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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로판

[리리뷰 816번째] 아빠가 힘을 숨김

by 리름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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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로맨스판타지
작가 : 고은채
화수 : 260화
 

 

 


소개

Q. 믿었던 아빠가 엑스트라가 아닐 때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A. 뭐, 뭐야…. 내 ‘지나가던 제국민 1’ 역할 돌려줘요….

 

1년 365일 전쟁 중!

하루라도 바람 잘 날 없는 미친 세계관!

이곳에서 엑스트라로 태어났다는 건 축복이었다.

 

“공주~ 일어나세용♡”

“아고, 이뻐라 울 딸♡♡”

 

게다가 멋지고 다정한 아빠(제임스 브라운, 27세, 엑스트라)와 산골 마을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라니, 최고다!

 

……라고 생각했는데.

 

* * *

 

“자, 그럼 보시져! 마침 등장한 저분이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널리고 널린 평민 남자들의 상징, 갈색 머리와 갈색 눈!”

“…….”

“요,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지나가는 제국민 1에 불과하져. 산골 마을에서 어린 딸과 힘들게 나무 해서 먹고 사는 27살 미혼부예요.”

 

기사단장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저어, 선생님? 저기여? 으앙!”

 

그 순간, 기사단장이 흠칫하며 검을 빼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돌아보았다.

 

‘…아빠?’

 

아빠의 낡은 부지깽이 위로 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저, 저게 뭐야?’

 

다음 순간.

엑스트라 1의 상징이었던 아빠의 갈색 머리와 갈색 눈이….

서서히 바뀌었다.

 

“헐.”

 

누가 봐도 ‘나 주인공이야!’ 하고 외치는 눈부신 은발과 번뜩이는 푸른 눈동자로!

 

‘저, 저기요?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산골 마을 27세 미혼부….’

 

……제임스 씨? 이거 맞나요?

 

“내 딸 내놔, 이 개자식아.”

 

 


리뷰

"문과"출신의 "역사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여주는 어느 날 중세로판세계로 빙의하게 됩니다.

 

평범한 집의 평범한 아빠와 부족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여주는 이 세계가 자신이 역사 논문의 참고 자료로 사용했던 로판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체 어떤 정신 나간 교수가 역사 논문 참고 자료로 로판을 허가해줬을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으쌰 으쌰 해서 평화롭게 만들어줬으니 평범한 엑스트라에 비능력자인 자신은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면 되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봤더니 필부인줄 알았던 아빠는 제국의 하나뿐인 소드마스터이자 최고 계급... 원작의 주인공!

자신은 어릴 때 아빠의 약점으로 황제에게 잡혀가 평생 세뇌당하고 비참하게 죽는 역할이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원작에 개입해 황제를 없애고 이 나라의 계급제를 없애는 혁명을 일으키자라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적극적이라고 했지만 여주는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몸인데요.

 

나이가 어려서 임도 있지만 이 세계에서는 "능력자"라는 것이 존재하는 데 이를 관장하는 최상위 능력자가 바로 황제입니다.

 

모든 능력자를 조종할 수 있고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이가 황제이기에, 소드마스터였던 여주의 아빠도 쉽게 덤비지 못했던 것이죠.

 

절대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 정체를 숨기고 숨겨서 조금씩 혁명을 준비해 가는 여주 앞에 남주도 등장하고 스승님도 등장하고 여러 친구들도 등장하면서 사실은 여주는 소설 속 세계에 빙의한 게 아니라 회귀였고 사실 회귀하기 전 여주는 황제에게 세뇌당해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다가 남주에게 목이 잘려죽고 얘를 살리려다 아빠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여주를 되살리고 스승님은 여주를 위해 세계를 회귀시킨 짠 내 나는 진실들이 밝혀집니다.

 

과연 여주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모두를 행복한 결말로 이끌 수 있을까요?

 

나머지는 소설에서 확인해 주세요.

 

 

 

 

[장점]

 

1. 부담스럽지 않은 육아물

 

과한 혀 짧은 소리 나 부둥부둥은 개인적으로 몰입도가 떨어져서 별로인데.. 이 소설에서는 아빠가 주접을 떨어도 여주가 잘 받아쳐줘서 부담스럽진 않고, 작위적이지 않았으며 진짜 딸 바보 아빠와 가족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매끄러운 필력

 

 

3. 초중반부의 아슬아슬한 분위기

 

위의 줄거리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황제는 모든 능력자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는 점들과 과거에 여주가 겪었던 상황들이 오버랩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이게 정말 맛있습니다.

