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리 말하지만 금존청은 가상의 술이거나 듣보잡 술이다.
본인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식으로 이 금존청이라는 술을 찾아본적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금존청(金尊淸)라는 술은 실제론 없는 술임을 확신했습니다.
적어도 이게 어느 양주 브랜드일 순 있어도 정통주는 아니라는 말이죠.
일단 맑을 청(淸)이 들어갔으니 백주(白酒)의 일종 이리라 생각하고 확인해봤지만 없었습니다.
정작 술 좀 마시는 중국인 지인들도 뭔 술인지 모르겠다고 했으니 유명한 술도 아니란 이야기고 그저 작가들이 이 '금존청'이라는 설정을 얼마나 파쿠리 했는지만 파악할 뿐이었습니다.
2. 그럼 나머지 술들은?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술들은 실존합니다.
정통주도 맞고 대체로 설명도 적당히 해뒀습니다.
고증을 따지면 많이 틀린게 많지만 말이죠.
3. 강남의 황주(黃酒), 강북의 백주(白酒)
무협에서 나오는 장강(長江).
이해가 안간다면 양쯔강(揚子江, 양자강)이라 하면 '아!' 할 사람들이 나오는 황하강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강, 장강.
양쯔강이 장강의 끝자락을 뜻하는 말이고 황하문명이 장강 문명권을 먹어치움으로써 '강남'과 '강북'의 경계선이 된 것이 이 장강입니다.
그리고 웬 장황한 설명을 하는가 하면 이 술 이야기를 할 때 장강을 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장강의 이북지역과 이남지역의 기후는 확실히 다릅니다.
이걸 설명하자면 긴 관계로 요약하자면 강남지역은 따뜻해서 쌀 잘자라니 막걸리 해먹고 강북지역은 덜 따뜻해서 밭농사 위주로 하니 수수, 조 같은 걸로 소주해먹었다고 보면 됩니다.(생각해본다면 이전 글에 언급한 죽엽청이 강북지역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진나라때 완전하게 장강 문명권이 황하문명에게 먹히고 이 술 빚는 기술들이 이어져 오다 못해 문화 대혁명때도 레시피가 무병장수하여 우리가 무협소설로나마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4. 그래서?
일단 금존청이 구라임이 밝혀졌고 대충 세 가지의 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후아주(猿酒, 원주) - 지역 x, 환상의 술쯤 되는 과일주.
여아홍(女兒紅) - 강남지역, 황주.
검남춘(劍南春) - 강북지역, 백주.
4-1. 원숭이 술,후아주(猿酒, 원주).
기록은 청나라시절 <청패유초(淸粺類鈔)>에서 원숭이가 술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나 그 외 서적에 기록된 바가 있는데, 아마 그 이전시대 사람들 사이에서도 좀 식견이 있는 양반들은 이 '원숭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설명충처럼 '아니 이건 원숭이가 빚었다는 술인가?'하고 말하는 건 의외로 정상입니다.
이는 사실 베트남 전쟁때 '잼으로 술 만들어 먹은 미군' 같은 이야기와 같은 유래인데 꿀이든 과일이든 당분이 발효되어 술이 된 건 무척 원시적인 형태의 술빚기이기에 '단순한 과일주'로써 제 구실을 합니다.
다만 엄연히 '이야기 속의 술'임으로 전통주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정령이 준 술과 비슷한 것이라 보고 쓰는게 옳죠.
4-2. 여아홍(女兒紅, 발음은 뉘얼홍)
이 술은 확실한 연고지와 기록이 존재합니다.
무려 기원전 12세기부터 3세기까지 존재한 춘추시대 시절의 진(晉)
그 시절에 기록된 이야기에선
1) 절강성에 한 재봉사가 아들 낳을 거라고 좋아라 하며 술빚었다가
2) 딸 낳아서 시무룩해지니 술을 땅에다 묻어둠
3) 그래도 딸이 잘 나서 집안사정도 잘 풀리고 그 사이에 딸바보된 재봉사
4) 딸내미 시집보내려니 그 술이 생각나 술을 꺼내보니 맛이 좋아
5) 그래서 재봉사가 그 술 이름을 딸내미 시집갈때 마셨다고 여아홍, 여아주(酒)라 지음
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 술의 유래를 잘보면 적어도 여아홍은 십수년을 묵힌 술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주인공이 밥먹듯이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술은 이전에 언급한 소흥가반주(紹興加飯酒)와 친척인데 일단 소흥주의 일종이 가반주이며 아무 소흥주나 십년 이상 묵혀 노주(老酒)가 된 기념주가 여아홍입니다.
아들 낳으면 장원급제 할때까지 존버한다는 장원주도 있긴한데 그건 생략
아무튼, 소흥주는
쓴맛이 센 가반주(加飯酒)와 선양주(善釀酒),
단맛이 센 원홍주(元紅酒)와 향설주(香雪酒)로 나뉘는데
이중 아무거나 오래 묵힌 걸 노주(老酒)라 하며 지금에 이르러선 명품 황주로 팔리는 게 가반주, 소흥가반주라는 겁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여아홍을 마신다고 쓰는 것보단 여캐관련 일 아니면 그냥 노주로 쓰는게 맞다는 말이죠.
4-3. 검남춘(劍南春).
이 술은 여러모로 죽엽청과 대등합니다.
연고지는 사천성이며 당나라 시절의 유명한 시인, '이백'의 고향에서 나는 술, 검남소춘(劍南燒春)을 기반으로 하는 술입니다.
당나라 황제의 어주(御酒, 신하들에게 주는 술)이 될 정도로 유명한 술이며 송나라 시절에는 벌꿀로 만든 밀주라고 소개되었다고 나오는데 솔직히 이 '벌꿀'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검남춘은 여러곡물로 빚은 백주입니다.
또, 현대의 검남춘을 마셔보면 도수가 높지만 부드럽고 달달한 고량주라 생각들 겁니다.
※요약※
- 금존청은 실제로 없음
- 후아주는 과일주이긴 한데 이야기 속의 술
- 여아홍이랑 검남춘은 실제로 존재
- 여아홍은 기념주라 마시기 힘들다, 작가들아
- 검남춘 먹을만함
술 이야기는 다음에 조선 3대 명주나 그 외 한국의 정통주 풀때 이야기하고 이번 술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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