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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무협

[리리뷰 129번째] 쟁선계

by 리름 202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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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무협
작가 : 이재일
연재 기간 : 1994. 10 ~ 2016. 12. 7
권수 : 21권

 


책 소개글

앞을 다투며 달릴 것인가

지금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

어머니의 죽음을 마음에 담고 가문에서 내쳐진 석대원

양종의 절기를 몸에 담고 앞을 다투는 세상, 쟁선계로 뛰어든다

역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정과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문장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 장엄한, 따듯하고 비정한, 가볍고 무거운

강호와 강호인들

가장 오랜 집필 기간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가진 작가 이재일이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점점 재미있는 이야기’ 쟁선계


리뷰

줄거리는 무림을 없애고 밀교를 전파시키려는 명나라 황실 기구 비각이란 곳과 이들의 음모를 막기 위한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요즘 스타일의 글은 아닙니다.

좀 더 기간을 넓게 잡고 보더라도 대부분 양산형 무협들의 글이 좋게 말하면 담백, 나쁘게 말하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에 비해 미사여구라든가 이런 게 많아서 문장의 호흡이 깁니다.

예를 들어 천하제일 고수 A가 삼재검법으로 적을 없앤다고 할 때

양산형 -> A는 삼재검법을 펼쳤다.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 긋는 수법은 태산업정의 초식. 누구나 알고 있지만 A의 손에서 펼쳐진 태산압정은 차원을 달리했다.

쟁선계 -> A는 삼재검법의 수법으로 검을 휘둘렀다. 수직으로 내려 긋는 태산압정, 횡으로 긋는 횡소천군, 사방의 검기를 처내는 수법은 팔방풍우. 뭇 무림의 인물이라면 삼류의 무사들도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한 수법이지만 그것을 상대하는 적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절세의 초식이란 존재할 수 없는 듯, A의 검로에 걸려 추풍낙엽처럼 휩쓸리는 모습은 가히 당랑거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미물의 모습과도 같았다.

요 정도 차이? 물론 쟁선계는 제가 예시로 든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문장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쟁선계는 옛날 무협, 개인적으로는 사조 영웅전이나 의천도룡기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니까 작가 분이 나이 드신 분이 맞긴 하고, 애초에 쟁선계가 엄청 옛날부터 있었던 소설이었으니까.

비각 VS주인공의 구도, 주인공이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하고, 나중에는 원톱으로 강해지지만 ​그렇다고 주인공 중심으로 내용이 흘러가진 않습니다.

큰 줄기는 비각과 주인공의 대립이라기보단 비각이 무림에서 일으키는 음모들, 대표적으로는 무림의 남쪽과 북쪽을 지배하는 무양문과 신무전이란 곳에서 펼치는 음모를 이들 문파의 인물들이 막아내면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모순, 무림의 비정함 등등이 주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반까지 주인공은 그저 등장인물들 중 하나로 그 행보가 소설의 진행과정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지는데 그 전까진 그냥 하다 보니까 하고 시키니까 하고 그런 경향이 더 강합니다.

때문에 주인공 원툴로 활약하는 사이다 패스를 좋아하면 별로 맘에 드는 소설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무공의 경우 강기가 나오고 초현실적인 현상도 나오지만 묘사는 묘하게 리얼한 게 일반적으로 고수라면 누구나 익히는 호신강기는 전문적으로 익히는 사람이 따로 있고(물론 고수라는 전제하에) 고수지만 폭약에 당해 손을 못 쓰고 회복하는데 1년 이상이나 걸리며 내용을 보면 강기를 쓸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강기 뽑고 강기 뻥뻥 날리면서 무슨무슨 초식이다라고 하진 않습니다.

어설프게 몇 갑자니 하는 공력 자랑이나 경지 구분 같은 것도 없고, 소설 전반에 걸쳐 뿌려지는 떡밥 회수와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성도 잘 살려서 읽은 지 좀 됐는데도 등장인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마디로 그냥 잘 쓴 소설,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뒤를 그린 외전도 좋았고, 맥거핀으로 남는 요소도 몇 개 있지만 오히려 일일이 부가 설명을 안 하고 과감하게 생략할 건 생략해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총평

주인공 답답한 거 싫어하면 패스할 것.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장면 묘사도 좋고, 캐릭터들이 생동감도 넘치며 진짜 필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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