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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소설관련 잡담

심심해서 써 보는 한국 무협 세계관 이야기

by 리름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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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설 관련 커뮤든 진정한 -틀-이 아니면 한국 무협 세계관에 대해서 대부분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중에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저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빠삭하진 않은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짚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 무협 세계관의 기반과 기원은 무엇일까, 바로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한국 무협 세계관의 기반과 기원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중국과 대만에 있습니다.

그중 작금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와 같은 세력 구도와 판도를 만든 원조는 대만 무협 작가인 '와룡생'입니다.

와룡생은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본 '무림맹'의 원조이기도 하며, 정파와 사파, 백도와 흑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선과 악을 이분법인 흑백논리로서 기준을 세운 것이다.

 

물론 와룡생의 무협에서는 흑백논리인 백도와 흑도를 더 많이 써먹었고, 정파와 사파는 김용이 더 선호했다.]

이후 김용이 신조협려에서 무림맹 소스를 가져다가 써먹었고, 의천도룡기에서 육대문파, 소오강호에서 오악검문 등을 써먹게 되었습니다.

즉, 한국 무협의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원류가 김용이라는 것은 잘못된 상식인 것입니다.

[사조삼부곡(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의 해적판인 고려원의 영웅문 3부작 외에 와룡생의 작품들도 해적판으로 우리나라 대본소, 대여점, 서점에 비치되어 있었다.]

관과 무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한국 무협 배경을 아우르는 대전제 격인 설정 또한 와룡생의 작품에서 나왔습니다.

중국의 관용구인 우물물은 강물을 침범하지 않는다(정수불범하수, 또는 하수불범정수)는 아주 옛적부터 쓰인 관습적인 표현으로도 대변됩니다.

이 또한 김용 무협에서 나왔다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김용 무협은 거의 대부분 실제 역사 배경을 무대로 쓰곤 했습니다.

이 정도가 세계관의 기반과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분위기'와 '강자 서열'과 '무공 순위'와 '병기 순위' 같은 것인데 이 네 가지는 고룡 무협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례로 용대운은 1세대 무협 작가는 아니지만 고룡 무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나 그 특유의 분위기와 객잔 액션씬, 객잔 소문과 풍문 퍼지는 씬 등 고룡의 그 당시 생활밀착형을 많이 모방했었습니다.

이게 또 한국 무협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줬고 객잔 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A와 B가 싸우기 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들은 대부분 고룡을 답습했습니다.

무림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병기로 7개를 꼽아 칠종무기라고도 했고, 무림인 서열도 나누고, 무공도 순위 매기고 다 했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 무협에 와룡생, 김용, 고룡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선협은...

그 이전에 기환무협이자 검협이라고도 불리던 촉산[혹은 촉산검협전]이 있었습니다.

서극이 만든 영화로 본 사람도 있을 텐데 원작은 환주루주의 촉산[혹은 촉산검협전]입니다.

그 이전엔 뭐 다들 알다시피 서유기도 있고, 봉신방[봉신연의]도 있습니다.

그 먼 옛날 이미 법보도 존재했고 신선도 존재했습니다.

신선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검 타고 날아다니는 초인적인 존재들의 이야기도 존재했습니다.

마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마계도 있어서 거기서 마황이 부활해서 기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마귀'인 겁니다.

한국 무협이 한국인 정서에 따라 지금처럼 변모했듯이, 중국 무협[선협] 또한 그네들 정서에 따라 지금처럼 변모했을 따름입니다.

김용, 와룡생, 고룡이 쓴 무협과 현재의 선협.

같은 중국인이 썼습니다.

그런데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만큼 정서적인 면이나 환경적인 요인들이 그네들을 그렇게 변하게 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사이다를 왜 그렇게 갈구하게 되었는지 돌이켜 보면 자연히 그 해답이 나오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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