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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무협

[리리뷰 811번째] 회귀수선전

by 리름 202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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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무협
작가 : 엄청난

 


소개

회사 워크샵을 가던 중 차채로 선협 세상에 떨어졌다.

그리고 각자 영근과 특이능력을 가진 이들은 전부 수도 문파에 불려가서 떵떵거리며 살지만...

나는 어떤 영근도 특이능력도 없었기에, 50년을 범인으로 살다가, 그렇게 운명에 순응하고 죽을 뿐이다.

 

그런 줄 알았다.

회귀하기 전까지는.

 

 


리뷰

현재 문피아에서 연재 중인 '엄청난' 작가의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워크샵을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해, 알 수 없는 이유로 선협세계로 차원 이동을 하게 됩니다.

 

동료 직원들은 엄청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무려 인계 최강 수선자들의 눈에 띄어 제자로 받아들여졌지만, 김부장과 주인공만은 아무 자질도 없었기에 선인들의 세계가 아닌 범인들의 세계로 보내집니다.

 

그나마 김부장은 무공의 재능에 눈을 떠서 이 세계에 적응해나갔지만, 아무런 재능이 없는 주인공은 이 세계에 갇힌 체 50여 년을 지내며 아등바등 살아가다, 결국 '지구인'과 '문명사회'를 중얼거리며 마치 노망난 늙은이처럼 죽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죽자마자 바로 사고를 당해 선협세계로 차원 이동을 한 첫날로 회귀를 하게 됩니다.

 

바로 주인공의 재능은 회귀의 능력이었던 것입니다.

 

회귀를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재능도 없었던 주인공은 무한 회귀의 기나긴 시간 동안 끝없는 노력을 반복합니다.

 

영근이 없기에 수선자가 될 수 없었으나 무공을 닦기 시작하고, 육신의 단련을 통해 도술을 발휘하는 경지에 이르러 결국 수선의 길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운명을 이겨낼 힘을 얻기 위하여, 혹은 회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올곧게 수선의 길을 걷으며 끝없는 무한 회귀를 반복해 나가게 됩니다.

 

 

 

일단 회귀수선전 세계관은 무공과 무림이 존재하는 무협물에서 시작해 선협으로 확장되는 '일반적인' 선협물입니다.

 

그런데 선협물은 그 기준이 아직은 많이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일반적인'이란 수식어를 강조한 이유죠.

 

누군가는 선협물을 이야기하면 손오공 '서유기'나 '요재지이(聊齋志異)'를 들고 오기도 합니다만 솔직히 그것에 팝콘컬처로서 유사점이 있다 한들 현재의 장르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무협의 대유행 시기에 드문드문 섞여있었던 것들은 선협이라기보다, 그저 신선이나 요괴와 같은 소재를 사용한 무협의 베리에이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일반적인' 선협물이란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섞인 상업 라이트노벨과 초기 판타지 소설을 거쳐 양판소, 장르소설이란 이름을 거쳐 현재 웹소설이라는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을 한 한국 장르소설과 급속한 경제발전과 인터넷의 발달이 만들어낸 중국 웹 소설의 부흥이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진 현대 문화적, 현대 상업적인 장르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일반적인' 선협물이 그냥 중국인과 중국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런 영향은 돌아서 다시 한국으로 왔고, 결국 회귀수선전같은 한국식 선협물이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회귀수선전에는 아무래도 '학사신공'의 냄새가 짙게 깔려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업그레이드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위계(연기기, 축기기, 원영기..)나 수련방법, 경지를 넘어가는 과정의 묘사, 설정 같은 것이 더 복잡하면서도 세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늘을 거스르는 수도자들은 천겁을 이겨내야 하는데, 학사신공의 단순무식하고 얼버무리는 묘사에 비해서 회귀수선전은 꽤나 복잡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천겁(혹은 그 비슷한 것)을 묘사합니다.

