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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무협소설의 필수음식1, 죽엽청竹葉靑에 대한 간단 이해

by 리름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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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을 읽다보면 그냥 걸핏하면 나오는 술, 죽엽청(竹葉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그럼 정보글 시작

0. 일단 이 죽엽청이 무협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자면 중세 시절에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제대로 된 물 마시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 정도만 알아두면 편하지만 깨끗한 물을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보충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석회수나 불순물 높은 물만 마시면 석회수는 손발에 석회 성분이 누적돼서 굳거나 요로결석이라는 고통, 불순물 가득한 물에서는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의 질병 풀 코스를 밥먹듯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로 중국은 물을 끓여서 풀에 우려 그 엿같은 물맛을 잊는 차(茶)문화, 저딴 물을 마실 바에 그냥 취하련다 하며 만든 술 빚기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후자의 경우가 이 죽엽청이라는 걸 만든거고요.

1. 그래서 죽엽청이 뭔데?

요약하자면 적당한 도수의 증류주 + 한방약재 + 대나무 잎...이라고 할 수 있긴 한데 이런 레시피는 청나라 시절에 정리된 겁니다.

이 '죽엽청'이라는 술의 개념은 사실 4~5세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술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아는 죽엽청과 무협소설에 나오는 죽엽청은 좀 다르단 말이죠.

뭐, 그런고로 무협소설에 나오는 정향, 당귀, 귤껍질(귤은 이전 중국에서 제법 귀한 음식이자 약이었다) 등과 같은 온갖 한방약재를 쏟아 넣은 고급 술이 아니라 적당히 맛을 낸 싸구려 청주에 대나뭇잎 우린물로 희석시킨 술이라 봐야 합니다.

2. 왜 무협작가들은 죽엽청만 주구장창 써댈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일단 유래 깊지만 근본이 뭔지 알 수 없는 죽엽청은 대나무 소재만 구할 수 있어도 어디서나 빚을 수 있을 법한 술입니다.

또, 술의 유통기한을 생각하면 어디든 있을 법하고 말이죠.

싸구려 죽엽청을 어찌 만드냐 생각해보라.

싸구려 술을 증류해서 대나무 우린 물로 희석시킵니다.

그다음 적당히 맛과 향을 내면 그만이니 '이곳의 죽엽청이 맛 하난 기가 막히답니다.'

'그냥 무난하게 죽엽청 하나'

같이 쉽게 쉽게 넘어가는 필수요소가 된 것이죠.

3. 다른 술 없냐?

있습니다.

당나라 시절에는 잡량액(雜糧液), 지금에서는 오량액(五粮液)이라 불리는 귀주성(贵州省)의 '우량에(五粮液)'.

4000년 중국 술역사의 대표, 황주(黃酒) 중 대표라 불리는 절강성(浙江省)의 '소흥가반주(紹興加飯酒, 중국 발음 기억 안남)'

유래를 따지면 기원전 11세기쯤으로 따지게 되고 유명하다 못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이과두주(二鍋頭酒, 얼꿔터우지우)를 재료로 하는 주공백세주(周公百歲酒)

한무제가 마셨다는 것으로 유명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비싸서인지 짜가가 판을 쳐서 7할 이상이 짝퉁이라는 모대주(茅台酒, 마오타이주)

생각보다 유래를 생각하고 뒤저보면 나오는 술들이 넘쳐납니다.

전통주로만 수천개가 넘어가는 중국이니 작가들이 좈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위에 언급한 소흥가반주를 제외한 '증류주'들은 기본적으로 40도는 가뿐히 넘어가는 술들이니 대충 막걸리 같은 황주(黃酒) 위주의 술을 써야 적당히 마실만한 술이라고 참고 바랍니다.

※요약※

-현대의 죽엽청은 한약+대나무 잎 추출물+고량주

-무협에서 죽엽청(싸구려 기준)은 맛내기용 약재+대나무 잎 우린 물+싸구려 술 증류한 거

-죽엽청 자주 나오는 건 합리적인 것도 있지만 작가가 그냥 명나라 시절 술을 모름

-근데 찾아보면 전통주들 꽤 나온다.

무협작가들은 도가 문파나 불교, 그리고 관과 무림 설정을 위해서라도 명나라 시절 전후, 아니, 최소한의 상식을 공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고증은 개나 줘버린 채 자신들이 중국과 대만 무협지에서 파쿠리 친 것도 모르고 써재끼다가 곤륜산맥이나 광동성, 광서성에서 중원으로 쳐들어오는 마교의 대장정을 (수백키로도 아니고 수.천.키.로.)

몇 화 안에 해결시키는 기적의 물리학을 보여주는 무협작가들 덕에 주화입마가 자주 오고 있습니다.

그냥 독자들이 눈치 주는게 최선 이리라 누군가에겐 불편해지는, 누군가에겐 신선한 정보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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