싫어하는 분도 나름 괜찮게 볼 수 있는 로판인데, 이 부분에 대한 호불호는 좀 갈릴 듯 합니다.

음... 사실 이 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걸 설명하면 몇 가지 세세한 게 더 있습니다.

사연이 깊은 괴물 같은 남주라거나, 다소 독특한 '초월자'에 대한 판타지 설정이라거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온 꼬맹이라거나... 기타 등등요.

근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이런 것보다는, 독특한 설정의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묘한 상황입니다.

일단 둘의 캐릭터를 설명하면, 남주는 마법사였으나 초월자에 이르지 못했던 황후가 만들어낸 실험물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 그 생명을 자신의 태에 자리한 아기에게 쏟아부었는데, 그리하여 수많은 이의 목숨을 먹고 태어난 게 남주입니다.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으며 어린 나이에 초월자의 경지에 오른 남주지만, 황제를 비롯한 사람들은 남주를 사람이 아닌 괴물로 여기며, 그에 따라 남주는 냉소적이면서도 굉장히 뒤틀린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여주는 겉보기에는 얼음 미녀 같은 스타일입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조하는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한미한 가문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여성스럽고 귀족적이지만, 한 번씩 싸한 일면을 노출합니다.

이는 여주의 내면에 자리한 '대마법사'로서의 자부심 때문인데, 전생에 여주는 세상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한 인물이었으며, 이 자기애는 현생까지 이어집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이상형을 물으면 주저 없이 전생의 자기 이름을 말하며, 전생의 자신과 비교하면 모든 존재가 하찮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대시하는 모든 남성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귀족 영애의 모습을 연기하죠.

이런 캐릭터를 지닌 남녀 주인공이 만드는 분위기는 꽤 독특합니다.

남주는 스스로가 가진 신분, 지위, 재능, 권력 등을 내세워 당당하고 권위적으로 자신의 호감을 드러내며, 여주에게 '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식으로 애정을 호소하고 그녀의 관심을 갈구합니다.

여주는 이런 남주의 애정 고백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감추지만, 속으로는 남주가 내세우는 모든 것을 전생의 자신과 비교하며 고깝게 조소하고, '내 손짓 한 번이면 죽을 놈이 어디서 감히!', '자꾸 귀찮게 짜증 나게 하는데 이 자식을 그냥 죽여버려?' 고민합니다.

뭐... 이런저런 사건을 겪은 후, 소설 후반에서는 여주가 남주의 마음을 받아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다른 로판처럼 둘이 붙어 꽁냥 거리 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여주가 '이 내가 니 옆에 있어주겠으니 황송하게 여겨라' 같은 느낌? 구체적인 장면을 말해보면, 여주의 전생을 알게 된 남주에게 여주가 자신의 보물창고를 보여주며 스스로 가지고 있는 부를 과시합니다.

이후 남주가 '나 사실은 황제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한테 좋은 걸 주고 싶어서 되려고 한 거거든. 이미 너한테 보물이 많이 있으니 나 황제는 안 해도 될까?'하고 물어보는데, 이에 여주는 '무슨 소리! 내 옆에 있으려면 최소 황제 정도는 돼야지. 그리고 네가 준 선물이 내 보물창고에 전시되기를 바라면 오히려 최선을 다 해야 할걸'하는 식으로 대답하죠.

남녀 주인공이 딱 붙어서 꽁냥꽁냥 연애하며 달달한 장면을 연출하는 로판을 선호한다면 별로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로판입니다 (물론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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