 

별자리에 지내는 제사라든지, 오행(五行) 팔괘(八卦)등의 속성 이야기라든지, 의념을 읽고 감정을 파악한다든지... 회귀수선전의 주인공은 무공을 극한으로 닦아서 수선자가 된, 말하자면 '연체술사'같은 개념인데, 이 학사신공의 주인공 역시 연체술을 익혔지만, 이 연체술의 묘사에서도 꽤 큰 차이를 느낍니다.

 

쉽게 말해 학사신공에서는 연체술과 그 수련 방법을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 지나갔다면, 회귀수선전에서는 정말 집요하게 설명과 묘사를 반복해 어찌 보면 편집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무조건 업그레이드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긴 합니다.

 

학사신공에서 '단순하고 얼버무린다'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강력한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장르소설을 보려고 온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섬세하고 복잡한 설정 놀음이 아니라, 화끈한 뽕맛, 시원한 사이다 전개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학사신공식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묘사는 오히려 손쉽게 스케일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주고, 이런 애매함이 독자의 상상력에 기대어서 더 쉽게 뽕 맛과 사이다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회귀수선전이 학사신공의 업그레이드판이긴 하지만, 더 재밌을까? 더 많은 사람이 이것을 원할까?에 대해서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작가도 학사신공을 꽤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내가 쓰면 이보다 더 잘 쓸 수 있어'라는 생각에 회귀수선전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건 매우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선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중국인 작가 '왕위'의 '학사신공(범인수선전)'일 것입니다.

 

'학사신공'은 인기작이긴 했었지만, 빠가 까를 만들듯이 은근히 안티도 많은 작품입니다.

 

학사신공을 필두로 여러 중국산 선협물들이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세계 정세나 정치적인 이유 같은 것도 있겠지만, 더 핵심적인 이유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중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인들이 느끼기에 그들에겐 미묘한 이기주의, 내로남불, 적반하장과 같은 정서가 있습니다.

 

대체로 하늘을 거스르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이야기가 테마가 되는 선협장르에 이런 정서가 더해진다면?

 

한국 독자들에겐 무언가 참고 봐주기 힘들 정도의 캐릭터, 혹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회귀수선전의 주인공은 나쁘게 말하자면 답답하고 꽉 막힌 인간입니다.

 

비범한 영약의 재료가 알고 보니 사람들의 생명을 뽑아낸 것임을 알고서는 끝까지 거부하고, 어차피 회귀하면 잊힐 인연을 끝까지 기억하며 도와주고, 구해주고, 살려주는 행동을 반복하고, 서로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회귀의 운명 때문에 끝까지 거부하다 결국 사랑을 잃고서야 후회하는 정말 나쁘게 말하자면 답답하고 꽉 막힌 인간입니다.

 

사실 한국 독자들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문화,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라면 선량한 주인공을 선호합니다.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어느 나라든지 말이죠.

 

그러나 이 '선량함'이란 기준은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고, 이것은 이 세상의 복잡함과도 닮아 있습니다.

 

악과 선중에서 고르라, 범죄와 준법 중에서 고르라 이런 질문에 답을 못할 사람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사실 이런 단순함이 아니라, 선과 선중에서 고르라, 악과 악 중에서 고르라는 것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선이라고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고, 악이라고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죠.

 

거기에 더해 선이 향하는 방향의 차이가 있고, 악이 향하는 방향의 차이 또한 존재하죠.

 

쉽게 말해, 이 세상에서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강도를 잡을 것인가?', '내 생명을 구해준 고마운 은인에게 은혜를 갚을 것인가?'가 아니라, '친동생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신고할 것인가?', '불이 났는데 가족 중 누구를 버릴 것인가?'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량함'에 대한 판단에서 민족성이나 국가 간 문화의 차이는 미묘하면서도 강력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마도 민폐 끼치고 다니는 걸 당당하게 여기는 중국선협의 캐릭터들에 비해, 회귀수선전의 답답하지만 선량한 주인공이 한국 독자들의 테이스트에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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