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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라노벨

[리리뷰 200번째] 종말에 뭐 하세요? 바쁘세요? 구해 주실 수 있나요?

by 리름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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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다크판타지, 로맨스
작가 : 카레노 아키라
연재 기간 : 1부 - 2016. 3. 1 ~ 2017. 6. 13 / 2부 2017. 8. 18 ~ 발매 중
권수 : 1부 5권 + 외전 1권 / 2부 7권 (일본은 11권 완)

 


책 소개글

‘인간’은 규격 외의 ‘짐승’에게 유린되어 멸망했다.

단 한 사람, 수백 년의 잠에서 깨어난 청년 빌렘을 제외하고.

인간을 대신해 짐승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성검(카리용)〉과 그것을 다루는 요정병뿐.

싸움 후, 〈성검〉은 다시 이용할 수 있지만 힘을 다 쓴 요정병들은 죽어 간다.

“적어도 사라지고 싶지는 않잖아. 누군가가 기억해 주길 바라잖아. 이어져 있었으면 좋겠잖아.”

죽어 갈 운명에 있는 소녀 요정들과 청년 교관의 덧없고도 빛나는 나날.


리뷰

라이트노벨

종말에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 - DEAREST DROP

줄여서 '스카스카'

 

꽤나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었습니다.

다크 판타지라는 장르를 이렇게까지 색다르게 표현해낸 작가의 필력이 정말 놀라울 수준입니다.

 

이번에 리뷰할 작품은 '종말에 뭐하세요?' 시리즈입니다.

장르는 다크 판타지.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죽여 없애는 '짐승'을 토벌하기위해 살아가는 '요정'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

1. 독특한 세계관

멸망까지 초읽기 상태인 스카스카의 세계.

 

스카스카의 세계는 다크 판타지라는 장르에 걸맞게 참으로 생존에 불친절합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부유 대륙군은 말 그대로 하늘에 떠있는 섬들이 뭉친 곳인데, '짐승'이라 불리는 괴물들의 위협으로 인해, 연신 부유섬들이 추락해 살 곳이 좁아지는 슬픈 세계입니다.

이 작품의 주적인 '17종류의 짐승'은 어느날 지상에 갑자기 나타나, 지상을 초토화시키고 눈에 띄는 모든 생명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몰살한 괴물 중의 상괴물입니다.

짐승을 쓰러트릴 수 있는 것은 '카리용'이라 불리는 성검뿐.

그러나 성검을 다룰 수 있는 인류는 짐승에 의해 진작에 멸종됐습니다.

남아있는 아인종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유섬을 만들어 짐승의 이빨이 닿지 않는 하늘로 도망쳤지만, 단 한 종류, 하늘을 떠다닐 수 있는 짐승이 존재로 인해 하늘조차 안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다가오는 짐승의 위협에 부유 대륙군이 찾아낸 것은, 인간을 대신해 성검을 휘두를 수 있는 황금 요정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존재한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을 흉내 낼 수 있는,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인 요정.

성검은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힘을 다 사용한 요정병들은 사라져 버립니다.

이 작품은 그런 죽음이 결정된 요정들의 입장으로 서술된 작품입니다.

부유섬, 짐승, 희생될 운명의 요정들, 목숨 걸고 지상의 유물을 탐색하는 샐비저, 아포칼립스 등...

언제 파멸할지 모르는 위험요소들이 산재한 세계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한데 버무려진 게 특징인 작품이었습니다.

2. 등장인물에게 불친절한 설정들

이 작품에서 부유 대륙군은 어느 순간 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불안한 곳입니다.

 

특히 작품에 깔린 설정이 참 너무한데, 일단 주인공들의 터전인 부유대륙군은 요정병과 성검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해진다면 부유 대륙군의 사회는 곧바로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의 '짐승'이란 존재는 거의 반 불사와 다름없어서 마력이 담긴 공격이 아니면 파괴되어도 곧바로 재생합니다.

짐승에 대항할 수 있는 성검'카리용'은 인류가 사라져서 더 이상 만들 수도 수리할 수도 없어, 지상에서 발견되는 것을 몇백 년 동안 그대로 써먹는 열악한 환경입니다.

 

이 작품에서 마력은 말 그대로 '독'에 비유돼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사용자의 몸을 갉아먹는 위험한 힘입니다.

하지만 마력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검을 깨울 수도, 짐승에게 대적할 수도 없습니다.

임시 육체만 지닌 정신체인 요정들은 마력을 손쉽게 일으킬 수 있지만, 바로 정신체이기에 부작용도 큽니다.

심하면 기억마저 일부 잃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정은 인간 대신 성검을 휘두를 수는 있지만 인간은 아니라서, 성검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짐승들에게 밀리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이기지 못한다면 남은 건 체내 마력을 폭주시켜 자폭할 수밖에 없고, 죽기를 망설일 수 없습니다.

 

주인공조차 그런 요정들의 처우에 분노하지만 화를 낼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모두 다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히 이어지는 이야기들

상술했듯이 스카스카의 세계는 사람이 살기에 참 힘든 세상입니다.

여느 다크 판타지들처럼 군인들은 무능해서 하는 게 없고, 아무 힘없는 일반 주민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무시무시한 짐승의 위협에서 벌벌 떨면서 쥐 죽은 듯이 살아가는 그런 작품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보이는 일상은 아슬아슬한 설정과는 달리, 삭막하지도 우중충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다크 판타지들처럼 희망이 별로 없는 건 같았지만, 그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지만 주인공들은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같은 다크 판타지 장르면서도 왜 이 작품은 유독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느껴질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등장인물들의 마음가짐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삶을 사랑합니다.

 

설령 세계를 위해 죽을 운명에 처해있어도 요정들은 삶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소중히 여깁니다.

정말로 죽어 목숨이 흩어지는 그 순간에도 그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위해서, 자신들을 따르는 꼬마 요정들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살게 하기 위해.

그들의 선배들이 그리 하였듯이, 자신 또한 그들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어버리니까.

 

하물며 이건 엑스트라인 조연들 마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짐승과 맞서는 모든 이들이 한없이 진지하고, 요정들과 유대를 나누며 세계를 지키기 위해 협력합니다.

그런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말은 서서히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이런 인물들의 태도로 인해, 미치고 팔짝 뛸법한 슬픈 상황임에도 오히려 덤덤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막...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그런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잔잔히 이어지면서 해야 하는 일에 굳게 맞서는 주인공들을 지켜보는 느낌의 글.

 

설정만 보면 고구마 한 트럭을 욱여넣는 갑갑하고 어지러운 작품일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불과 5권 분량에 떡밥 회수와 깔끔한 마무리를 지은 작가의 필력이 경이로울 지경.

 

저에겐 어느 순간 기억에서 떠오를 그런 좋은 작품이었기에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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