 

 

 

[단점]

 

1. 으응? 하게 되는 설정들

 

대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내용에 대한 역사 논문에 로판을 참고 자료로 쓰게 하는 교수가 어딨으며... 문과 출신에 역사학과를 나왔던 여주가 어떻게 기하와 벡터를 알고 문제까지 풀 수 있는 것이지???

 

교육과정에 있지도 않을 테고 취미로 수학한다는 설정도 없었는데..? (대학 때 수학 과외를 했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문과 수학에 기벡이 없는데...)

 

 

2. 반복되는 눈물 전개

 

솔직히 이게 제일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과거의 진실이 하나 밝혀짐 -> 누군가 알게 됨 -> 눈물흘림 -> 진실 밝혀짐 -> 누군가 알게 됨 -> 눈물흘림의 반복

 

한두 번이야 어휴 정말 짠하다...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슬펐을 듯.. . 하면서 몰입하지만 이게 반복되니 감흥도 없고 억지로 눈물샘 짜 내려는 것 같아서 감정적으로 지칩니다.

 

 

3. 작가의 역량을 벗어난 설정

 

황제와 여주는 각각 능력자들의 최상위 계층에 해당하며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인간보다 2배 긴 수명을 가지며, 수명을 제물로 상상한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죠.

 

상상... 완벽하게 룰대로 작동하는 프로그램도 허구한 날 발생하는 게 버그이거늘, 제한 없는 형태의 능력은 얼마나 무궁무진할까요?

 

왜 이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활용하지 않았지? 아니 이걸 왜 능력을 안 쓰지?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작품 초반에는 등장했던 능력이지만 후반부의 쓰일만한 상황에서 안 쓰는 상황을 보면 그냥 깊게 생각 안 하고 입맛에 맞게 설정을 짜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가 후기 보면 작중 최고의 능력자인 아빠가 숨어 지내야 할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황제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열받는 부분은 번호를 바꿔 이어서 서술하겠습니다.

 

 

4. 난장판이었던 후반부

 

초중반부에서 황제 능력에 대한 무서움과 등장인물들의 두려움, 그리고 회귀 전 상황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데, 그 모든 것이 터져야 할 후반부는 정말 김빠지게 끝나버립니다.

 

모든 걸 간파당해서 일방적으로 당해버린 최종 악역인 황제

 

큰 위험요소 없이 성공해버린 혁명

 

가장 큰 불안요소였던 아빠에의 세뇌를 풀어버린 여주

 

근데 사실 이것들은 뭐 여주네가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말로 납득할 수 있지만, 회귀의 대가인 존재의 소멸을 당할 스승님에 대해서는 후반부 내내 눈물 짜면서 서사를 빌드업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해결된 건 없습니다.

 

존재가 밝혀지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는데 굳이 여주 있는 데까지 찾아와서 마탑입단시험을 보는 스승님도 이해가 안 되고 그래서 결국 뭘 어떻게 마법식을 짰는지 명확하게 작중에 나오지 않아서 똥 싸다 끊긴 것처럼 글이 끝나버립니다.

 

 

5. 처음 보는 관계성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은 많이 봐왔고 익숙한데,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은 또 처음 봅니다.

 

사실 회귀 전 스승과 여주의 관계, 그리고 회귀할 때의 마음을 생각하면 둘이 애틋한 건 이해가 되는데 뭔가 아빠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아빠 역할을 하는 것도 뭔가... 뭔가... 이상하고 (여주랑 10살인가 7살 차이밖에 안됨) 연인은 또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평범한 사제지간이라기엔 너무 깊고 진한...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보는 내내 진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우리는 연인이 나왔을 때의 해피엔딩을 서로 마음이 이어져서 최종적으로는 결혼을 하거나 결혼에 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생각하고 가족은 갈등 없이 행복하고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둘의 경우 어떤 게 해피엔딩일지 감이 안 왔습니다.

 

 

 

초중반부까진 정말 재밌었지만 혁명 준비하면서 너무 늘어지는 감이 없잖아있고 긴장감이 터져야 할 후반부가 맥없이 끝나면서 아쉬웠던 소설입니다.

 

그래도 설정 같은 건 새로웠던 부분들이 있으니 심심한 사람들에겐 추천

 

개인적으론 좀 아쉬움이 많이 남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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